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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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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잘 쳤어?


BY 그대향기 2008-11-03

 

 

친구야.

네가 부동산 중개사 시험을 본지도 일주일이나 지났네?

시험치기 일주일 전에 응원의 전화를 해 주었었는데 어찌 결과가

궁금해도 먼저 전화기를 들기가 좀 그렇다.

오십을 바라보는 우리 나이에 그 어렵다는 중개사 시험을 친다던

네가 부럽기도 했지만 네 남편의 외조가 안 스러울 정도였지?

밖에서는 사장님인데 집에만 들어오면 가사도우미가 되어야 했어도

널 위해 기꺼이 감수하며 일찍일찍 귀가해서 청소며 밥 챙겨 먹기도

스스로 다 한다던 네 남편을 봐서라도 이번에는 꼭 합격 했으면 좋겠구나.

한번 미역국을 먹었기에 더 유리 할 수도 있지 않겠니?

부동산 사무실에서 실전을 뛰고 있어도 그 시험이 그렇게나 어렵다지?

이번엔 꼭 합격하고 네가 먼저 전화해 주라.

실례가 될까 봐 먼저 못하겠다.

 

친구야.

오늘 멀리서 공부하는 둘째가  그저께 내려 왔다가 올라갔어.

알지?

눈이 똥그랗고 어릴 적에 네 집에서 좀 자랐던....

우리 막내가 우유 알레르기 때문에 내가 매일 소아과로 출근을 한다니까

바쁘겠다며 두말 않고 우리 둘째를 데려다가 네가 이쁘게 키워줬잖아.

사교성 많고 붙임성이 좋았던 둘째는 그 때 세살박이 말썽쟁이였는데도

아들만 둘인 네 집에선 귀염둥이로 있었다고....

네 남편이 멀뚱멀뚱 아들만 키우다가 우리 둘째가 가고 부터

퇴근시간에 쪼르륵...달려나가

\"아저씨 오셨어요?\"

하면서 냉큼 안기던게 귀여워서 어디고 데리고 다녔다지?

너네 아파트 다른 집이며 친척집에도 데리고 다니면서

막내 딸 하나 얻었다며 자랑하고 다녔다던 그 둘째가 말이야

세살박이 재롱이나 부리던 그 둘째가 벌써 대학생이야.

막내가 좀 나아지고 둘째를 내가 데려 오고 난 후에

네 남편이나 아들들이 많이 서운했다며?

쪼르륵 안겨서 짧은 다리를 달랑거리며 애교를 피우던

작은 꼬맹이가 없으니 심심하고 집이 썰렁해 졌다고...

세월 참 빠르지?

지금은 내 딸이야~하고 소개 안 해 주면 너도 몰라 볼거야.

잔뜩 멋을 부리고 어른 흉내를 내고 다니는게 여간 아니야.ㅎㅎㅎㅎ

내 껀 내 것이 아니야 요즘.

뭐든 마음에 두었고 찜..해 뒀다 하면 언제 가져가고 없어.

오늘도 딸이 가고 난 내 방은 헐~렁 하네.ㅎㅎㅎㅎ

큰 딸은 엄마를 도로 갖다 주는데 둘째는 어떻게하든 엄마 것을 뚱쳐 가니 우습지?

넌 아들만 둘이니 이런 재미나 얄미운 것은 못 느끼겠구나.

 

친구야.

고등학교 때 내가 하숙집을 찾는다 했을 때

선뜻 너희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지?

반이 달라서 퍽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 넌 날 눈여겨 보고 있었고

가까워지고 싶었다며 하숙집을 자청했고

난 별 무리없이 같이 동거(?)하기로 했었는데

네 엄마.....

참 재미있으시고 정도 많으신 분이셨는데

먼저 가신 네 아버지의 그리움과 수해 때 떠나보낸 딸을 그리면서

자주 취하시긴 했지만 음식 솜씨는 아주 좋으신 분이셨지.

통영이 고향이셨던 네 엄만 물고기 반찬을 자주 올려주셨고

그 덕에 난 생선을 아주 맛나게 많이 먹었던 시절이었고.

하숙비를 하도 안 받으시려고 해서

\"그럼 기분 좋게 한잔 하실 때 쓰세요~\"

그러면  하하하하...웃으시며 슬쩍 받아 넣으셨단다.

기억나니?

엄마가 한잔 하시면 말수가 많아지시고 오가는 사람들 다 불러 들이시던거?

난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참 재미있었어.

살아오면서 아주 가끔 네 엄마가 생각났었어.

지금이라도 살아만 계신다면 좋은 약주 한병 사 들고 찾아가 보련만.

 

친구야.

너희 결혼하기 전에 인천사는 친구랑 우리 같이 여행갔었잖아....

네 남편감도 같이.

벌써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고 난 여러번 만난 사이라 흉허물 없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네 남편이 참 편했고 인천사는 친구도 같이 여행하는게

전혀 불편하지 않아서 같이 갔었는데 그 밤 기억해?ㅋㅋㅋㅋ

굳이 한방에서 같이 자겠다며 우리 여자들 방을 기웃거리던 네 남편을

결국엔 같이 재워 주면서 나랑 인천 친구가 같은 이불을 덮고

너는 남편이랑 같은 이불을 덮은게 잘못이었지.

인천사는 친구가 이불소리가 조금만 나도

\"아 !둘이서 지금 뭐하는거야? 잠 좀 자자~~\"

\"우리 아무 짓도 안해. 옆으로 몸을 좀 돌아 누운 것 뿐이야. 따로 잔다니까

 자꾸 한 이불 준게 누군데 시비야 시비는?...ㅎㅎㅎㅎ\"

아마 우린 그 밤을 꼴딱 세웠지 아마?

넌 우리 친구 중에서 일찍 시집을 간 축에 속하지.

그 남편은 진국 중에 진국이더라.

성실하지...사람 됨됨이가 그저 그만이지....아내를 끔찍하게 위하지....돈 잘 벌지...

아내 친구인 나도 사랑하지(그럼 안되는 거지?ㅎㅎㅎ)....유머감각 뛰어나지.....

우리 남편도 네 남편을 많이 칭찬하더라.

사람 덩치는 작아도(키가 좀 작지? 인정해 .맞아 작아. 결혼식 날 넌 버선발로 입장했잖아...ㅎㅎㅎ)

결혼하고 지금까지 큰 말썽 없이 가정에 충실한 네 남편같은 사람 드물다~

내 남편도 만만찮은 애처가지만 말이야....

 

친구야.

저 번에 우리 뒷집에서 잠시 피신했던 네 시누이는 요즘 어때?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왔다가 쫒기듯이 또 그렇게 떠나가 버린 네 시누이가 가끔 생각 나.

남편 매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두고 온 새끼도 안 그리울 정도였을지.....

뜸하게 서로 안부나 전하면서 바쁘게 살다가 어느 날인가 잠시 머무를 집을 구한다던 네 말에

시골 허름한 집도 좋으냐니까 아무려면 어떠냐고 이슬만 피하면 된다고 했고

혼자사시는 할머니 집 옆방에 도배도 못한 허름한 방에

시누이를 데려 놓던 넌 그 일로 해서 자주 우리집엘 오게 됐고

난 네 시누이 걱정보다 네가 자주 오는게 좋기만 했지 뭘....

막상 시누이가 뒷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만.

바르는 약도 갖다주고 반찬도 좀 챙겨주면서 이런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돌아갈 것을 권유했지만 돌아선 마음이라 참 어렵다~라고 생각했는데

한 보름인가?

그 정도를 살다간 남편이 온 집안을 다 헤집고 찾아 다닌다며

우스운 꼴 더 당하기 전에 너희 부부가 나서서 그 남편을 설득하고

다시는 안 그런다는 확약을 받고서야 합치게 했지 그 때?

참 여자 인생 험하게 엮인다 싶더라.

연락이야 있건 없건간에 잘 살고 있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살아온 세월도 인연이라고 가끔씩은 궁금하더라구.

잘 살고 있나~아들은 공부를 꽤 했다고 자랑하던데 좋은 대학엔 들어 갔을라나....

너한테 연락이 오거든 내가 궁금해 하더라고 안부나 전해 주라.

 

친구야.

저 번에 네 언니가 네 걱정을 많이 하더라.

네 아파트가 요즘 말로 브렌드 있는 아파트고 평수도 거의 50 평형대라

무리해서 들어가고 나니 빚이 좀 있다며?

큰 어려움 없이 해결이 되면 좋겠다.

이럴 땐 나라도 부담없는 돈이 좀 있었다면 해결이 될 때 까지

융통해 줬으면..하는 마음이네.

돈 잃고 친구 잃는다는 어른들 얘기도 있지만 뭐 없으니 그렇게도 못하고 마음 뿐.

큰 딸 시집 보내고 둘째 대학보내려니까 늘 넉넉하지는 못하고

어찌어찌 해결은 되는데 여윳 돈은 없지 뭐.

그래도 빚 얻으러 남의 집 문턱을 안 넘어도 된다는게 난 큰 행복이야.

큰 딸 시집보내면서 적금이란 적금은 다 해약하고

보통예금도 다 찾아서 남의 돈 안 빌리고 일을 다 치룬게 신기하기만 하고 대견하더라.

뭐하고 뭉칫돈 하나 안 모아 뒀는지는 모르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았고

착실히 산 보람은 애들 셋이 다 건강하고 애들 아빠 내 곁에서 아직 건강하게 있어줘서

난 그 무엇도 안 부러웠고 결혼식이 끝나고 난 후에 우린 서로를 위로했단다.

\"수고 많았어요. 감사해요 . \"

뻑쩍지근하게 치른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우리 형편에 맞게

조촐했지만 성대한 결혼식 너도 봤잖아?

내가 장모님 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결혼식 당일에도 웃던 너 말이야.ㅎㅎㅎ

결혼은 네가 먼저 하고 장모님은 내가 먼저 였으니.

넌 아들만 둘이고 난 위로 두 딸이고 막내가 아들이니 가능했지.

지금은 먼 나라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둘 다 행복하대나 봐.

뭔들 안 행복하고 안 재밌겠니?

 

 

친구야.

지금 쯤 창원대로의 가로수도 단풍이 멋지게 들었겠다~

그 길을 여유없이 독서실 가는 일로만 다녔더랬지?

이젠 후련하게 시험도 끝났으니 핸들을 천천히 잡고

가로수 이쁜 단풍도 좀 구경하면서 다니렴.

그렇다고 뒤 따라오는 차에 지장은 주지말고.ㅎㅎㅎ

우리...남편들이랑 여행 한번 안 할래?

이젠 애들도 다 컸겠다 스스로 밥도 챙겨 먹을 수 있는 나이들이니

떼 놓고 두 부부끼리 한번 떠나자.

일박도 좋고 당일치기도 좋고.

한번 날을 잡아 보자.

아니면 우리 둘이서라도.

만추에 여고 동창생들의 여행이라~~

좋을 것 같지 않아?

시험이 합격하면 기뻐서 가고, 또 실패하더라도 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좋지?

연락하렴.

오늘 밤에라도 \"숙아~나 합격했다 ~!!!\"

이런 전화가 왔으면 좋겠구나.

네가 먼저 전화해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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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아컴의 시스템 오류도 어젯밤에 올린 글이 다 날아가 버려

저장을 안해둔 관계로 무식하게 기억을 더듬어서 다시 적은 글이네요.ㅎㅎㅎ

아컴 덕분에 남편한테 또 야단을 아니 핀잔을 받았네요.

아직도 멍청~하게 저장을 안한다고.....

아컴 여러분.

저를 아끼신다면(?)  날려보내지 마세요~

부탁할께요~ㅎㅎㅎ

그러지 말고 저장하는 법을 배우시라고요?

ㅋㅋㅋㅋ남편이 서너번, 아들이 두어번 ,딸이 또 두어번 가르쳐 줬거든요?

들을 때는 응..응...알았어 담엔 그럴께 해 놓고

돌아선 순간에 다 날아가버린 기억력 때문에....

혹시라도 최대한 간편하고 빠른 습득이 되는 저장 법을 전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편한테는 더는 못 물어 보겠네요.

최소한의 기본 자존심에 치명타가 될까 봐...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