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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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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자였다.


BY 새우초밥 2009-02-02

 

 

 

   설날연휴때 경기도를 비롯한 서울과 충청도쪽으로 사람의 무릎까지

   푹 빠지게 만드는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이런시절 처음 경험한 함박눈은 저는 기억이 잘 없지만

   시골 할아버지의 생신때 수 많은 친척분들이 같이 찍었던 사진속에서 보이는

   시골에서 흔히 구경할 수 있는 함박눈이였습니다.

   1년에 한번 초등학교를 빌려서 행사를 치루는 총동창회에 가면

   사람들이 천막을 치는데 그때 할아버지의 생신때도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피하여 위하여 천막을 치고 사진을 찍었는가 봅니다.

 

   8년전 PC통신을 하면서 알게된 여자 동생이 있었습니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근처에서 거주하는 그녀와 PC통신 대화방에서 자주 만났고

   격의없이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순간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고향이 포항이라는 그녀는 처음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20대 중반인 그녀는 요즘 사람들처럼 전혀 때가 묻지 않았고 참 귀여웠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자체가 즐거웠고 알아간다는 것이 너무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이였습니다.

 

   마침 저는 PC통신상에 어떤 모임에 들어가 있었고 글을 몇개 올렸습니다.

   그런데 겨울에 모임에서 책을 발간한다고 합니다.

   물론 저의 글도 수록되어 있는데 마침 그녀도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할겸

   서울 올라가서 그녀를 만났고 그때 한참 서울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같이 책 받기위하여 그녀하고 같이 서울 상봉동에 위치하는

   상봉 초등학교를 찾아가는데 길바닥에 쌓아있는 눈을 피하면서 걸어가다보니

   너무 늦게 도착했지만 저하고 만나게 되어있던 회원분은 기다려주셨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전부 돌아가서 학교는 너무 조용합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어느 누구도 밟지 않았는데 하얀 눈들이 운동장을

   가득채우고 우산을 같이 쓰고 서무실로 들어가는데

   그때의 마음이란 내 곁에 있는 그녀가 여자로 보이는 것입니다.

   서무실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있는동안 또 다시 눈이 내리는데

   창가에는 양쪽으로 고드름이 보이고 또 다시 내리는 함박눈은

   저의 마음을 어느 동화속의 소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눈이 내리는 운동장으로 나오면서 우산을 쓰고

   같이 걸어가는데 저도 모르게 아무도 없는 운동장 중간에서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우산속에서 그녀와 키스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지

   저도 남자였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8년이 흘러간 현재,

   그녀는 아마도 결혼을 했을지..다시 포항으로 내려갔을지

   이제는 그 아이 이름마저 기억을 못합니다.

   제가 2000년 들어서 이식과 투석을 하면서 정신이 없었고

   그리고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PC통신이 사라졌기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