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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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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남편 목사가 되면...


BY 낸시 2008-11-23

교회에 가자고 하면 남편이 싫단다.

목사가 맘에 안든단다.

목사가 맘에 안들면 당신이 맘에 드는 목사를 해야지...

농담 반 진담 반 남편더러 신학교에 가서 목사를 하라고 조른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 무슨 망발이냐고 남편은 콧방귀도 안 뀐다.

그래도 심심하면 한번씩 조른다.

하나님 부름을 받은 사람은 이미 많으니까 그냥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꼬드긴다.

자기는 그런 것 하고 싶지 않단다.

그럼 각시가 시켜서 하는 사람은 어떠냐고 꼬드긴다.

자기는 말을 잘 못하니까 설교를 할 수가 없단다.

설교를 못해서 짧게하면 더욱 인기가 있을거라고 꼬드긴다.

자기는 거룩하게 살 자신도 없단다.

거룩한 사람은 많으니까 당신 같은 엉터리 날라리가 하나쯤 필요하다고 꼬드긴다.

해를 넘기니 남편도 한번씩 그럴까 생각해보나 보다.

어제 새벽엔 그럼 한번 해볼까...그러더니 설교 연습을 한다.

 

 

전요, 하나님 부르심 그런 것 몰러요. 우리 각시가  하도 졸라서 그럼 한번 혀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시요.

우리 각시 꿈이 나이 든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인디 종교 이름을 빌리면 세금혜택이 있다고 자꾸 허라고헌당게요.

 나이 들어 뭐 헐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시 생각이 그리 나쁜 것 같지도 않고 그거라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겄다 생각이 들었시요.

글고 사실 전 거룩한 거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지금도 각시랑 날마다 싸운당게요.

싸우면 둘이 쌍욕도 잘혀요.

성질이 급해서 소리도 잘 지르고 안해야 될 말도 막 허지요.

그러고 나면 미안허니께 또 설설기어요.

빨래도 허고 청소도 허고 각시 밥도 챙겨준당게요.

사실 돈버는 재주도 없는디 각시가 돈 벌어 준다는디 설설기는 것이 손해 볼 것 읍잖어유.

성경을 읽으면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헐 때도 간혹 있고, 무신 말인지 모를 때도 많지유.

지는 기도도 빼먹는 날이 많구먼유.

기도혀도 하나님이 응답을 허는지 안허는지도 잘 모리것고 재미도 없으니께 허다말다 그래유.

사실 기도보다는 이불 속에서 각시랑 뭉그적 밍기적 허는 것이 훨 재미있다고 생각허지요.

솔직히 말허먼 죽어서 천국을 갈지 말지도 잘 모리겄고 어느땐 천국이 있는지 읍는지 확신이 읍쓸 때도 있구먼요.

글치만 모여서 돕고 사는 것이사 뭐 나쁠 것 있남유.

혼자 살먼 재미없시유.

둘이서만 살어도 재미없시유.

긍께 교회에서 같이 모여살먼 어떨까 생각은 혀 봤꾸만이라...

......

 

남편의 설교연습을 들으면서 배꼽 잡았다.

남편도 신이 났다.

둘이서 낄낄 웃다가 남편이 기념으로 합방을 하잖다.

그럼 그렇지 울남편의 속셈은 목사가 아니라 어찌 각시를 꼬드겨보나다.

못이기는척 그러면 도장을 찍자고 했다.

도장까지 찍었는데 모르겠다, 울남편 목사가 될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