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어머님이 셋째형님 댁에 가셨다.
무릎이며 어깨며 통증이 심하신 곳에 시술하러 가신 것이다.
이번 주 일요일에 집으로 오신다. 20여일 집을 떠나 계셨던 것이다.
예전에는 가끔 형님 댁에 가시기도 했지만 최근 2년 정도는 어머님이 집을 떠나시지 않으셨기에 이런 기회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어머님이 가시기 전, 나는 몸도 마음도 많이 분주했다.
딸아이 대학 입학에 따른 준비도 제법 힘들었다.
중 고등학생 때도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이번엔 자취형이라서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고2가 되는 아들아이 문제도 나름 힘들었다.
방학 때 보낸 수학학원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그 아까운 시간을 다 허비한 것 같아 속이 쓰렸다.
돈이나 넉넉한 형편인가.
그도 아닌데 돈 들여서 시간 들여서 보낸 학원에서 별무 소득이었다니 아들도 밉고 이래저래 처량한 맘이었다.
더구나 이과를 선택한 터라 수학에 당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외고에 다니고 있는 머리 좋기로 유명한 아들 친구도 학원에 함께 다녔는데 너무 높은 수준을 기준으로 가르쳐서 자기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그 친구는 학원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과외까지 따로 받는다는 말을 했다.
아뿔싸.
그 말을 듣고 당장 학원을 그만두게 했다.
비상하기로 유명한 친구도 못 따라가는 학원, 우리 아들은 정말 들러리였을 것이 분명했다.
학원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학부모 몇 명과의 친분이 유일한 내게 특별한 정보망이 있을 리 없고 나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민에 빠졌다.
돈이나 여유가 있다면 개인 과외라도 붙이지.
수1이 너무 어렵다는 이과생 내 아들. 혼자 하게 내버려두기엔 너무도 불안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한 군데 넣었는데 다행히 제대로 잡아서 해 주는 것 같아 안심이다.
영어도 내 버려둘 순 없어 하고 있는데 우리 형편엔 정말 지금 출혈지출이다.
이과는 과학도 혼자 할 수 없다는 말들이 들리는데 나는 귀를 막고 싶다.
어쩌라고.
다행히 학교 담임선생님을 특특특 A급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너무도 감사한 맘이다.
다음번에 꼭 기회를 내서 그분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어머님 계시던 때는 잠까지 아껴가며 글을 쓰던 나였다.
아이들 일에 신경 쓰느라 잠시 주춤거렸던 글을 어머님 형님 댁에 가시면 원 없이 쓰고자 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원 없이 하는 것이 잠이다. 그리고 텔레비전 시청이다.
생각을 비우고 멍하니 지내는 시간이 전부란 뜻이다.
처음엔 시간이 좀 아깝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정말 필요한 휴식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잘 쉬었다.
어머님 오시면 글은 더 열심히 쓰지 않을까.
밥도 더 잘 먹지 않을까.
어머님 안 계시면 솔직히 맘도 몸도 참 편하다.
그러나 이젠 그것을 즐기려는 맘은 없다.
어머님 오셔도, 옆에 계셔도 초월한 듯이 나를 들볶지 않고 살리라.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고맙게 해 주실 때면 그것을 자양분 삼아 그렇게 묵묵히.
*글을 써서 올려야 하는데 무지 노력했음에도 글이 안 나오더군요.
그게 전 죄송한 맘이 들었어요.
혹 기다리는 분 없었을지라도 제 맘은 불편했지요.
축 늘어지고 늘어져서 땅으로 꺼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 시간 가질 수 있었음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