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기온의 급강하로 휴가를 떠나면서 화초를 들여 놓지 못했던게 이리도
가슴 아플 줄이야.....
예년의 경남 날씨로 봐선 12 월 중순 경에나 얼음이 얼었었는데 11월 중순경에
얼음이 미리 얼어 버렸으니 안심하고 밖에 두고 갔던 화초들이 완전히 망가졌다.
폐허.
그 말로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20 여 가지가 넘는 다육이들은 몽땅 얼어서 고개가 팍~~꺽여져 있고
다섯가지도 넘는 커다란 화분의 허브도, 엔젤 트럼펫도 네개나 그랬고
난 화분들도 여럿이나 거의 동사상태.
수련 종류는 아직 뿌리가 잠겨 있으니 양호하고
수초들은 다 누렇게 말라있었다.
아까와라......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던 꽃 친구들이
내 불찰로 완전히 죽음 일보직전까지 가 있었다.
고개를 숙인 화초들을 가위로 다 잘라주고 뿌리는 아직 살아 있을 것 같아서
물을 흥건히 준 다음 거실로 베란다로 수련장 복도로 부랴부랴 들여 놓느라
온 종일을 중노동에 시달렸더니 어깨며 허리가 뻑쩍지근......
이 고생을 해마다 하면서도 꽃들을 포기 못한다.ㅎㅎㅎ
겨울이면 방이며 거실이 좁아지고 복잡해져도 내겐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 만큼이나
소중하고 생활의 일 부분이다.
잘라낸 화초들이 내년 봄 소생하기만을 바란다.
미안하다 내 꽃들아......
부디 살아만 다오.
이젠 여행의 마지막 부분을 마무리 하려는데 후련하면서도 아쉬움이 그 만큼 크다.
충청도와 경기도의 인연.
자..떠나가 볼까요?
목포에서 노으리님과의 멋진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음 날 제천에서 오월이를 만나기로
했기에 충청도를 향해서 늦은 밤을 달렸다.
목포에서 자고 아침에 충청도까지 가려니 너무 일찍 일어나야 했고
운전하는 남편한테 일찍 일어나라고 부탁하기엔 너무 미안했다.
차라리 제천하고 가까운 곳에서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제천을 가자는데 의기투합.
그래서 밤 운전을 싫어하는 남편과 함께 간 곳이 신탄진 역 앞.
고속도로 톨게이트 가까운 곳이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참 오랫만에 들으니
꼭 수학여행 온 기분이었다.
이튿날 제천 오월이를 만나러 갔다.
*오월이
아컴의 인연으로 내가 사는 창녕까지 두번이나 놀러 와 준 작고 귀여운 여자.
무슨 말만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여리고 정도 많은 여자.
어린시절은 힘들었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지금은 자리잡고 잘 사는 여자.
건설업의 중장비 사업을 하는 남편은 야물딱지고 멋지게 생기셨고
무엇보다도 오월이를 많이 사랑해 주는 남자.
서로한테 더 못해줘서 안달이 나 있는 두 부부.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된 사무실에서 내가
\"우리 온다고 청소 하느라 바빴겠네?\" 하니까
\"아니야 언니. 남편이 청소가 전공이거든. 평소에 잘 해.\"
얼굴만 말끔하게 생기신 줄 알았더니 주변도 잘 정리하신다니 금상첨화시네~~ㅎㅎ
커피 한잔을 먹고 점심 먹으러 가자는 오월이 차에 동승.
시골길을 자꾸 가고 또 간다.
오랫만에 운전대를 놓은 편안한 남편, 한참을 가도 식당이 안 나오니
\"혹시....길을 잘못 든 거 아닙니까? 오월씨?\"
우리 집에서 두어번 만난 구면이라 웃으면서 농담처럼 이야기하니 재치꾼 오월이 대답
\"그런 모양이네요. 아마도 길을 잘못 찾은 모양입니다\"
그러면서도 곧장 고고씽~~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산마루\" 라는 음식집에 도착.
\"산마루\"
된장카페에 무지하게 재밌는 아재 이름이라서 우린 한참을 낄낄거렸다.
우리집에도 놀러오신 중녕의 중소기업 사장님이신데 얼마나 웃기시는지....
궁시렁 궁시렁 시리즈는 압권.ㅋㅋㅋ
언제 충청도까지 오셔서 음식점을 본인의 닉으로 냈느냐며...ㅋㅋㅋ
우리가 먹은 밥은 곤드레 비빔밥.
곤드레라는 나물밥이었는데 무척 깔끔하고 개운했다.
점심을 먹고 옆에 있는 팬션에서 경치가 좋길레 사진도 한컷하고
다시 청풍호로 한참을 달려 도착.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사진찍는데 머리카락이 메듀사처럼 온 사방에 흩날리고...
그래도 좋다고 오월이랑 부둥켜 안고 찍고 남편하고 손잡고 찍고.
저녁 약속을 미오리랑 해 둔 터라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데 오월이는 우릴 잡는다.
그 먼길에서 어찌 자주 올라오겠냐며 자고 가란다.
청풍호가 내려다 뵈는 시원하고 별이 보이는 방을 잡아 준다며 오늘 가지 말란다.
자기네 남동생이 그 방에서 자고는 잉태의 감격을 봤다나 어쨌다나?ㅎㅎㅎㅎ
그럼 이 나이에 우리도 잉태하라고라?
오월아~~
우리는 있잖아~~
별이 안 보이는 방에라도 늘 개안혀라~~
그냥 갈란다.
미오리 엄마가 우릴 많이 기다리고 계신댜.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만두 맹글고 기신다는구만.
그랑께 담에 또 봄세.
사무실에 다시 와서 차를 갈아타고 나서려는데 깜찍한 오월이 사과박스를 두개씩이나 준다.
하나는 우리 꺼, 하나는 미오리네 꺼.
그러고 또 봉투도 준다 얘가 얘가.....
전에 오월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 먼 길 온게 너무 고마워서 봉투에 여비를 넣어 줬더니
알을 쳐서 두배로 준다.
야단을 치고 도로 돌려줘도 기어히 차창을 통해서 던져 주고는 멀어져 간다.
안녕.
오월이.
늘 남편하고 정답게 그렇게만 살아~~
사무실 옆 작은 개천에 내년 봄엔 더 많은 꽃도 심고.
알뜰한 살림꾼에 남편의 든든한 사랑에.........
오월이 화이팅~~
작은 여인 오월이 ....밤에는 손만 잡고 안 자도 돼야~`
남편하고는 법적으로 아무 하자 없어라~~ㅎㅎ
*미오리네
이 미오리는 날 많이 아프게 한 여자네.
아컴에 처음 들어와서 글을 더듬더듬 읽어 나갈 때 유난히 아픈 사연을 많이 올리던
내 나이랑 동갑인 경기도의 여주댁.
내 사는 모습을 보고 미오리를 볼 때 같은 나이의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
너무 아픈 상처들이 많은 미오리라 어느 날 아컴에 올라 와 있던 메일을 찾아 연락.
그렇게 그렇게 메일을 주고 받다가 나이도 같은데 우리 친구나 하자구....
그래 그럼 친구하자.....
그 친구가 미오리.
미오리가 얘기했지만 입원과 수술이 반복되고 입시생이 있는 집에 돌봐 줄 사람 하나 없고
엄마 미오리는 병원에 가면 서너 달을 보내야 나오니 그 숱한 사연은 말로야 다 할까?
노모가 딸의 병실을 지켜야 했고 남편?
미오리.
남편얘기 할려니 차마 입이 안 떨어지네.
그냥 넘어가자.
언젠가는 사람노릇하면서 미오리의 정말 하나 뿐인 좋은 남편으로 돌아 오겠지.
그 부풀은 복수가 지금도 눈에 선~~하구나.
술 좀 끊어야 하는데.....
미오리의 사투는 남편과의 질기고 질긴 인연의 종착역 없는 여정.
남들은 한번도 어렵다는 뇌수술을 도대체 몇번이나 한거야?
철의 여인 미오리.
목이 안 숙여지는 목에 힘준 여인 미오리.
온 몸에 칼 자욱이고 철심이 목에 박혀있고 머리는 수술의 잘못으로 그러니까 의료실수로
몇번의 수술을 더 하면서 머리카락이 안 나서 모자를 늘 쓰야만 하는.....
원래는 고운 얼굴이 목도 안 수그려지고 뻣뻣..다리는 또 분질러서 아예 뻐덩뻐덩...
휴.......
의료사고까지 겹치며 엉망이 되어버린 미오리.
그 와중에서도 남편은 술만 마시고 환자는 나 몰라라.......
슬픔이 어떤건지.. 최악이 어떤건지...모정이 어떤건지...미오리네서 참 많은 걸 느꼈다.
죽을 각오로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인시위까지 용감하게 했던 진정한 모정의 승리자.
자식을 앞세울 뻔 했던 불운의 연속이었지만 그 아픔만은 피해가게 하신 하나님.
미오리의 현실이 너무 막막할 때 작은 관심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휴가 일정에 만나게
되었고 그 친정엄마는 날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만두다~고구마묵이다~참 신이 나셔서
저녁 준빌 하셨다고 했다.
미안시럽구로.....
난 할머니의 진정으로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인해 즐거웠고 가져간 선물들을 내 드렸다.
\"아이고....해 드리는 거 없는데 자꾸 주시면 어째요?\"
오월이가 준 사과 한상자, 노으리님이 준 전복,월출산님이 준 대봉감 한상자
내가 준비해 간 내복두벌이며 할머니겨울 잠바,미오리 털조끼.....참기름과 통깨 들깨가루.
마루 가득 선물들이 나도 즐겁고 미오리도 즐겁고 노모까지.
미오리가 내 얘길 어떻게 했길레 미오리 친구분 셋이서 날 기다렸단다.
보고 싶어서.
밤 늦게 방앗간도 힘들건데 미오리의 보이지 않는 친구를 만나러 찰떡까지 해서
오신 고마운 분들.
할머니는 하루 온 종일 만두 빚느라 힘드셨지만 딸 친구들이 와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면서 연신 싱글벙글...눈물까지 살짝 닦으신다.
너무 고맙고 감사했는데 이렇게 찾아 와 주시고 잠도 자고 간다시니 너무 고맙다신다.
내가 오히려 감사한데도 미오리나 엄마는 시골집에 자고 가 줘서 그냥 고맙다신다.
다른 집에서는 숙소를 잡아줘도 마다했는데 미오리네는 여주에서 시골로 들어가는
외곽이었고 전형적인 농가형태였지만 할머니 곁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싶었다.
저녁 후에 미오리 친구분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고 참 귀한 인연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분은 교회 목사님의 사모님이셨는데 친구였고 또 한분은 방앗간을 하시면서
급할 때 마다 운전이며 식료품을 대 주기도 했다는 고마운 분들.
긴긴 이야기를 하면서 그 밤을 꼴딱 세우고 싶었지만 우리 부부의 눈은 그물그물....
보다 못한 할머니가 먼저 들어가 자라고 하셨다.
미오리한테는 미안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얼른 씻고 코......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이른 아침에 거실 유리문이 덜컹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미오리가 새벽기도를 가는 모양이다.
그래 미오리.
그 기도의 힘으로 애들도 건강하고 미오리 건강도 회복되고 있을거야.
장하다 미오리.
내 기도도 보탤께.
아침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미오리표 밥상으로 하고 우리는 또 길을 나섰다.
고구마 묵 밥은 뜨끈하고 참 맛있었어.
아쉽게 차에 오르는 우리한테 말수가 거의 없으시던 남편이 창고로 가시더니
고구마 한박스랑 임금님 상에 진상하던 여주 쌀을 20 킬로짜리 한푸대 실어 주신다.
당황한 남편은 아예 손사래를 치며 마다했는데도 할머니께서 꼭 선물하고 싶으셨다니
안 싣고 올 수도 없고 미오리도 거절하지 말아 달란다.
미안하고 감사해서 어쩌면 좋아.....
감사하다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고 미오리네를 나왔다.
날이 풀리면 할머니 모시고 꼭 놀러 오란 인사를 하고선.
*경기도의 새로미님과 세뇨라님
충청도의 오월이를 거치고 경기도 여주의 미오리를 거쳐 드디어 경기도.
어쩌면 마지막 코스.
새로미 언니를 경원대학교 정문에서 점심시간에 얼추 맞춰서 만나기로 하고 미오리네를
일찍 나서서 신륵사에도 들러서 구경하고 강나루에서 사진도 찍다가 그만 디카
커브를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아무리 다녔던 길을 되짚어 다녀봐도 없....다.
흐이구..이 건망증.
바람은 차가웠고 날씨가 경상도 날씨하고는 잽이 안된다.
다행히 숄을 하나 챙겨 왔더니 좀 낫다.
으....춥다 추워.
손가락이 시리고 발까지 시리다.
다물도를 나오다가 배멀미를 하는 통에 부츠 굽이 날아가고 없어서 여분의 구두를 신었더니
이 구두는 양장구두라 발이 시리다.
신륵사를 대충 돌다가 언니를 만나러 언니의 학교 경원대 앞.
추우니까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네.
학교에 들어가서 쉬...도 좀 하고 오는데 전화가 띠리링~~
\"어디까지 왔어? 응? 다 왔다고? 아..저기 보인다..기다려~~하하하하하...\"
새로미언니 특유의 높고 맑은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온통 웃음보따리로 만든다.
조금 있으려니까 아이보리색 차 하나가 우리 뒤에 서고 아......
아담하고 얼굴 가득..웃음을 피우며 내리는 여인 .....
새로미 언니고, 차 옆문으로 또 한사람 고운 여자 분위기 한껏 풍기시는 세뇨라님.
와르르르..........
한바탕 웃음보 쏟아내고 우린 포옹을 하며 그대향기네요..새로미네요..세뇨라입니다...
여긴요...제 전속 운전기사 남편입니다요~~ㅎㅎㅎㅎ
언니와 세료라님을 힘껏 부둥켜 안고 인사.
새로미님은 우리의 만남을 위해 이틀 분량의 수업을 힘겹게 당겨서 하시고
그 귀한 시간을 내 주셨다.
부지런하게도 다 해 놓으시고 우릴 기다리신거다.
세뇨라님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에서 채배 하셔서 성남으로 달려 오시고.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곧 바로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남한산성의 초입에 언니가 식당을 예약 해 뒀고 한정식 할래? 닭백숙할래? 한정식으로....
\"수라청\" ?
아마 맞을거다. 그리 기억되네.
고품격의 한정식집이었는데 우린 이야기 하느라 주변 경관도 안중에 없었고
나오는 음식들도 평 할 사이 없이 의무적으로 빈 그릇을 내 놓지 않았을까?ㅎㅎㅎ
새로미언니가 아저씨의 수술 후 한창 힘든시기에 내가 아컴에 들어 갔었고
아마도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두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위치에서 새로미님이
겪었어야 했을 심신의 어려움을 같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이해하고 싶었고
위로가 되어 드리고 싶어서 다가 갔던 인연이 이리도 반가울 수가....
세료라님은 새로미언니 곁에서 다정하게도 안부도 올려주시고 위로를 해 드리는 모습에서
마음이 참...따듯할거란 생각에 새로미언니랑 같이 친해지려 했었다.
내 예감은 뛰어났었고 오늘 반갑고 기쁜 만남이 이루어진 거다.
음식의 맛도 뛰어났었는데 우린 그냥 이야기 맛에 푹..빠져있었다.
정갈하고 맛있는 한정식을 마치고 남한산성으로 드라이브.
새로미언니가 힘들고 지칠 때 마다 걷고 달리면서 설움도 토해내고 눈물도 참 많이
뿌렸던 남한산성으로 우린 늦가을 소풍을 떠났다.
하루 전에만 해도 낙엽이 아니고 단풍이었다던 남한산성의 무수한 나뭇잎들...
구불구불 산길만큼이나 언니의 아픔도 굽이쳤으리라.
드라이브 마치고 \"마운틴 뷰\"라는 찻집에서 우린 또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언니의 인생여정......
인간승리의 몫이여야 하는데 아저씨의 뇌수술로 언니의 삶은 얼마나 힘든지..
그래도 그 아픔도 힘겨움도 언니의 어깨에선 부드럽고도 유연하게 정화되어져 내려오는 듯.
유년시절도 힘들었었는데 결혼하시고도 남편의 너무나도 부드러운 생활자세로
언니가 짊어져야 했던 고난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우셨던지....
애기를 업고 피아노를 배우셔서 교회 반주를 20 년이 넘게 하시질 않나..
아저씨가 쓰러지셨는데도 그 병 수발 다 하시면서 박사학위를 받지 않으시나...
아저씨 병수발에 학원에 대학교수까지.....
세뇨라님과 우리 부부는 그냥 감동 또 감동.
세뇨라님의 남편도 잠시 쓰러지신 모양인데 지금은 많이 호전되셨다니 참 다행이다.
보통 그 연세가 되면 뇌졸중인가? 뇌출혈이 흔한가?
참 무서운 질병인 모양이다.
사람의 생활을 한꺼번에 송두리째 뒤 흔들어 버리고 가족도 못 알아보게 만드니.
마운틴 뷰에서의 커피는 그 어느 찻집의 커피보다 더 향이 짙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일까?
세뇨라님은 조용조용 호호호...웃으시기나 하시지 말씀도 잘 안하시고
우리 얘기를 듣고만 계시는 분위기 님이시다.ㅎㅎㅎ
리필이 되어 나온 커피가 식어가고 우리의 시간은 산성의 빈 밭에서 콩쪼가리를
쪼아먹는 까치보다도 더 적게 남았다.
시선이 자꾸 산 허리께로 내려오는 산 그림자로 갔고 언니는 눈치 빠르게 남은 드라이브를
하자신다.
그리고 산성에서 자고 가란다.
방을 예약 해 뒀단다.
원래 산성 안에는 숙소가 없는데 언니가 성남의 문인이고 또 무슨 단체에 회원이라서
어렵게 어렵게 산성 안의 상인회장님한테 부탁해서 잡아뒀다고 자고 가야 한단다.
수업도 우리 때문에 힘들게 다 해 놓으시고 이틀을 온전히 우릴 위해 준비하신 고마운 언니.
이튿날 오후 5 시 까지 비워두고 우릴 산성이며 또 어딘가에도 데려 가려고 계획을
세우셨던 언니.
그 귀한 시간을 다 같이 못하고 떠나게 되어 정말 미안했었다.
파토내면 안되는 자리라고 했는데.....
언니가 숙소를 정해 뒀단 정보를 미리 줬더라면 계획을 수정했을 수도 있었겠지?
언니 미안했어.
일정이 너무 빡빡했었어.
담엔 널널하게 날짜 잡아서 꼭 산성에서 다시 뭉치자....
산성을 굽이굽이 돌면서 언니가 한창 힘들 때 다녔던 정다운 코스도 달리고
산성 정상에서 그 옛날 여고생들처럼 어색하지만 정스런 폼으로 사진도 찰카닥...
언니는 달리면서 노래선물도 다 해 주고 말이야.
사랑이야......
그래 맞아.
사랑이고 말고.
그 모든게 다 사랑이었지 뭐유....
언니의 노래는 정말 사랑이 듬뿍 담긴 노래였었고 오래오래 산성의 그 싸...아 했던 바람의
감촉과 함께 기억에 남을거야.
답으로 내 노래를 못 들려준게 지금도 아쉽네 참.
현미의 보고싶은 얼굴..
참 좋아하는 노래거든.
들어볼텨?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중략
보고싶은 얼...굴......
좀 슬픈 가락이긴 해도 참 좋아하는 곡이거든.
난 노랫말과 분위기를 즐기거든....ㅎㅎㅎ
고음처리가 잘 안되는 관계로 이런 노래를 잘 처리하지.
언니.
세뇨라님.
두분이서 보여주신 그 사랑 .
무엇으로 갚으며 살아야 할런지.....
아컴의 순수한 만남으로 세뇨라님의 따뜻함과 새로미언니의 무한질주 그 넘치는 에너지.
까르르르르...............
가을하늘보다 더 맑고 고운 언니의 웃음소리.
세료라님의 호호호호..........
수줍은 듯 웃으시던 고운 웃음소리.
푼수끼 많은 그대향기를 그렇게나 이쁘게 반겨주심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새로미언니랑은 반드시 만나야 했던 운명 같은 인연이란 생각이 들더라구.
이름도 한자만 다르지 성도 같고 말이야.
마산서부터 주욱......
내내 건강하시고 아저씨가 좀 나아지시면 장거리 여행을 한번 꿈꿔봐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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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라워님
바늘언니의 개인적인 급한 일로 서울행이 무산되고 그린님이랑 한 약속이 있어서
과천으로 차를 몰았다.
시골에서만 있다가 퇴근시간 대에 경기도 과천으로 들어 오니 으...아...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눈이 뱅글뱅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공로는 물론 남편에게 돌려야하지만 네비게이션은 정말로
효자여 효자.
그 복잡하고 어려운 전국의 길을 얼마나 꼼꼼하고 친절하게 일러주던지.
네비게이션이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이 여행은 안 잡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천의 서울프라쟈.
지하에 있는 \"소박한 한끼\" 반찬가게.
한창 저녁시간이라 바쁠거 같아서 커피만 한잔 얻어 먹고 선물만 전해 주고 나서려는데
주방 안으로 들어가시더니 매운고추 김밥을 두 줄 썰어서 도시락을 싸 주셨다.
저녁대접도 못 해 드려 죄송하다며.
원 별 말씀을요...
또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신다.
\"이건 제가 만든건데 케쥬얼 복장 하실 때 하시고 이건 컵 받침 입니다. 퀼트로 했고...\"
바쁜 중에서도 언제 이런 걸 다...
비즈 목걸이는 도중에 딸한테 선물했고 김밥은 깔끔하고 맵삭한게 개운했다.
그림도 수준급으로 그려서 가게 벽에 붙혀 두시고 참 재주도 많으셔라.
솔직히 난 예능방면은 꽝이라 그림이나 노래나 악기까지 그런거 잘 하시는 분은
무조건 존경시럽더라만....ㅎㅎㅎ.
번개팅을 하고 나왔다.
도시는 어둠에 뭍히고 우린 딸을 만나러 밤길을 불 밝히며 또 달렸다.
무쏘야 가자.
둘째가 기다리는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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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충청도와 경기도 편이고 마지막 일정의 하루는 다음으로.
긴 여행기를 읽어주시는 아컴의 여러 님들 감사합니다.
부족한 사람을 산타로 지명 하셔서 송구스럽습니다.
조심스럽기도 하구요.
잘 살아야겠단 다짐도 아울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