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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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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1)


BY 菁 2008-12-03

어떻게 결혼 하셨어요?

저는, 선 봐서 결혼 했답니다.   

한때는, 그렇게 용감했답니다.  씩씩하고, 무지막지하고...

남편이 몇번째 선 본 남자인지는 따져 보기도 싫으네요.

심심한데, 선 본 이야기, 쭈악 해 줄까요?

뭐, 절절한 사연이 가득하고, 가슴 시려오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한 사람만 열심히 만나다가, 열정에 빠져들어서,

열열한 사랑을 품고, 죽어도 네가 아니면, 안된다고 믿고, 결혼한 분들은, 재미 없을 그런 얘기...

선 봤던 얘기를 하겠지만, 어쩌면...  이런저런 사람들의 얘기가 될수도 있겠네요.

뭐... 그 사람들과 부딪히는, 저의 얘기일 수도 있겠네요.

 

첫번째...

무슨 일이든, 처음의 기억은, 또렷하게 남습니다.

스물네살의 나이에 첫선을 보았을 겁니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고, 화장하는 시간도 길었지요.

엄마를 따라 태어나서, 두번째로 다방에 갔었읍니다.  

\' 커피숍도 아니고 다방이라니...

 드디어! 촌시러운 선을 보는구나!  재밌겠네! 난, 연애결혼 하리라! \' 이런, 생각을 했었읍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방에 간 기억은, 뭐... 씁쓸 합니다.

\'희서\' 그 계집애가 역 앞의 다방에서 누군가 만나야 하는데,

진실한 친구야! 제발! 같이 가달라고 했었읍니다.

진실이라는, 말에 정신을 잃어서, 학생 신분으로 다방에 갔었읍니다.

그 친구는 커피를 두잔 시키고, 어른인냥 비스듬히 앉았습니다.

희서는, 흰봉투를 받았고, 입을 굳게 다물었고, 낯선 옆얼굴을 내게 보였습니다.

다방에서 나와서는 흰봉투는, 용돈이라고 했고, 그 어르신은 엄마의 애인이라고 했습니다.

진실한 친구는, 내게 한푼도 안 쓰고, 집에 가버렸습니다.  

커피값도 그 어르신이 냈는걸. 씁쓸해. 

 

선 볼 다방은 지하였고, 계단은 어두웠다.

다방 안도 어두웠고, 심지어 의자와 탁자마저도, 어두운 밤색였다.

자만심에 가득했던 나는, 내 얼굴만 환하다고, 내내 피식피식 웃었다.  웃으려 애썼다.

그러나, 선 볼 남자의 대가족이 다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얼어버렸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고모에 고모부에, 이모에다가, 모친의 친구에, 부친의 사촌형까지.

옆 테이블의 의자까지 끌어다 앉은 모습이...  웅장하였도다.

난, 엄마랑 둘이서 갔는데... 젊은애들 말대로 \'헐~ \' 였다.

고개가 절로 숙여 졌는데, 누군가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해 보려는듯 한 말씀.

\" 시악씨가 참하게 생겼네요.   오호호호호... \"   였다.

그 남자는, 3대인가? 4대 독자라는 소개를 받았다. 

먼저 그 소개를 한 이유가 뭘까?  지금도 모르겠다.

부친은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모친은 모피를 입었으며, 가족들은 모두 검은색을 입고 있었다.

나는, 내 머리카락이 검은 색이라고 여기며 살았는데, 그날따라 갈색으로 보일만큼... 검은색의 통일였다.

심지어, 그 남자가 사는 집도 검은 지붕의 고택으로 아흔아홉 칸은 아니지만, 그 비슷 하다고 했다.

 

그 남자의 얼굴은, 여러명의 남자중에서도 기억에 남는다.

왜냐면. 가끔 TV에서 보니깐.   모회장의 얼굴과 매우 흡사하다.

관상가들은, 그런 얼굴을 귀상이라고 했던가?

어찌어찌 해서 어르신들은, 자리를 피해주자며, 다방을 나갔다.

마치, 단체로 상장을 받고, 조회대를 내려오는, 검도부처럼 우루루루 나갔다.

다방의 갑갑함을 10여분도 참지 못하겠다 싶을때, 그 남자는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나왔다!  

나오려면 일어나야 했고, 일어나면 드러났다. 

남자의 키와 여자의 무다리.

나랑 키가 똑같은 남자.    키가 문제는 아니였다.

자신의 키를 신경쓰는 듯한 남자가 다방 밖마저도, 갑갑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당시에 막 새로 나온 차를 주차장에서 빼 왔는데, 치마 입은 내가 타자니, 무다리가 곤욕였다.

이런 차라면, 산에도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드라이브 하자는 남자의 말.

선 보면, 드라이브 하나보다 싶어서. 그러라고 했다.

문제는, 길도 모르면서, 가자고 한 남자와 그러자고 한 여자.

남자는, 멀리 경기도에서 왔지만, 대충 들었으니까, 강가로 가자고 했다.

나야...뭐, 그러라고 했다.  

난, 사실 우리집과 우리집이 위치한 동과 그 옆동네를 아는 정도였다.

그런 강이 있다는 것만 알 정도였다.  서울엔 한강이 있고, 낙동강엔 오리알... 뭐, 그 정도.

그 남자는, 20분이면 강가의 커피숍에 갈 수 있다고 하더니, 1시간을 빙빙 돌았다.

그 남자가 차로 빙빙 도니까. 내가 돌겠구나 싶었다.

멀미가 심한 내가 초인적인 힘으로 구토를 참느라 얼굴이 하얗게 질색이 되어서야,

남자는, 강가의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자판기 커피 마시고, 이젠 집에 가자고 했다.   집에 가는 길은, 아는지 의심스러웠기에.

집에 도착하니, 달이 뜨더라?!   겨울이라서 그랬을테지만, 피곤했다.

남자는, 바로 전화를 했다.

미안하다고, 다음에는 지리를 잘 알아보고 오겠다고.

그후로 일주일정도, 하루에 둬세번 꼬박꼬박 전화를 해왔고,

개미라는 책을 읽고 있고,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잘 생각이라는 보고까지 했다.

30평대 아파트가 있어서, 가끔 혼자 지낸다는 말은 참고사항으로 들렸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 네...  네... 그렇지요. 네... \"

두번째, 그 남자를 만났을때, 솔직해졌다.

당장 차를 세우라고 했고, 길가에 구역질을 해댔으며, 집에는 도저히 차를 못 타고 간다고 했다.

멀미가 심해서, 차를 타면 119를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우측으로 축사가 있고, 앞쪽으로 민둥산이 있고, 좌측엔 또랑이 있었다.

그곳에서, 선이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며, 타고난 멀미체질을 비관했다.

지금도, 그 강을 멀리서 보면, 멀미가 난다.

강에 가자 했지만, 그 새 차는, 어떤 공장의 주차장에 서 있거나,

앞이 턱 막힌 채석장에 서 있기도 했고, 채석장을 벗어나 우회전 하자마자,

처음 만나 커피를 마셨던 휴게소를 만나고 말았다.  새 차는 부르르 떨었다.

그후로 3주정도 전화하던 남자는, 어느날 진지하게 말했다.

\"  저, 괜찮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그래요. \"

3주정도 전화를 받던 내가 말했다.

\"  죄송한데... 좋은분, 만나세요.   전, 아무래도...... \"

남자는, 말했다.

\"  내일, 제가 가겠습니다!  지금, 갈까요?  한번 더 만나지요.  안 될까요?  \"

여자는, 말했다.

\"  멀미가 심해서...... \"

 

그 남자의 말처럼, 괜찮은 사람였지만, 좋은 사람였지만,

관상가들은, 그의 얼굴을 귀상이라 한다지만,

멀미가 심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