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복이 참 많다.
칠남매 형제중에 큰언니가 제일먼저 시집을 가서
친정 형편이 너무나 어려울 때 언니는 조카들을 낳아 길렀다.
엄마는 어린 동생들 뒷바라지에 시집간 첫째딸과 준비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태어난 손자들을 돌 볼 겨를이 없었다.
언니는 친정식구 없는 결혼식을 눈이 퉁퉁붓도록 울며 올렸고
딸의 결혼식에 가지못한 친정엄마는 평생을 그 죄를 갚으려
발버등 치시며 살고 계신다.
반면 난 결혼안한 오빠가 외국에 나가있어 친정이 조금 경재적
안정이 되어가고 언니네 아이들도 모두 자라고 집안에 아이들이
없을 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으니 다 자란 외삼촌들과 아이를
다 키워놓은 이모 즉(내 언니)가 여유가 있어진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고 작은 내 아이들을 땅에 내려놀 시간이 없이 사랑을 퍼부어 댔다.
그런 세월을 지나 내 아이들은 자랐고 남동생 넷과 오빠 하나 그리고
언니의 딸인 조카가 시집을 가서 낳은 아들까지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아홉명이다. 모두 구미 친정을 중심으로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모습이 때로는 멀리 혼자 떨어진 나에게 부러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속의
요지경 세상을 아마도 아는 사람들은 익히 알리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우리집에 할머니를 따라 세 명의 어린 조카들이 왔는데 모두
작은 미니 게임기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뭐라 그 이름을 얘기 하는데
암만 들어도 입력이 안 되는데 닌뭐시기라 그냥 그런게 있나보다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 키울때 테트리스 정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근 한달 엄마가 우리집에 오셔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참 놀라웠다.
난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그 또래 애들이 없어 몰랐고 그때 유행하는
것들을 친척들이 서로 사주니 그런 걸 몰랐는데 조카놈들이 아홉 모이면
그 중에 그 게임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녀석은 왕따가 된다는 것이다.
하나 둘이여야 어떻게 해결을 해주지 엄마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못가지고
온 손자는 울고불고 그 부모는 아이를 몰래 끌고 들어가 때리고 난리도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극심한 불황에 실직한 동생들이 많아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도 또 힘들어 지다보니 그 속상함 속에서도 선뜻 사줄 수 없는 마음이
부모로써 얼마나 아플까 자식키운 어미 심정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였다.
구정에 친정엘 들렸더니 올케들 친정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섯명이 모두 다시
집결을 했다. 그 마음씀이 얼마나 고마운지 멀리서 온 형님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며 역시 모인 아홉명의 조카들 잊었던 그 닌텐도를 들고 왔다.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아이들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대학생인 딸도 아들도
그걸 갖고싶다고 해서 내가 말랑말랑 두뇌게임을 한번 해봤다.
작은 아이 수준과 어른수준 얼마든지 칩으로 변경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어쩌면
노트북 정도 집을 뒤집고 뛰놀던 아이들의 세계가 없다.
침대에 쪼로록 걸터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컴퓨터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던
진풍경도 없다.
그 중에 셋째네 두 딸만 동그마니 앉아 다른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아이들이 손가락을 입에넣고 옆눈으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돌아오는 길 셋째를 슬쩍불러 주머니에 닌텐도 값을
쑥 집어넣었다. 동생을 얼굴이 벌개지며 손사레를 치며 날 잡았지만 내가 집에가서
조금 아주 조금 더 허리띠 졸라매고 살면 된다며 손을 꼭 잡아주었다.
딸들이라 철이 더 일찍 들었는지 엄마 아빠에게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조카들
외가 다녀오는 내내 아빠 기름값 걱정만 했다는 어린 조카들.
남편이 꼭 그렇게 해주라며 몇 번씩 당부를 한다.
남편도 고맙고 어린 조카들도 고맙다.
오늘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할말은 없고 정말 열심히 살겠노라고 난 그들이 힘들게 사는게 마음 아프지 않다.
다만 그 속에도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음을 알고 살기를 바랄 뿐이다.
고만고만 자라나는 조카들이 마음에 상처입지 않고 밝게 자라준다면 난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개미허리마냥 허리띠를 졸라 메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참 말랑말랑 두뇌게임에서 난 6급 ㅎㅎㅎ 어쩌면 뇌가 굳어 질지도 모르니 조심
하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