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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菁 2008-11-21

어릴적 친구를 만났다.

친한 친구는 아니였고, 얼굴만 아련하게 떠오르는 친구를 만났다.

아는채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모른채 스치면서도 몇번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먼저 아는채를 해 온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같은 국민학교를 다닌게 분명하다면서...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얼굴만 아련하게 떠오르는 친구가 깜짝소식이라도 있는 듯 손벽을 두어번 치더니,

그 소식을 아냐고, 1반 반장였던 그 아이를 기억 하냐고 묻는다.

글쎄... 같은 반였던 친구의 얼굴도 가물가물 할만치 세월이 흘렀는데 어찌 알겠는가?

왜 묻냐고 물어 볼 틈도 없이, 깜짝소식은 나의 뒷통수를 쳤다.

그 아이가 자살을 했단다.

남자 아이를 재치고, 항상 어른스럽던 그 아이가 자살을 했단다.

선생님이 언제나 입버릇처럼 커서 크게 될 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 아이가......

왜 그랬냐고 물어 볼 겨를도 없이, 슬픈 이유가 나의 안구 안쪽까지 떨리게 만든다.

무척 가난했던 그 친구가 밝게 우등생으로 내내 잘 지내다가, 

부모님의 강요로 상업계고등학교로 보내지면서, 아이는 우울에 빠졌다고 한다.

집안 형편도 많이 어려웠지만, 애초에 오빠만 대학에 보내려고 했던 부모님의 뜻이 강했다고 한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을 했단다.

그래도, 꿈을 버리지 못한 그아이는 혼자서 대학에 가려고 노력을 했단다.

그러나, 쉽지 않았고...  겨우, 스물두살인가? 세살의 나이로 자살을 선택 했다고 한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그아이인데,  

자살의 이유는, 그때 내 앞에 앉아서, 손벽을 치는 친구가 더 잘 아는 듯 했다.

우리는, 친구 아이가?

참 아픈 인연이다.  

얼굴만 아는 친구가, 얼굴도 모르는 친구의 자살 소식을 20년도 넘은 세월을 비웃으며,

이야기 해 주고, 들어야 하는 인연은 뭘까? 

이미, 세상을 떠난 그 아이는 나와 어떤 인연이기에 이렇게 떠났음을 내게 알리나?

자살한 친구가 또, 누군가 있다.  

결혼해서 멀쩡하게 아이 낳고 잘 살다가... 자살 했다고 들었다.

그 슬픈일 역시, 자살한 친구보다, 소문을 들은 친구들이 자살의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집에 와서 빛바랜 졸업앨범을 꺼냈다.

1반이라......

반장였던 그아이를 보면, 나도 알거라고 했지?!  어디... 누구지?

단발머리에 차분한 입가의 미소, 빛바랜 흑백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손톱만한 사진 속에서, 세상을 참 편하게도 바라보는 눈을 갖은 그아이가 떠났다고!

친구야!   나, 너를 아는데... 이럴수가!

사십의 나이에 어린 친구의 눈을 보며 울었다.

비 오는 날 나를 달래주며, 강하게 지내라고,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 해줬던, 그아이 였다.

친하지도 않은 내게 따뜻하게 말 해주어서 고맙다고 느꼈었는데...

확인한다는 것.

그것은, 참... 힘든 것이다.

확인하지 말것을... 앨범을 뒤척인 손가락이 떨린다. 

작은 사진 속의 눈빛이 말 하는 것 같다.

한번쯤 자신의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 해 보라고...

많이 우울하다.

세월이 왜이리 길게 느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