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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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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2) *깁니다. 바쁘시면...다음에, 읽으셨으면.


BY 菁 2008-12-05

그 겨울의 멀미가 무심결에 가라앉자 봄이 왔다.

넝울넝울 아지랑이가 햇살 가득한 곳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지랑이가 반투명 그리자를 하늘거리면,

왜?  \' 나빌레라~ 나빌레라~ \' 하는, 싯귀가 떠오르는지... 알 수 없어요.

왜?  목간통에 퐁당 들어가, 희고 긴팔을 훨훨 저으며, 따르르르 물 소리를 내던,

전설의 고향에 나왔던, 그 여우의 반뼘짜리 깊이가 닿을듯, 말듯 하는지... 알 수 없어요.

 

그 해 봄에 선을 두어번 더 보았다.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가족과 친지가 놀랠만한 기이한 상황이...

건설회사 다닌다던 H군도, 콩나물 공장에서 사장의 아들로 가업을 잊는 다던 K군도,

커피 마시고, 잘 헤어져서는, 예닐곱번 전화를 하고, 결혼얘기를 슬슬 꺼내더라.

오호!  신기하도다!  

내, 나비처럼 거닐고, 꽃처럼 웃어 보아도,

어느, 한 놈(?)도 차한잔 같이 하자는, 용감한 녀석이 없어,

무우 다리와 삭막한 자태를 비관하게 만들더니...헛참!

 

진작에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결혼하고 싶은 여자 축에 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스무살부터 선을 봐서, 실컷 두루두루 섭렵하며,

결혼 하고 싶어하는 남자에 관해, 파헤치고, 종류별로 나눠서, 통계내어, 책이라도 써 볼 것을.

결혼 못한 여자들에게 한권씩만 팔아 해치우기만 했어도...  부자로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을.

이제부터라도 선을 닥치는대로 볼 것이며, 내게 주어진 한시대를 풍미하겠노라고 결심하였느니.

벼레별 기고만장한 생각을 다 했다.

기고만장, 오만방자 하여서, 화장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맹 얼굴에 카르멘의 가면을 뒤집어 쓰기 위하여!

그러자면, 쌍권총으로, 수류탄으로 쓸, 루즈와 마스카라등등 무기가 필요했던 터다.

 

어릴때부터 듣던 지겨운 말이 있다.  

착하게 생겼다.  

참하게 보인다.  

얌전하다.  

차분하게 보인다.  

맞며느리 감이다.

낭랑18세에 접어드니, 그런 말을 하는 어르신을 맥랑하다고 여길만큼, 뵈는게 없이, 지긋지긋 하였다.

그러니, 보란듯이 두터운 화장을 일 삼았다.  가면이지...뭐.

그땐, 입술에 라인을 진하게 그려 넣어줘야 입체감이 있다고 하여, 그리 했었다.

선이 촌스럽다고 느끼던 내가 촌스러움의 극치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판 불변이라고 하였던가?

중매쟁이들마다,  어김없이, \" 듣던대로 참 하오! \"  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따분했다.   결혼이고 뭐고, 선이고 나발이고, \' 연애결혼은, 어찌 할꼬? \' 싶은, 상심에 빠져들었다.

참 이상하지? 

선을 보러 가고자 걷고, 차를 타고, 뛰며 시계를 볼 때에도, 

창밖을 보며 턱을 고여도, 야간열차를 타고 종착역까지 혼자 가도,

한 녀석도 다가오지 않더니, 선 보려고 의자에 앉기만 하면,

너구리 목도리처럼 착착 감기려고 대드는 녀석들이 너무 이상하잖나?   너무 어이가 없잖나?

알 수 없어요.   금성에서 왔는지, 토성의 뒷별에서 왔는지. 

 

그런중에, 들어 온 선은 흥미로웠다.

나를 멀리서 봤다는, 남자를 만나기로 했다.

나도 그 남자를 보기야 했지.    얼핏...

오토바이를 타고, 치마를 입고, 안 감은 머리를 빨아야 할 걸레처럼 엉클고선, 그 남자를 봤지.

그곳에 도착해서, 쓰립빠를 찍찍 끌며, 라면 좀 끓여 먹어도 돼냐고? 

TV연속극 드라마는 끝났냐고?  라면 먹자마자, 집에 가야하니깐, 오토바이 수리 잘 하라고.  

트레이닝 바지 하나 있으면, 빌려 달라고.

급하게 오니라고, 엄마 나이롱치마를 입고 와버렸다고. 

서슴없이 떠들며, 그 남자가 나를 관찰하게 만들었지. 

오토바이 수리가 끝나자마자, 

똥색 트레이닝 바지를 빌려 입고서, 빠라바라 빠라밤 하고 와 버렸지.

 

그러니... \' 이번엔, 기필코 차여 보리라! \'  하면서, 신이 났었다.

겁도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결혼 합시다! \'  하는, 낮도깨비같은 사람이면 어쩐다?   싶어서.

그 남자는, 친척 언니의 집에서, 자동차정비를 한다고 했다.

언니는, \' 카센터\'를 하며,  지지고, 볶고 살고 있었고.

형부는, 그 남자를 옆에 앉혀두고, 그 남자의 얼굴에 강철판을 깔았다.

능력있고, 얼굴 잘 생기고, 성격 좋은데다가, 성실하나니...

성실한데다가 인사성 밝고, 일은 끝내주게 철저하게 잘하고, 조만간 사장님이 될것이고등등.

남자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물잔을 꼭 쥐고 있었다.

내가 어쩌겠는가?  \"  네... 그러세요.  \"  했다.

형부가 요란스럽게 퇴장하자, 남자는 물잔에 담긴 물을 파도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선을 좀 본 내가 알려줘야 겠구나 싶어서, 커피 시킨다고 하고, 커피를 시켰다.

목화다방의 커피는, 과립형이 아니고, 가루형였다.  

그래서일까?  국민학교 6학년이 된 느낌으로 커피를 홀짝거렸다.

남자가 말이 없었다.

그럼 이만 나가자고, 내가 그의 형처럼 번쩍 일어 섰더니, 여동생처럼 따라왔다.

그가 일어서자, 내 머리가 그 남자의 어깨에도 못 미침은 물론이고,

10cm짜리 힐은 가서롭게 놀라 파르르 떨었다.

그 남자는, 키로 나를 압도 하고는,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더니,

다음엔 어찌해야 하냐고?  묻는 여동생처럼 서 있었다.

어찌하기는... \' 형, 따라 와라! \' 하면서, 다방을 나왔다.

일층의 목화다방 위치가 맘에 들었도다.  

무우 다리로 계단을 오르면... 끄긍.

 

형이 된 기분으로, 선은 커녕 미팅도 못 했을 그남자에게 선 많이 본 선배로써, 말 했다.

\"  XX산이나 가 볼까요?  날도 좋네요.  \"   내가 말하고, 내가 놀랐느니.  

뵈는 것 없이, 카르멘 가면을 뒤집어 쓴 용감함이 씩씩하고 무지막지 했던 나.

남자는, 씨익 웃으며 그러자고 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불길한 전기가 통했다.

\' 오늘도 멀미 하는 것 아닌가?  \'  싶어서.

남자는, 큰도로에 진입하기도 전에, 목화다방 앞을 두번이나 오락가락 하더니,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한숨만 팍팍 쉬었다.

그러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는, 길치들의 만남 앞에, 나도 한숨 팍팍 나왔다.

 

큰도로로 간신히 진입을 하더니, 쭈욱 가다 말더니, 좌회전을 하더니 차를 세운다.

\" 제가 여기, 지리를 잘 몰라서...  지도, 좀 보고요.  \"  하는 것이다.

난, 웃으며 속으로 말 했다.   \' 지도를 그리시겠지...... \' 

남자는, 긴장을 했는지,여자처럼 핸들을 부여잡고, 운전을 했다.

난, 창밖을 봤다.   속으로 말 했다.   \' 그러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더니... 끄긍.   \'

남자는, 차를 세우더니, 오늘은 이만 돌아 가자고 했다.

여자는, 피식 웃으며, 백화점 앞에 차를 세워 달라고 했다.  

알아서 집에 가야겠다고.  멀미가 심해서, 버스를 타고 싶다고.

남자는, 미안하다고 했고, 연락처도 묻지 않았다.

여자는, 신이 나서, 백화점이 보이자마자, 안전벨트를 풀고, 오토바이 떠나듯이 휘릭 떠나왔다.

여자는, 버스 창을 열고, 바람을 쏘이며, 시원시원 하다고 느꼈다.

먼저 산에 가자고 한 여자때문에, 고생한 남자는 연락도 안 하겠지 싶어서.

하지만, 이목구비 뚜렷하고, 훤칠한 키는 남, 주기엔 아깝다는 생각도 더불어 했다.

 

사나흘후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  있지... 우리, 정비사가......  일을 못한다?!  

   너랑 결혼하고 싶다네?  넌, 싫어?  전화도 없고 해서...

   영 아니야?  괜찮은 사람이야.   하는 일이 맘에 안 들어?  \"

 

이런, 우그러질! 씨레기가 물에 끓여 풀어질!

결혼이라고?    이럴땐 속으로 말하기가 곤란하다.

\"  환장하네!  결혼?!  \"

 

언니의 설득과 압력에 못 이겨서, 잘 생긴 얼굴과 키에 못 이겨서,

한번 더 만났다.  

다시 보니, 얼굴이 하얗기까지 한데다가, 웃으면 탈렌트 지상렬(가명)씨랑 똑같지 뭔가?

낮도깨비에 홀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탈렌트라니... 웃긴다.

두번째 만남이니까, 밥을 먹자고 했다.  내가 형처럼 밥 먹자고 했다.

일식집에 갔다.   난, 일식 안 좋아 한다.

취미가 뭐냐고 물어 왔다.    난, 취미 묻는 사람이 재미없어 보였다.

남자는, 헤어질 무렵에 말 했다.

\"  저, 처음에 어디서 봤어요?   나는......  \"  하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여자는, 안전벨트를 풀다 말고, 말 했다.

\"  어디긴요?  그때, 오토바이 고치러 갔을때 봤지요.   저, 못 봤어요?  \"

남자는, 씨익 웃으며, 그때 자신을 보았냐고, 그랬냐고 기뻐 하기까지 했다.

여자는, 별스러운 일 아니라고 여겼다.

\"  그땐, 본척만척 하고...... 헤헤.  \"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기름이 묻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숨다시피 하며, 나를 봤다고 했다.

여자는, 그러냐고 했다.

 

남자는, 그후로 전화를 매일매일매일 했다.

여자는, 결혼 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다.

왜냐면, 술 취해야 용기를 내어보는 남자였기에.

술이 취해서, 오늘도 보고싶었다느니, 태어나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느니,

미치게 사랑한다는니, 아니... 죽도록 사랑한다느니...  했다.

그런고로, 매일 술 먹고, 용기를 내어 보는, 남자에게 할 말은 한마디.

\" 이제 전화 하지 마세요.  안녕히지내세요.  \"  였다.

 

참으로, 얼굴과 풍채가 아까운 남자였다.

인연이란게 신기해서, 어느해 겨울에 그를 엉뚱하게 서울의 한가운데, 백화점에서 만났다.

크리스마스였고, 캐롤은 울려 퍼졌으며, 불빛은 꿈처럼 아울거렸다.

그는, 놀래서 기절할 듯한 얼굴로, 얼음처럼 서서 여자를 바라만 보았고,

여자는, 형처럼 웃으며, 잘 사냐고 먼저 호탕하게 물었다.

남자는, 연락처를 물었고, 여자는 망설이다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랬더니... 또, 술이 취해서, 하늘이 주신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 남자는 모르고 있었다.

여자는, 그런 말들을 싫어 한다는 것을.  커피도 이제는 블랙만 마신다는 것도...

선만 보다보니, 운명적인 만남을 멀게만 느끼며 살게 된 것 마저도.

어느날, 남자는 과하게 취해서, 전화를 했다.

\"  나는, 요즘 매일 당신을 안는 꿈만 꾸고요...... 사랑해서, 힘들어요.

   이런, 운명적인 만남.........  \"

 

다음날 남자가 숙취에서 완전 벗어 났을 무렵에 여자는 전화를 했다.

\"  전화 한번만 더 해라!  죽을 줄 알아!  \"

 

남자는, 그 후로도 전화를 했지만, 낮에 했고, 취하지 않았는지, 말이 없었다.

술 취한 상태로 운명을 받아 들이면, 안 된답니다.

관상가들은, 그의 얄상한 턱선을 의지박약 하다고 하더라.

그의 심하게 반짝이며 촉촉한 눈동자는, 술에 취해야만 열혈 남아가 되었다.

촉촉한 눈동자를 조심해야 한단다.

운명을 너무 믿는 나머지, 모두가 자신의 운명으로 느낀다고 하더라.

\' 다...  모두다, 사랑하리. \'  하면서.

지금쯤 어디선가 \" 마누라, 술 취하니까, 당신이 너무 이뻐 보이네그려! \" 할테지.

그러라지.   나와 먼 남자여!

내가 술 취했으니까 말인데... 

\"  난, 당신과 손 잡는 상상도 안 해봤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