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시공휴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205

옷 벗는 여자


BY 그대향기 2009-03-11

아직은 바람이 차갑다.

봄. 봄. 봄....

봄으로  시작하고 봄으로 마감하는 날들이지만

정작 기온은 써늘하다.

이른 아침 기온은 얼음이 얼 지경이고

목을 그냥 쭈욱 빼고 있자니 춥다.

스카프를 하거나 목티를 입어야 따듯하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굳은 땅을 이고지고

새싹들이 봄인사를 나눈다.

저 여기 있어요~~

겨울을 잘 견디고 저 이렇게 살아났어요~~

반가워요~~

안녕하셨지요?~~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화단의 꽃망울들이

귀엽고 앙증스럽고 .

남편의 힘을 빌어 사흘 동안에

말끔하게 봄단장을 해 둔 옥상의  화단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른 잎들을 제거해 줬고.

흙이 모자란 화분에는 새 흙을 보충해 주고

꽃이 필 화분에는 밑거름도 넣어 주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두근대는 맘을 감추면서 미소만 뛴 얼굴로.

 

 

 

 

내일 400 여명의 행사가 있어서

이른 아침에 마산 선창 어시장엘 갔다.

창녕의 시장에는 물건도 물건이지만

가격이 안 맞다.

신선도도 그렇고 가격도 싼

어시장엘 다닌다.

 

활어들의 퍼득이는 생명력을 가슴 벅차게 구경하고

비늘이 번들번들한 생멸치를 보곤 군침이 돌고

죽자살자 도망가는 장어며 문어들의 몸놀림에 잠시 웃고

기웃기웃...싱싱한 물건을 찾아 어시장을 누빈다.

좋은 물건을 골라 가격을 흥정하고 영수증 끊고

물건값을 지불하고는 배달을 부탁한다.

다른 상점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물건만 확인하고

대금을 지불하고는 시간을 줄일겸 곧 이동을 한다.

 

벌써 16 년이나 단골로 다니는 집들이라 눈 속임도 없고

물건도 최상급으로 주지만 가격도 만족하게 주는 편이다.

상점에 들어서면서 무조건 밝게 높은 소리로 인사하기.

안 살 물건이라면 절대로 남의 물건을 흠 잡지 않을 것.

덤을 받고 싶을 땐 적당한 애교작전도 불사 할 것.

장을 보면서 나름데로 터득한 방법들이다.

 

오늘 자주 들리는 야채 가게에서.

나이 많은 두 할머니들의 가게.

배달해 주던 아들 둘은 이 일이 덜 세련되었단 이유로

떠나버리고 나이 많은 두 할머니가 하시는 가게.

젊은 사람들이 하는 다른 가게도 즐비한데

난 매번 이 가게만 다닌다.

엄마같고 셈이 끝나면 꼭 시든 야채를 덤 으로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들 많은데 골라서 반찬 해 먹어...

어떨 땐 팔다 남은 거라며 아직 돈 받고 팔 수 있는 물건도 그저 주신다.

 

오늘은 행사 국을 쑥국을 끓이기로 했기에

할머니 가게에는 살 물건이 따로 없었지만

인사 차 들렀다.

\"할매요~~물건은 살게 없고요...그냥 왔어요.\"

높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데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매들.

\"와?? 오늘은 암 것도 없나?ㅎㅎㅎ\"

\"예...다른게 필요해서요.그냥 갈라니 좀 섭섭하지요?ㅎㅎ\"

그런 인사를 하는데 할머니 한분이 내가 입은 잠바가 좋아보인단다.

\"따시게 생깄네...참 좋구만...\"

\"할매요..그라머 벗어 드릴까요?\"

난 벌써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시면서도 눈은 웃고 계신다.

얼른 벗어서 주머니만 확인하고 할머니 등에 입혀 드렸다.

\"가볍고 따뜻해요.새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 입으세요.

 전 집에 가면 다른 옷 또 있어요.\"

할머니는 진짜 벗어 줄거냐시며 반신반의.

그러시면서도 손은 내 옷을 받아들고 서 계신다.

 

늘 야채를 들고 내야 하시는 할머니 두분.

흙에.. 풀물에.. 맑을 날이 별로 없으신 할머니들.

누군가가 나한테 선물 해 줬던 옷인데 나보다 더

필요한 할머니한테 드리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그 옷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집에 다른 옷이 더 있으니 하나쯤 드려도 헐벗지 않을 것은 분명하니.

남편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입고 갔던 옷을 벗어 드리고 오는

아내가 웃긴다는 듯 씨익 웃고만 서 있다.

\"안 춥겠어? 아직 시장 덜 봤는데?\"

\"한 겨울도 아닌데 뭐...견딜만 해요.\"

바닷바람이 꽤 쌀쌀했지만 반대로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

내 옷을 받아 들고 웃고 계시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시장 봐 둔 것을 차에 싣고 돌아 오는 길은

공연히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근데...

오뉴월 곁불도 쬐다가 멈추면 섭섭하댔는데..

춘삼월에 겉 옷을 벗어 드리고 나니 아직은 목이랑 등이 썰렁하다 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