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텔레비젼뉴스는 청소년들의 결혼관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결혼이 인생의 정해진 코스라 여기던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 해도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결혼이고 결혼해서 자녀를 갖는 것 역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단다.
씁쓸하다. 신비로운 결혼의 세상을 맞보지 못할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슬퍼진다.
결혼은 단순히 한사람과 또 다른 한사람의 만남이 아니다. 한사람과 또 다른 한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그와 더불어 그의 모든 것, 그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그가 속한 세상을 사랑하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세상이 나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은 결국 얽히고 얽힌 사랑의 교집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살고 계시던 이 곳 보다 훨씬 더 편안한 그 곳에 가 계실 것을 확신하지만 이별은 아프다. 쏟구쳐 오르는 눈물을 참으려 침을 꿀꺽 삼키며 눌러버리면, 목구멍이 아려올 만큼 이별은 아프다.
그래도 간다. 그래도 가야한다.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 있기엔 남은 나의 교집합들이 너무 아름답다.
너무 잠깐 사이에,
마치 줄을 서서 떠나 듯
그렇게 떠나버리신
나의 고모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님
나의 형님.
아듀.
가슴에서 품어져 나오는 이별의 아픔이
스핑크스를 녹이는 독한 산성비처럼
내 온몸을 덮어도
이젠 그만
아듀.
일상으로 돌아와 교집합의 아름다움에 전념해야한다.
일상의 즐거움으로 깔깔대며 웃어야한다.
2007.3.14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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