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그날도 어김없이 왼손에 간단한 메모지를 챙겨들고 학교 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오른쪽 담장 너머로 얼굴을 불쑥 내민 붉은 장미와 노란 장미가 정겹게 눈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그렇게도 고운 자테에 더 이상 눈길을 주지 못하고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나의 안타까운 이 마음을 이해하려는지......
학교에 도착하니 거의 시험시간이 다 되었다.메모장을 꺼내 나름대로 요점 정리를 하고 있을때 시험감독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커닝하면 0점 처리합니다.실력대로 보세요!\"
냉정하고 위엄있는 선생님 말씀에 교실안에 긴장감이 감돌면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드디어 시험지가 책상 위에 도착했다.
아,드디어 시험을 보는구나!
그런데 갑자기 두근두근하면서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시험지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쉽게 풀 수 있었다.
앞장을 거의 다풀었을 때쯤 시험감독 선생님께서 갑자기 호통을 치셨다.
\"커닝하지 마세요!\"라면서,다시 한 번 다짐하듯 다그치시는 것이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되던지......
아! 이제 몇 문제 안 남았다.`빨리 풀고 이 교실을 탈출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앞장을 다 풀고 나니, 왠지 허탈감이 밀려왔다.그다지 어려운 문제
없는데 ,몇 날 며칠을 고생하다니......
답안지를 일찍 제출하고 나와 복도에 한참 앉아 있으니.우리 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내 옆으로 와서 42번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아니,42번 문제가 어디 있었어?\"
\"oh,my god!\"
어쩐지 문제가 쉽다 했는데,그만 뒷장을 못 본 것이다.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무릎을 치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시험은 낙방을 했고, 영원히 잊지 못할 우리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되고 말았다.
그 뒤 `실수는 곶감보다 달다.`는 말을 나의 다짐인 양 떠울리며,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늘도 왼손에 메모장을 챙겨들고 10월에 있을 한자 시험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성여중 2학년5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