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또 마음이 갈아앉는 계절이기도 하다.
금방 겨울이 온듯이 저녁엔 찬바람이 불기 시작 했다.
계절을 타는지 이저녁에 마음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아직 단풍이 다 들지도 않은채 땅에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이
추워서 돌돌 떨고 있더니만,
차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 왔다.
집에 들어서는데, 노란은행 나뭇잎 하나가 손가방에 앉아 있다.
\"어머나! 언제 따라왔니?\"
그앨 가지고 와서는 테블위에 놓으니 가을 손님인양 외롭지 않다.
예전엔 가을소재를 구해 열심히 집에 가을 장식을 하곤 했었는데,
도통 관심이 없어진 나의 무심함을 은행잎 하나가 나무란다.
나이가 먹는 것을 티를 내느냐고....
내가 좀 삭막해 졌나보다.
언제 부터 였을까? 왼지 슬퍼지려고 한다.
몇년전에 큰애가 온 얼굴에 눈물을 머금고 내품에 안겨 왔다.
그애의 얼굴엔 비극의 물이 들어 있었고,
그래서 나도 가을 단풍처럼 철철히 물이 배어들어 자꾸만 짙어지고
빠질 것 같지 않았다.
인생의 가을과 함께 마음의 가을도 같이 온 나날들....
몇번의 가을이 지났다.
말라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대롱대롱 매달린 낙엽 같은 마음은
우릴 오래 많이 괴롭혔다.
이제,
아이는 성숙이란 단어를 알았고, 나는 겸손이란 단어를 배웠다.
우리 아들의 블로그 제목은
\"젊음은 비극에 물들지 않는것\" 이다.
아들녀석의 공간에 들어가 볼 때마다 그말을 읽곤 하는데,
그래, 젊음 그자체 만으로도 비극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예쁜 두딸을 낳았지만 사과 같은 볼을 가진 아들을 낳고 싶었다.
정말 행복하게도 세번째로 아들을 얻었다.-정말 어릴 때는 아이볼이 사과 같았다-
26살이 된 아들...,
그말 처럼 오래~ 더 어른이 되어도 비극에 물들지 않고 살면 좋겠다.
몇번의 가을 동안 엄마가 겪었던 서늘한 바람 같은건 모르고 살면 좋겠다.
아들과 딸은 석류알 같은 반짝이는 젊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