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앞에 나서는 것이 싫었다.
남들이 날 이쁘다고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
칭찬도 친절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지금이야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초등에 입학하지만 그 땐 초등 입학이 낯 선 세계와의 첫 만남이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가뜩이나 서먹한데 날더러 앞에 나가 어느동네 누구입니다를 하란다.
부반장을 하려면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 된다나...
부반장이 뭔 줄도 몰랐지만 다른 아이들 안하는 짓을 날더러 하라니 싫다고 도리질을 하였다.
그래서 나 대신 키도 크고 나이도 한 살 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금순이가 부반장이 되었다.
부반장을 간신히 면했다고 좋아했는데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큰언니 담임을 하다 군에 다녀와 다시 복직했다는 선생님이었다.
시커먼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하고 커다란 콧구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못생긴 선생님이 나만 보면 쫓아와, 아고 내 강아지...하면서 번쩍 들어 공중에 던졌다 받았다를 하는데 그것은 어린 내게 고문이었다.
학교 복도를 지날 때 마다 행여 그 선생님을 만날까봐 겁이 났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담임을 했던 선생님도, 지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 땐 싫었다.
들어내놓고 날 너무 예뻐하였다.
하고 싶다는 금순이를 제치고 싫다는 날 억지로 부반장을 시켜놓고 힘들게 했다.
날더러 리더쉽이 없다고 야단하셨지만 왕초 금순이가 버티고 있는데 그깟 공부 좀 잘 한다고 누가 내 말을 듣냐고...
아무리 순박한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도 그리 순진한 아이는 없었다.
덕분에 툭하면 돌려가며 왕따 시키는 것을 좋아하던 금순이의 왕따 영순위는 늘 나였지...
그 때 스승의 날 선생님에게 감자질을 하다 들켜 다른 애들보다 더 많이 매 맞은 것도 나는 억울하다.
금순이가 시작한 짓이었고, 나야 금순이의 왕따를 면해볼까하는 소심한 마음에 따라한 것 뿐인데...
물론 제일 이뻐했는데 배신감 느꼈다고 하시겠지만 누가 더 이뻐해 달라고 했냐고요.
진짜 덕분에 선생노릇하던 때 절대 누굴 더 이뻐하는 죄는 짓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자기 아이들 더 이뻐해달라고 하는 속없는 부모도 더러 있는 모양이지만 뭘 모르는 거다.
중학교, 정확히 말하면 고등공민학교때, 영어선생도 문제였다.
발육이 빠른 덩치가 큰 아이들 브라 끈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다.
난 그 축에도 못 끼는데 내 교복 윗옷 등에 손을 넣는 바람에 하마터면 고등공민학교도 다니다 말 뻔 했다.
다행히도 이해심 많은 담임을 만나 영어선생을 바꾸어 주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참고 다니긴 했지만...
대학 다닐 때, 교양과정부를 맡은 교수 하나는 과별로 여학생들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이 막내 아들 연애대상 물색하는 짓에 쓰인 것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 마수에 걸린 나, 청춘이 내게 있기나 했나...
이런저런 이유로 난 사람들의 관심이 싫다.
지금이야 누가 이쁘다는 사람도 없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심지어 같은 여자끼리도, 친구마저도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면 경계심이 생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지.
그런 줄 알면서도 놀란 가슴은 여전히 내게 친절한 사람이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