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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마지막날에 (수정)


BY 동해바다 2009-03-31



원글에 댓글다신 분들께 감사의 댓글을 단다는것이 맨 위로 올라가
그것을 다시 삭제하여 댓글에 붙이다가 그만 원글을 삭제하고 말았네요.
한잔 술을 했거든요. 취했나 봅니다.
다행히 저의 공간에 써둔 원문이 있긴한데 미비한 글을 아컴에서 수정해 바로 올렸기에
원글이 많이 짧아져버렸네요 그렇게 많이 안 마셨는데 ㅠㅠㅠ

* * * * * * * * * * * * *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사람과 산 잡지사인데요. 산행기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좀 보내주실래요?\"
\"아, 예. 그럼 제 글이 실리는건가요?\"

매달 공짜로 보고 있는 산 잡지에 아주 가끔 산행기를 보낸다.
글 실력이 있어서라기보다 솔직히 상품에 솔깃하기 때문이다.
산행기가 체택이 되면 쟈켓 티셔츠 바지 중에 하나를 선물로 준다기에 마침 바지도 필요하던 차 
되든말든 전에 쓴 글 중 하나를 골라 사진과 함께 메일로 전송하였다.

그 후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실리지 않았나보다 생각했는데 어제
우체국 택배에서 물건이 삼척집에 도착될 예정이라고 하였다. 
\"아무도 없는데 철대문 안에 넣어 주실래요?\" 하고는....

이제 2주에 한번씩 삼척으로 내려가는 에미없이도 스스로 성인의 길을 잘 걸어가는 아이들,
나름의 슬픔과 고민을 절제하며 스물두살 스물네살의 나이로 각자의 일에 충실한 아이들이 참 고맙다.
잡지사의 광고영업이라는 힘든 업무를 어린 나이에도 잘 해나가는 밝은 내 딸이 너무도 예쁘고,
전역후 백화점 주차요원으로, 법무사 알바업무로 아침부터 밤까지 풀타임 뛰는 아들녀석도 
대견하고 기특하다. 
흐르는 시간의 돛배는 우리 가족을 태우고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겨울철 비수기라고 하는 반찬가게는 그런대로 매출이 괜찮은 편이었다. 봄철 새로운 
단골들이 바뀌면서 다시 또 바빠지고 오늘도 배추 10포기와 열무 얼가리 여섯단으로 김치를 
만들어놓고 뒷일은 언니에게 넘기곤 저녁 7시버스로 삼척행 버스에 올랐다.
차창밖 어둠이 깔리고 나는 버스에서 바쁘고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풀기위해 긴 잠을 청했다.

비 내리고 있던 삼척엔 일찌감치 벚꽃들이 피어 이른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3월의 마지막 날...
철문을 삐끄덕 열고 들어가니 아컴에서 도착된 \'잉\'과 \'사람과 산\'이 계단에 놓여 있었다.
요즘 아컴에 글 올린 지가 한참인데 무슨 글이 실렸을까 궁금해하며 열어보니 2월에 쓴 글 한편이다. 
고마운지고~~~
마음을 열고 내 안의 나를 쏟아붓는 공간에서 가뭄에 콩나듯 올리는 글을 건져
곱고고운 책으로 갈아입혀 주니 이 아니 고마울 수가...

다시 두툼한 산 잡지를 열어 혹 내 글이 실렸나 펼쳐보니 두편의 산행기중 하나로 체택되어 
\'슬픔을 뒤로하고 떠난 백두대간 산행\'이란 제목으로 글이 올려져 있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딸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엄마 집 도착, 잡지에 엄마 산행기 실렸다다다다다다~~~~~\"
\"추카추카, 그럼 선물은 뭐야?\"
\"아직은~~~~\"

자정을 훨씬 넘어 선 시각, 우편물을 하나 하나 개봉하면서 내용물을 훑어보고 베란다의 꽃들에게도 
물을 흠뻑 뿌려주고, 버스안에서 늘어지게 잠을 취한 다음이라 컴 접속을 하였다.

나만의 공간에 들어가 나는 남편을 만난다.
매일매일 \'여보\'로 시작되는 나의 글은 일상과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회한과 눈물섞인 그리움으로 펼치는 
독백이다.
워드치다 눈물훔치고, 눈물찔끔에 흐려지는 화면 앞에서 또 워드를 치고...
아직까지 치밀고 올라오는 슬픔 앞에서 난 서투르다. 
바쁜 일상으로 조금은 묻혀졌을것 같은데도 슬몃 찾아드는 슬픔이 내 가슴을 울린다.
그럴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컴 속의 모든 만남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이 밤 산행기 속에 그려넣은 그림으로 다시 또 남편이 그리워진다.
선물받고 싶은 마음에 써 보낸 산행기, 그 산행기가 실린 두툼한 책 한권이 
모니터 앞에 있는 나를 보고 있었다.



- 슬픔을 밀어내기 위해 난 자주 웃는다 (산행기에 실린 사진)  -
구룡령(06:05) ~ 약수산(1,,306m) ~ 응복산(1,359m) ~ 만월봉(1,281m) ~ 두로봉(1,421m) ~ 두로령(15:00)
08. 10. 21 / 18.7km 약 9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