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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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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를 만나다니...


BY 바다새 2009-01-22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다.

그저 노래가 감미로우면 따라 부르곤 할 뿐이다.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 드라마라면 감동적으로 느끼면 되었다.

손사래를 칠 정도로 싫어하는 연예인 또한 없다.

 

 


일은 어젯밤 꿈속에서 전개된다.

어릴 적 친구들이 두 명 등장한다.

함께 여행을 간다며 신이 나서 짐을 꾸린다.

뭐 제주도 끝이라던가.

근사한 산장에 짐 풀고 들떠 얼굴빛이 홍조를 띤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해방감이냐, 남편과 아이들 떼어놓고 홀가분하다느니

사십 중반의 여자들은 쌓인 수다보따리를 풀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갈대밭을 오래 걸어 다녀 다리가 쑤신다며 내가 먼저 벌렁 드러눕는다.

따끈한 온돌방이다.

덩달아 친구들도 하나씩 편한 자세로 긴장을 풀고 쓰러진다.

스르르 졸던 내가 언뜻 잠이 깨며 누군가를 크게 불러댄다.

“자기야! 어디 있어? 이리 좀 와봐!”

이런! 여기까지 남편을 끌고 온 것이란 말이냐.

꿈이었지만 내 꼴에 머리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어? 왜 나불렀어....뭐 필요한 거 있나?”

다정하게 웃으며 다가온 남자.

세상에나 망상에나! 그는 바로 가수 ‘비’였다.

 

 


갑자기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벌떡 일어나 몸을 추슬러 앉으며 당황하는 말투로 물었다.

“아이구...참나! 가수‘비’맞죠? 왜 여기 왔어요? 어떻게 들어왔죠?”

“왜 그래요? 우린 연인사이잖아요. 잠이 덜 깬 거예요?”

“이봐요 총각! 정말 왜 그래요. 지금 연기연습해요? 어른 놀리면 벌 받아요. 촬영 때문에 왔다가 방을 잘못 찾았나본데...., 얼른 나가세요!”

 

 


비를 좋아하는 팬들이 들으면 돌 맞을 일이지만 나는 그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관심이 없다.

헌데 뜬금없이 이게 뭔 일인가 싶다.

나를 연인으로 사랑한다니 말이 되는가.

개꿈이다 싶으면서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나.

“근데, 날 왜 좋아해요? 보다시피 똥배 나온 아줌마에 나이도 그대보다 스무 살은 더 먹었을 걸. 하하하 진짜 어이없으니 웃음이 다 나오네!”

“아줌마는 울 엄마를 닮았어요. 말투나 음식 맛, 웃는 모습까지 모든 게 닮았어요. 곁에 있으면 맘이 편해져요.”

눈가에 물기 촉촉이 적시며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계속 나를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참나! 가엾은 마음에 덩달아 손을 맞잡고 울어주긴 했는데 뭘 어쩌란 것인지.

 

 


꿈속에서조차 너무나도 기막힌 상황이라 도피하고 싶어졌다.

문을 박차고 냅다 달음박질쳐버렸다.

갈대밭이고 모래밭이고 마구 달렸다.

가지 말라고 멈추라고 소리를 질러대며 따라오는 건장한 청년 가수 비.

가히 삼류영화의 한 장면이라 할만하다.

곧 잡힐 듯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진다고 느껴지려는 찰라 돌부리에 걸린 내가 퍽 엎어지고 만다.

다시 일어서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어서 들리는 엔진소리.

눈은 떠지지 않고 손만 바닥을 더듬는다.

습관처럼 폴더를 여니 천지가 박살나듯 낯익은 그 목소리.

“뭐야? 애들 방학이라고 여태 자는 거야? 이 여편네가 늘어지게 늦잠자고 있다니.”

 

 


휴! 꿈이었구나.

뭐야? 근데 이 남편아저씨는 일분만 늦게 전화하면 안 되는 거였어?

월드스타와 뜨거운 포옹이라도 한번 해본 뒤 깨울 일이지.

하여간 평생 도움 못되는 양반이군.

쩝! 

아쉬운 듯 입맛 다시며 허무맹랑한 개꿈은 그렇게 박살이 났다.

참말 다행이다. 이 정도에서 박살나서.

아침밥 먹으며 딸아이에게 꿈 이야기하니 박장대소 하느라 밥을 못 넘긴다.


꿈으로 끝나긴 했는데 참 이상도하지.

아무관계 없는 가수‘비’가 안쓰럽게 다가오니 말이다.

요즘 그는 엄마생각을 하고 있나?

별 걱정 다하며 슬쩍 관심이 생긴다.

예지몽을 잘 꾸는 오랜 경험 때문인가 보다.

 

 



*말 꼬랑지: 가수 ‘비’팬 여러분! 후환이 두려워 한 말씀드립니다.  저요 비랑 아무사이 아니랍니다. 꿈이야 맘대로 꿀 수 있는 사항 이 아니잖아요.

이해해 주세요! 흐흐흐....(비겁한 웃음)

 

 

 

 

아컴님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명절을 맞이하네요. 몸살나지 않게 건강  챙기시고 설 명절 잘 보내세요. 미리 인사드립니다. 아줌마들 파이팅!!!!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