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댁은 영동이다
영동은 감과 호두 그리고 요즘에는 포도 또한 유명한 곳이다.
큰집은 감이 지천이고 작은집은 포도가 지천이다.
온갖 맛있는 감들을 두루 먹어본 나로써는 과일 가게에 왠지 제
빛깔이 아닌듯 약간은 거무스름한 빛을띤 홍시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사는 곳에는 기온이 낮아 감이 없는 고장이였다.
하지만 몇 년 전 부터 몇 개씩 열리기 시작한 감이 이제 제법 운치를
느낄만큼의 양이 열린다 벼를 베고난 넓은 들판에 맑디맑은 아이들
웃음 소리는 해질녘 하늘로 오르는 따스한 굴뚝위 연기를 따라
열려진 푸른 하늘로 날아 오르고 서산에 걸린 노을처럼 붉은빛 홍시감은
잎떨군 찬 나무에 매달려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한 향수로 남아있다.
이곳에 첨 이사를 하고 감꽃이 너무 그리워 컴퓨터관련 일을 하는 친구에게
감꽃 사진을 부탁 했었고 채송화 사진을 부탁했었다.
그 절절한 그리움이 내 가슴에 있었는데 두 그루의 감나무에 감이 익고
콘크리트 마당 한 켠에 아직도 노랑,빨강,분홍,색색의 비단같은 채송화가
작은 꽃송이를 피워 올린다.
얼마전 꽃밭을 둘러보다 까맣게 쏟아지는 맨드라미 씨를 날파리 정도
생각했는지 촘촘히 거미줄을 치고 거미줄 위에 내려앉은 까만 맨드라미 씨는
거미를 조롱하듯 그네를 타고 있다. 무모한 거미는 어느 날은 내 목에
거미줄 한 가닥을 겁없이 두르더니 맨드라미 목밑에도 거미줄을 치더니
오늘보니 붉게 익어가는 감나무 밑에 전깃줄을 의지해 거미줄을 쳤다.
잎이 푸르고 무성할때는 감또한 푸르니 목이 빠져라 올려다 봐도 몇 개나
열렸는지 모르겠더니 붉게 물든 잎파리가 하늘거리며 떨어지니 햇볕에 익은
붉은 얼굴의 감들이 토실토실 살오른 모습으로 하루가 다르게 고운빛을 낸다.
감나무 밑에 서있는 날보고 남편이 묻는다.
\"오늘은 감이 몇 개여?\"
\"응 어제는 분명 38개 근데,오늘은 45개 그리고 저쪽 나무는 어제는 10개 근데,
오늘은 15개네.ㅎㅎㅎ\"
\"아니 어떻게 감 숫자가 매일 틀리나?\"
\"몰라,감잎이떨어지면 감 숫자가 자꾸만 늘어나네.ㅎㅎㅎ\"
똑 따먹는다는 말
나도 저 붉은감이 노을빛으로 익으면 정말 한 개쯤은 똑 따먹고 싶다.
높은곳은 이미 까치가 찜해뒀고 손이 닿는 낮은곳도 내 몫으로 몇 개나 될지
모르지만 저 살오른 붉은감을 똑 따먹고 싶다.
목을 젖혀 감을세다 오늘은 감인지 붉은 감나무 잎인지 자꾸만 헛갈린다.
남편이 묻는다 \"오늘은 감이 몇 개여?\"
\"몰라 넘 많아서 이젠 셀 수가 없어!\"
남편이 웃는다
붉은 감나무 밑에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 참 무모하지만 거미의 끝없는
도전에 그 또한 깨달음이 있다.
누군가를 향하여 큰 목소리로 자신의 잘남을 토해내는 소리보다 벌레먹어 상처입고
붉게 물들어 소리없이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감잎 하나에 나 더 큰 감동이
밀려옴을 어쩔 수 없다.
거미야 내가 먹겠다면 감 다 주마 너에게~~~~
공짜로 얻는 이 행복 무엇이 아까워 나 손 움켜쥘까.
매일 얼굴색 달리하며 나 행복 줬듯 오늘도 살오른 그 모습이 너무 좋다..
바라만 봐도 나 행복하다
내일은 끝없이 속살거리는 저 미루나무가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들어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