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구!! 애 빠지겄어...잠깐 일루와 봐?...
나는 큰 애를 업을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포대기를 단단하게 칭칭매도 얼마 안가서 애는 애대로 포대기는 포대기데로 따로 놀았다.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은 다시 포대기를 매게 해주고
매듭매는 법도 알려주긴 했는데 애엄마인 나는 영 서툴러서 애 업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더군다나 아들놈은 업혀도 가만히 있는 애도 아니었다.
자기 손에 닿은 것은 다 만지고 고망쥐처럼 뒤지고 여간 심란한 게 아니다.
그러니 애를 업은 것인지. 애가 내 등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보는사람들도 심란했었나보다.
김치 부침게 부쳤어? 얼른 와라?
담이 낮아 있으나 마나한 동네에선 그 집에서 뭐를 해먹던 이미 동네에 냄새가 진동했다.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발길이 대문앞에 발을 들여 놔도 눈치 주지 않은 아낙들이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김장을 하던 땐 돼지고기 수육을 잔뜩 썰고 겉저리에 솥쿠리에 걸쳐 약간 소금기를 뺀 굴을 대충 양념에 비벼 먹는 보쌈김치를 먹는 날은 횡재한 기분이었다.
일을 못하면서 먹는 것은 기똥차게 먹는 법을 안다면서 구살이 당해도 난 홀작 홀작 애를 대충 둘러치고 막걸리를 마셔대고
저어기 나 겉절이 좀 많이 줘? 잉?
일 할 줄 모르는 옆집 칠칠이 팔푼이 애엄마는 그렇게 철이 없었다. 나는...
돌아 오는 길에 또 나는 김치통 길바닥에 내려놓고 또 애를 다시 업어서 오는데도 술기운이 넘친 건지 힘든건지 모르고 다녔다.
다른 날은 모르더라도 누구네 김장한다고 하면 아침부터 날씨를 점치듯이 서로 하늘을 올려 보았다. 잔뜩 구름끼고 흐린날은 바람도 차다느니, 혹시 눈이 내리지 않을까 ..날씨가 너무 푹하면 김치가 일찍 시면 안된다는 니. 김치냉장고는 고사하고 일반 냉장고도 귀하던 때는 그것이 걱정이었다.
어쩌다가 비가 오는 날 김장배추를 행궈내느라 등허리가 척척할 때 멋모르는 나는 두서 없이 우산을 찾으니 그걸 언제 쓰고 일 다 할 꺼냐구 지청구 먹는 맛에 헤헤대다가 또 웃는다구 혼난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동치미를 아주 잘 담그는 할머나가 그랬다.
양념 많이 넌다구 맛있간?..뭐니뭐니 해도 소금간이 잘 먹어야 맛나는 구먼...
총각김치를 처음부터 소금물에 푸욱 담궈서 절여지면 그 때 헹궈내가지고 별 양념두 필요 없당께...찹쌀풀에 고칫가루 불려서 마늘두 파도 많이 넣지말고..생강두 쫌 넣구 그렇게 버무려서 익으면 반찬 한 가지 총각김치라도 실하다궁?
양념이 많이 안들어가서 다 먹을 때까지 아삭아삭하다는 데.
내가 이 말을 듣고도 한 번도 담구지는 못하고 저기유..그 총각김치 쫌 줘유?..
어설프게 애를 업는 새댁이니 김치는 제대로 못 담을 것처럼 보였나. 내 말 끝내기 무섭게
얼른 통을 찾아 덥석 덥석 한 웅큼 담아주던 할머니 인심이 그렇게 푸성졌다.
\" 야야..니 된장 못 담궈먹지?\"
\" 예...\" 하면 된장 한 통을 들고 오시고.
\" 야야..고치장 아주 잘 익었더라? 통하나 들고 온나?\" 그렇게 전화오면
나는 얼른 달려갔었다. 그렇게 얻어 먹은 된장 고추장 돈으로 친다면 어머어마 할 텐데.
그 땐 나는 그런 것이 돈으로 계산도 못하고 할 줄도 모르니 어려운 과정을 거쳐 노력으로 만들어진 수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인덕이니 복이니 인심이니 그런 뜻도 말도 모르고 얻어먹고 나눠먹고 같이 일하던 김장철엔 당연한 행사인 줄 만 알았다.
오늘 눈발이 간간히 날린다. 이런 날 한쪽에선 모닥불을 피워놓고 연신 잔소리하던 옆집 아저씨도 젓가락으로 돼지고기 익었나 안 익었나 나무젓가락을 꾸욱 누르던 심각한 할머니 얼굴도 보고 싶다.
\"원래 김장하는 날 눈이 내리고 바람도 피웅 불어야 제 맛이 나는 뱁이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