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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이런날도 있네요


BY 오월 2008-12-07

엄마,잿빛 하늘이 무겁게 내려와 안 그래도 위태로운

벌거벗은 미루나무 위에 걸린 까치집을 내리 누르네요.

퐁퐁 포근한 눈이 내려주면 그림이 좀 되련만 살벌하고

축축한 기분을 전환해 보려고 향기가 좋은 진한 국화차

한잔을 타고 손바닥으로 전해오는 기분좋은 온기를 가슴으로

느껴봅니다. 자식욕심 많으신 우리엄마 제가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뭐 하고 계실까. 부지런 하시니 또 옥상으로 집 앞뒤로

벌써 동네 한 바퀴는 당연 돌고 오셨겠지요.

 

세상의 끄달림에 한번도 쉬어 보지 못하시고 구정물 통에서

손 마를 새 없이 살아오신 70평생 아마도 누구보다 무서운

병마가 엄마몸에 찾아들어 호된 꾸지람이 없었던들 아직도

엄마는 그 일을 하고 계셨겠지요.

 

어쩌면 아버지의 몫까지 오롯이 짊어진 엄마의 삶.

7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살아오신 그 삶

비록 저를 가르치지 못하고  키우셨지만 제가

부모님을 원망 할 수 없는 이유는 꼭 하나 있답니다.

부모님으로선 최선을 다하신 그 마음을 알기에 늘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아린 손가락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답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 비치든 날 멀리 돈벌어 오겠다 산넘어 가신 아버지

소식을 기다리며 하루를 지내다 꼴딱 산너머로 그 기다림처럼 곱던

해가 넘어가 버리든 날 커다란 항아리에 몸을 의지해 그 많은 자식을

끌어안고 죽자 우리 같이 죽자 하시고 통곡하시든 날 오빠가 자신이

열일곱 살 까지만 엄마가 힘들어도 살아주면 그때 부터는 자신이

책임질태니 우리 죽지말고 살자 했었지요.그 모습이 엄마 정겨운 풍경

처럼 그렇게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어요.

엄마라는 그 따뜻한 단어를 한 번도 불러본 기억이 없다하신 엄마.

그래서 그 고난의 세월을 겪어 내시면서도 내 자식에게만은 엄마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게 세상에서 제일 큰 행복임을

강조하신 그 서러운 마음을 그 힘으로 버텨내신 삶이라는 걸 압니다.

 

엄마와 24년을 살고 시집와 또 그 햇수만큼 살았습니다.

아직도 그 산골짝 메아리치는 엄마의 핏빛 울음들이 제 가슴에

메이리 칩니다. 엄마의 그 한많고 질퍽한 삶을 무엇으로 어찌 작으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만은 엄마의 손녀딸이 제 딸이 여름에 근근덕신 모은

용돈으로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뱃머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결심한

바가 있었답니다  내 할머니는 내 엄마는 아직 비행기도 한번 타본적 없고

여행한번 해 본적 없는데 난 어린 나이에  이렇게 누리고 사는구나.

돌아가면 다음에는 기필코 할머니와 엄마를 모시고 삼대 여행을 한번 계획해

보겠다 저보고 딸이 물었어요 \"엄마 적금을 하나 들고 싶어요\" 그렇게 하지만

 

적은 용돈에 적금이라니요 제가 말렸더니 주말 2틀은 웨딩홀에서 예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수업이 없는 화요일은 독립기념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근근덕신 모은 돈이 몇 달사이 100만 원이 되었답니다. 목표가 있는 삶이 이렇게

보람있는줄 몰랐다며 늘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하든 아이가 방학 이용해

잠시 시간내어 다녀올 생각으로 28일 출발하는 패키지를 예약 했답니다.

이제 한번 움직이는 것도 무리인 엄마  초등학교 소풍날을 잡아논 듯 가슴 설레이는

딸과 손녀가 한 짓이 혹 아픈 몸에 무리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가슴 졸여 집니다.

 

형제들 한태도 쓸데없는 짓 했다 원망 들을까 조마조마 했는데 언니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인데 하면서 50만 원의 거금을 내 놓았다는 소리를 듣고 안심하고

여행을 추진 했습니다. 엄마 엄마의 영원한 마음벗 사위도 기꺼이 비밀 금고를

열겠다네요. 그 절절한 사연들을 그 서러운 세월을 다 가슴에 담고 가실 엄마.

하지만 이번 삼대가 떠나는 여행에서 만큼은 다 다 다 잊으시고 행복한 미소

마음에서 진정 우러난 행복한 미소 지어주세요.

 

혹 바닷가도 처음은 아니신지 이 글을 쓰다 또 목이 메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엾은 삶은 그래도 아니였기를 아직도 엄마 눈물 먹고사는

못난딸 따뜻한 엄마손 잡고 따뜻한 딸아이 손 잡고 거친 파도앞에 당당히

서서 맘껏 웃어볼 날을 어린아이처럼 기다립니다.

낳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상에 절 있게해 주신 그 은혜 하나 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사시는 날까지 엄마 그래도 행복하시기를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픈 여행이지만 우리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그 자식 욕심 많으신 엄마  마음대로 다 해주지 못해 아팠을

그 마음 전 알아요 자식을 키워보니 못받은 아픔보다 내 자식에게 맘껏 해주고

싶지만 못해주는 그 심정이 더 많이 아프다는걸 깨달았어요

살아계신 그 하나 만으로도 큰 힘을 얻고 사는

(못난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