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수학선생 7년하고 그 다음은 전업주부로 밥하고 빨래하고 애키우는 것이 내 일이었어.
학원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친구가 괜찮은 직업이라고 날더러 같이 하자는데 맘에 내키지 않아.
수학선생 경력은 영주권 받을 때 유용하게 써 먹은 것으로 족해.
난 선생노릇은 싫더라고.
오죽하면 대학을 괜히 다녔다고 후회까지 했다니까.
대학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수학선생 같은 것 하지 않았을 것이고, 훨씬 더 신나는 기회가 많았을텐데…이러면서.
한번 해 보고 싫으면 그만이지, 두번씩 싫은 짓을 왜 해.
밥장사를 해보고 싶었어.
잘만 하면 밥장사가 적은 자본으로 빠른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어떤 책에서 봤거든.
장사는 남과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야 된다고 그러기에 어떻게 남과 다른 식당을 할까…생각해 봤지.
남편이 한국음식은 장사하기에 그닥 좋은 음식이 아니래.
반찬이 너무 많아 차리기도 함들고, 치우기도 힘들고, 원가도 많이 들고, 먹는 사람은 실속이 없다나…
그래?... 그럼 반찬없이 그릇 하나에 간단하게 실속있게 담아주면 되겠구나…
식당을 해 본 사람들이 음식점은 주방장이 곤조를 부려서 힘들다고들 그래.
그래?…그럼 주방장없는 음식점을 해 봐야지.
음식은 주방장만 하란 법이 어디있어.
식당 주방장은 아니었지만 나도 주방 경력이 이십년이 넘은 사람인데 말이야.
내가 본 미국에 있는 한국식당들은 주 고객이 한국 사람이야.
발효식품이 많은 한국음식은 냄새가 너무 강해서 한국 식당이라면 아예 들어가는 것도 싫다는 외국사람이 많다더라고.
그렇구나…고개를 끄덕끄덕…
미국에서 파는 중국음식은 중국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고 미국사람들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파는 것이래.
그 말에도, 그렇구나…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미국사람을 대상으로 하려면 명심해야 될 말이니 두어번 더 끄덕끄덕하고…
식당을 하려면 식당 부엌을 구경이라도 해 봐야 할 꺼 아냐.
이미 알아봤는데, 경험도 없고, 나이가 많다고 취직은 어렵더라고.
식당 부엌을 구경이라도 할 수있게 도와 달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부탁했지.
세상 참 매정해.
우리 도와주겠다고 큰소리 치던 회장님도 슬쩍 빠지고, 식당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선배님도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시고.
두고보라는 놈치고 무서운 놈 없다지만, 두고 봐라, 몇년 후에는 느네들보다 잘한다 소릴 들을 테니까…오기가 생기더라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난 놈이 아니고 여자니까…
아들녀석하고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만들었지.
결혼 후 울엄마 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던 갈비찜, 사실 나도 갈비찜은 책에서 보고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