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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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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오늘이


BY 김효숙 2008-11-14


아들이 경찰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빠가 대신 갔다

난 큰시누님댁에 김장을 하러가야만했다

늘 신세만 지는 시누님에게  그 사랑을 갚을길이 없다

 

요즘 쉬고 있는중이지만 몸이 몹시 아파온다

속으로 삭히고 참는다

아들에겐 피치못해 가야함을 알리고 갔는데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아들 얼굴이 눈에 밟힌다

가는길에

국화꽃 한다발을 샀다

시누님께 가을 국화꽃도 사드리고 싶었지만

맘이 울적해 꽃향기를 맡으며 가노라면 위로가 될것도 같았다

 

하룻밤을 자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배추 오십포기를 씻었다

난생처음 그렇게 많은 배추를 씻기는 처음이다

허리가 아파왔다

생각하면 눈물이 금방 쏟아질것 같아 애써 참아내며 노래를 불렀다

즐거운 맘으로

큰시누님이 내게준 사랑 생각하며 즐겁게 씻었다

소금물이 눈에 튄다

내 눈물을 머금게 해주고 싶었을까

장갑을 낀채로 팔뚝으로 눈물을 씻어낸다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난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 배추를 씻었다

무우채를 썰고 양념을 다 준비해서 속을 넣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온몸이 아파온다

조금 참으면 잘했다 생각이될테지

나를 위로한다

서너시간이 흘러 다 담갔다

후련하다

올한해도 김장도우미가 되어 잘해냈다

다 버무리고 일어서려는데 다리가 얼어붙는다

무릎이 말을 듣지않는다

나도 나이를 먹나보다...

에구구...........아프다소리하면 시누님이 맘 아파할까 웃는다

괜찮아요.. 조금 지나면 괜찮을거에요 애써 웃는다

 

저녁시간 그이가 김치통을 가져온다고 했는데

오십포기 김치통 다 넣고나니 한통이 남았다

누야는  남은 다섯포기 배추 속 남았으니 집에 가져가라한다

그래 그이오면........배추를 가져가야지 생각하니 4년동안 가게서 해먹던터라

집엔 그릇이 마땅한것이 없다

절여서 가지고 갈래요 하고는 얼른 배추를 절였다

온몸땡이가 아파오는데 다시 절이려니 그냥 맘이 슬퍼져온다

 

공짜로 배추를 얻고 속을 얻어 담그기만 하는데도 그냥 슬퍼져온다

무슨 연유일까

속으로만 슬픈 생각이지 씩씩하게 절였다

그이 오기전 얼른 절으라고 무거운 고무통에 물을 담아 올려놓았다

아무렇지도 아니한 척.... 난 얼굴표정을 관리했다

어둑한 저녁 그이가 왔다

배추를 담고 무우.. 배추속.. 그리고 이것 저것 챙겨주시는 시누님에

사랑을 듬뿍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차안에 앉아있는데 연실 하품이다

아........... 온몸이 아프다

나이를 먹는 소리인가

이젠 일을 그만하라는 소리인가

그이가 들으면 속상할까 조용히 기지개를 펴고 하품을 해도

자꾸 들킨다

근데 말이다  

 

하필이면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아무말없이 .. 차창가에 기댔는데 쓸쓸해져 온다

그냥 맘이 외롭고 슬퍼져 온다

 

내일 아침엔  절인 배추로 김치를 하며 무슨생각을 할까

슬픔에 찬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