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7
아들녀석은 계약을 서두르고, 남편은 안된다고 반대하고, 나는 누구편이 되어야 할까.
눈을 감았어.
예전에 아파트 살 때 일이 떠올라.
아파트 계약을 하고 왔다는 내게 남편이 화장실이 몇 개냐고 물어.
생각이 안나기에 모른다, 그럼 뭘보고 계약을 했냐, 그 아파트 앞에 놀이터가 있고 화단을 가꿀 터가 있기에 했노라, 하였지.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되었어.
그런데 마찬가지야.
건물 앞 버려진 땅, 건물 옆 잡초 우거진 땅, 주차공간 옆 잡초밭, 옆 건물과 사이의 언덕받이, 길 건너 잡초밭, 또 그 옆에 잡초밭, 조금 떨어진 가게 앞 빈 터…이모두가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뀐 모습만 떠올라.
미쳤거나 뭐가 씌인게야.
하루가 멀다하고 아들은 전화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고 남편은 얼굴이 벌개져서 안된다고 화를 내고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은 하고싶다로 기울고.
마음은 하고 싶다로 기울지만 남편 말도 이해하겠는거야.
제 정신 가진 사람이면 누가 그런 곳으로 밥 먹으러 오겠어.
아들녀석은 미국사람은 그런 것 신경 안 쓴다고 제 아빠가 별 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들 녀석이 별나거나 철이 없는 거지.
그 어미인 나도 별나거나 철이 없는 것인지, 자꾸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뀐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그 자리에 미련을 버릴 수가 없어.
처음엔 남편을 설득해서 모두 한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설득이 안돼.
남편은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이야.
화단에 물을 줄 때도 꽃을 잘 피우고 있거나 싱싱하게 자라는 나무에 물을 주지, 옮겨심어 배실배실하거나 어려서 눈에 띄지 않으면 물도 주려하지 않아.
성미가 급해서 시간을 두고 가꾸는 것은 상상을 못해.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 대화도 안돼.
그저 말만 꺼내면 싸우고 또 싸우고 날마다 싸우지만 진척이 없어.
남편이 아는 사람들 모두 절대 그곳에 하면 안된다고 남편에게 충고들을 하였지.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식당자리로는 가장 나쁜 곳이라는 거야.
그러니 남편을 설득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야.
남편 말을 빌리면 난 집구석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여편네인데 내 말을 들을 남편이 아니지.
아들이 언제까지 아빠하고 싸우고만 있을거냐고, 엄마가 결정하래.
에라 모르겠다.
계약하기로 했지.
여지껏 살면서 남편과 의견의 일치를 본 기억이 별로 없어.
남편이 좋은 것은 내가 싫고, 내가 좋은 것은 남편이 싫고, 대화도 안되고, 어차피 우린 일방통행이었는걸.
계약을 하기로 결정하고 계약서에 싸인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