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남편을 죽이고 싶었다 .
뭇사람들 앞에서 날 쪽팔리게 할때도 그랬고 , 만취 상태에서 딸아이에게 상처를
줄때도 그랬고 말도 안되는 억지스런 논리로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때도 그랬다 .
원래 똑똑한 축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사고 이후에 사람이 아주 흐려졌다 .
95년도에 대형사고로 혼수 상태가 되었었고 퇴원후에 MRI에서 밝혀낸 뇌 동정맥
기형으로 뇌수술을 해야했다 . 머릿속에 은제품의 클립을 여섯개나 박아서 동맥과
정맥을 분리 시켰다 .
그리고 13년만인 올 3월 고속도로에서 11톤 짜리 차가 뒤에서 남편의 5톤짜리
차를 졸음 운전으로 들이받으면서 수술부위를 치면서 또 뇌출혈을 일으켰다 .
병원에 있으면서 뇌속의 출혈은 다 말렸는데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많이 나빠졌다 .
10월 1일날 퇴원 수속을해서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
저녁을 차려 주었더니 고들빼기기 무침을 먹다말고 짜서 못 먹겠단다 .
\" 짜 \" 하며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가만히 있는다 .\" 다시한번 먹어봐 \" 했더니
내 눈치를 보며 \" 쓴건가 \" 한다 . \" 그래 쓴거야 당신 고들빼기 엄청 좋아 했잖아 \"
했더니 아뭇소리 안한다 .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마치고 거실에 나오니 거실 탁자를 칼로 파서 다 망가트려
놓았다 . 내가 놀라서 \" 왜 이렇게 해놨어 \" 했더니 \" 응 손으로 만져보니 꺼칠 꺼칠해서
다 파버렸어 \" 한다 . 맙소사 다음날 아침을 먹는데 T.V 에 자막이 뜬다 . 최진실씨 사망
속보에 놀라서 밥을 먹다말고 \" 어쩜좋아 으휴 안재환씨 사망 이후에 무성한 말들이 떠돌더니
어째 저렇게 됐냐 \" 하며 안타깝게 중얼 거렸더니 \" 그러니까 안재환이가 죽인거야 \" 한다
\" 여보 안재환씨 죽은지가 언젠데 최진실을 죽여요 \" 했더니 \" 그러니까 안재환이가 죽였지 \"한다 .
잠자코 숟가락을 놓고 T.V 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치과를 가기위해 준비했다 .
옷을 챙겨주고 안방에서 준비를 하고 거실에 나오니 등산복 조끼를 다림질로 다 태워놓곤
날 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 이거 다탔네 \" 한다 \" 아니 등산복을 누가 다림질을 해 다림질
하는 원단이 따로있지 정 할꺼면 다림질 천이라도 대고 하던가 그리고 생전 안하던 다림질을
갑자기 왜해 \" 하며 내가 나무라자 가만히 있는다 .
3일동안 이런 저런 사고를 끊임없이 치고 ,,,,,,,,,,,,
교통사고 이후 병원에 있으면서 몸무게가 7kg 이 더 늘어서 90kg이 넘었다 .
3일 동안 워밍업으로 뒷동산을 데리고 다니고 4일째인 어제 삼악산을 데리고 갔다 .
그림같은 드라이브 코스인 의암호를 지나는데 눈물이 핑 돌면서 부질없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
술만 먹으면 날 힘들게 하더니 이젠 이렇게 내게 짐으로 남았구나 .
재작년에 남편을 잃은 언니가 얼마전에 함께 술을 마시다가 처음으로 울면서 내게 하던 말
\" 벽에다가 등을 지고라도 살아만 있었으면 내가 손이되고 발이 되서라도 먹여 살릴텐데 \"
하며 애절하게 울던 생각이 나며 쓸쓸 했다 .
형부는 좋은점이 많은 사람 이었다 .
그만큼 추억도 많겠지 ,,,,,,,,,, 이 인간은 만약 죽는다 해도 꺼내서 추억할게 없다 .
나를 힘들게 했던 기억밖에 ,,,,,,,,,,,,,,,,
뇌수술을 하고 2년후 쯤 느닷없이 태백에 계시던 엄마가 오셨는데 친구생일 이라며 나갔다 .
같은 아파트 단지라 나도 가서 잠시 얼굴을 비치고 먼저 왔는데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
데리고 가라고 ,,,,,,, 그 친구분과 함께 겨우 부축해서 데리고 왔는데 사람도 못 알아보며
소리를 질러 대기에 방으로 밀어 넣었더니 엄마는 날보고 \" 언제부터 저랬냐 원래 저랬냐 \"며
화를 낸다 . 잠자코 있는데 방안에서 쿵쿵 거리더니 신음 소리까지 난다 .
들여다 봤더니 팬티를 반쯤 내리고 침대 귀퉁이에 엎드린채 똥을 싸고 있었다 .
뒤로는 똥이 흘러 내리고 앞으로는 시커먼 남자의 상징이 축 늘어져 흔들 거리고 있었다 .
경악스런 광경에 할말을 잊었는데 ,,,,,,,,,,, 뒤따라 들어오던 엄마가 그꼴을 보더니
이틑날 말없이 가셨다 .
왜 느닺없이 그때 생각이 날까 ?
산에 올라가서 확 밀어 버리고 나도 떨어질까 ? 아님 시치미 뚝떼고 손털고 만세 부를까 ?
혼자서 몽상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 주차장에 도착해 등산을 시작했다 .
1시간 20분이면 오르던 산을 몇발짝 가다 돌아보고 옆에가서 같이가고 하느라 2시간도
넘었는데 정상은 아직 멀었다 .
7부 능선 쯤에서 시작된 바위산이 힘에 부쳤는지 8부 능선쯤에서 옆길로 돌아 갈테니
먼저 가란다 . 나는 이미 돌산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그럼 \" 조기 보이는 길로 돌아서 와 \"
하고 2미터 정도 되는 길을 올라가서 한참을 기다려도 사람이 안온다 .
이상하다 몇발짝을 내려 와서 둘러봐도 없다 .
아래쪽에 대고 손나팔을 만들어 목청껏 불러도 대답이 없다 .
불안해서 후다닥 뛰어내려 오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오던 사람들이 보이기에
물어 봤더니 못봤단다. 더 뛰어 내려가서 갈라지던 지점 까지와서 찿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
다시 뛰어서 한참을 올라가다가 생각해 보니 불안해서 안되겠다 .
혹시 다리가 풀려서 굴렀다면 ,,,,,,,,,, 정상에 있을까 해서 올라가는 사이에 시기를
놓칠수도 있지 하는 생각에 미치자 다시 뛰어 내려왔다 .
목청껏 소리 지를면서 내리 뛰는데 한떼의 아저씨들이 나를 쳐다보며 누굴 찾냔다 .
빨강모자에 빨간티를 입은 뚱뚱한 아저씨 못 봤냐니깐 한사람이 있다가 \" 빨간티 못봤는데
팬티를 빨간걸 입었나 \" 한다 게쉐이 이판국에 농담을 하고 자빠졌다 .
아랫쪽에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혹시 저기 남편이 쓰러져 있는것은 이닐까 휴대폰도 없는 남편이니까 쓰러져 있다해도
내게 연락을 못한다 .\" (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통화 정지를 시켰다 )
거기 누구있어요 \" 했더니 \"예 \" 한다 \' 혹시 거기 수현이 아빠 있어요 \" 했더니 \" 아니요 \"한다 .
돌아서서 정상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 정상에 가서도 없으면 119를 부르는 수밖에 없겠지
조바심이 났다 . 사이로 빠져 지름길로 뛰었다 .
이젠 내 다리가 풀린다 . 땀과 눈물이 범벅이 돼서 올라가면서 정상이 보이는
지점에 가서 \" 수현아빠 \" 불렀더니 \" 왜 하고 대답한다 .
안도감과 함께 화가 치민다 .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물을 꺼내서 한병을 다 비우고 가자고
데리고 내려 오면서 \" 내가 갈줄 몰라서 몇발짝 걷다 돌아보고 뒤쳐져서 지켜보고 했겠어 ?
낼름 정상에 가서 기다리면 될걸 일부러 호위해서 가고 있는데 그렇게 혼자 가버려서 날
놀래키면 어떡해 \" 했더니 \" 어차피 올라 올거라서 온건데 왜 화를내 \" 하더니
\" 나를 보니까 그렇게 반가웠어 \" 한다 내가 힐끗 쳐다보고 \" 아니 죽이고 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