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남편이 치과 치료를 받느라 고생이다.
워낙 병원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 통증이 있으면서도 참았었나보다.
불경기인데 만만치 않을 병원비도 무서웠겠지.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치료비가 적다고 웃는다.
웃음끝에 하는 말이
\"우리 아들 공부 열심히 해서 치과의사나 하면 좋겠다.
다른 전공에 비해서 험한거 안보고 의료 사고도 적고 돈도 잘 벌잖아.
근데 어째 싹이 파랗지가 않고 노랗네..\" 한다.
으이구. 아저씨..
내가 보기에 당신이 부모님 속 더 썪혔을거 같네요.
당신 고3 때까지 산악부한다고 암벽탔다며.
학교 다닐때 부모님 말씀 잘듣고 공부좀 해서 당신이야말로 치과의사좀 하지 그랬어?
어릴때 어른들 말씀 잘 들었으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사람. 아마 여럿 될거다.
나도 못했던 걸 아니 안했던걸
아이보고 하라고 강요 한다는게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살다보니 절절히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후회를 했기에 내 아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기원으로
여기 저기 학원보내고 매일 잔소리 하며 아이를 멸치 볶듯 볶아댄다.
학원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다 온 애한테 간식거리 갖다주면서
\'빨리 먹고 숙제 마무리하고 복습해\' 하면서 구석까지 몰아댄다.
그런데 정말 이게 잘하는 걸까?
학교에서 써 오라던 가정통신문에
부모님이 바라는 아이의 장래직업과 본인의 장래 희망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니 달랐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다.
\"저는 장래 희망 없어요.
왜긴요? 없을수도 있지..
하도 엄마 아빠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셔서 감을 못잡겠어요.
하고 싶은 거요? 없는데요.
괜찮아요. 생기겠죠 뭐..
하고 싶은거 생기면 그때가서 할게요.\" 너무도 간단하게 득도한 사람처럼 말한다.
어떻게 꿈이 없을 수가 있냐며
예전에 선생님, 의사, 환경운동가..
하고 싶은거 많았잖느냐고 살살 꼬셔도 절대 말을 안하고
그럼 없음 이라고 쓰라니까 없으면 안쓰는 거라고 박박 우기고는
결국 부모님 희망은 치과의사로 쓰고 본인 희망란은 비운 채 학교에 갔다.
내가 너무 부담을 줬나?
얘야 너무 걱정 하지 마라.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지
아무리 좋은 거라 한들 네 인생을 누가 맘대로 하겠니?
내 인생도 내 맘대로 못하는데...
나도 욕심을 버려야지.
내 잣대에 아이를 맞추지 말아야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그런 직업을 가지고 부러움을 받는 삶을 살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훌훌 털고 산 속으로 들어가 살기도 하지 않는가?
세상에 다시 없을 행복한 웃음을 보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