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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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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에서 온 소식


BY 그대향기 2008-10-03

 

 

벌써 딸이 비행기를 타고 가을의 시작과 함께 과테말라에 간 지 한달.

그리워하기에도 바빴고 소식 기다리기에도 너무 방방 뛰는 생활에 누가 언제 어디에 갔나~~싶게

요즘 우리 부부는 하루 24 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다.

일년 중 가장 크고 바쁜 행사가 이 달 중순 경에 있어서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동동동.....

4000 평의 넓은 집 마당을 하루종일 뛰어다니다 보면 저녁엔 거의 녹초가 된다.

그런 생활에서 큰 딸의 소식을 한가하게 기다려 지지를 않고 그저 잘....있겠지 뭐.

생판 낯선 곳이긴 하지만 시숙이 계시고 동서가 계시니 잘 챙겨주시겠지...하는 안도감.

 

그런 바쁜 중에서 혹시나..하는 기대감으로 그저께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열어보니

아....

딸한테서 두통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

어디 어디 우리 청이 뭐라고 적었나 보자.

\"엄마?

ㅋㅋㅋ저예요.

잘 도착했고 재밌고요~~

다들 친절하게 잘 해 주시니 감사해요.

학원에서 스페인어 배우고 있는데 말이 좀 이상해요.

..........................\"

 

그렇게 시작한 편지엔 현지 적응을 잘 하고 있고

교회에서도 사위는 드럼을 치며 찬양을 하고 중고등부 애들 성경공부도 가르치기도 하고

딸은 율동을 가르치고 주일학교 교사도 맡아서 한다는....

바쁜 일상들을 재미있게 잘 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도 야채와 과일은 싸고 육류는 입이 떡~~벌어질 만큼 싼데

가전제품이랑 플라스틱제품이 비싸단다.

신혼살림을 다 두고 갔기에 현지에서 구임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가격 생각하니 현지사정과 너무 비교가 된단다.

 

미국사는 시누이되시는 분도 내 홈피에 딸의 근황을 올려주셨고

딸을 보낸 서운함도 살뜰히 위로해 놓으셨다.

과테말라에 계시는 목사님이 오빠가 되시는데

그 곳으로부터 딸 부부의 사진이 올라 와 있어서 그립고 보고팠던 두 애들을 만날 수 있었다..

뭐가 그리도 신이 나는지 입이 함지막 만하게 벌어져 있고

얼굴 표정도 밝아서 보는 내내 엄마인 내가 즐거운 사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머나먼 나라로의 여행인데

잘 적응하고 있다니 무엇보다도 감사하고 다행 한 일이다.

살면서 다소간의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누군들 없겠는가?

나이가 어리고 둘 다 사회경험이 너무 없던 애들이라

대인관계에서 상처 받을까 봐 그게 가장 맘이 쓰인다.

처세술까지야 못 되더라도 남들이 하는 작은 꾸지람 내지는 훈계도

속으로 승화시키고 자숙하는 태도를 길러야 하는데

연륜이 짧다보니 어떻게 대처 할라는지.....

 

이런저런 생각들은 많은데 애들한테 전화도 없고 시숙 집에서 언어가 좀 될 때 까지

같이 있기로 했기에 층은 다르지만 전화는 같이 쓰는 입장이라

선뜻 전화기를 들기가 그래서 아직 딸이 먼저 전화 올 때만 두어번 통화하고

엄마인 내가 먼저 전화는 못 해 봤다.

그래도 컴퓨터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사진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멀고도 먼 그 곳으로 달려 갈 수도 없고 딸이 저녁 먹고 마실 오듯 올 수도 없으니

조만간에 저들 집을 얻어서 나가면 화상 통화도 하자니 그 날을 손 꼽아 기다릴 밖에.

 

가사노동에서는 해방 된 모양이다.

도우미 아줌마가 싼 노동비로 와 준다니 한국보다 그 부분에서는 훨씬 자유롭단다.

게을러지지 말라고 타이르긴 했는데 어쩔런지.

딸도 일을 갖게 되고 사위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가사노동에서 자유롭다는 건 참 다행이다.

두 가지 일을 다 잘 해야 하는 한국보다는 딸이 훨씬 여유롭겠지.

이런 일들이 내 딸 앞에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일.

겁도 없이 선뜻 가겠노라고 했고 엄마인 나도 가라고 했으니

결혼부터 이번 과테말라 가는 일 까지 딸은 용감했고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앞날을 스스럼없이 가겠노라 했던 딸은

대학진학도 좋아하는 동물들을 위한 공불 찾아 나섰고

우리부부도 기꺼이 찬성해 줬었다.

 

그 수더분하고 조용했던 딸한테 이런 용기와 배짱이 있으리라곤 아무도 몰랐으니....

내 자식이지만 예측불허 상상초월.

아무튼 자기가 하고자 하는 세상을 위해 날개짓을 하는 딸을

응원해 주고 기도로써 밀어줄 밖엔 할 일이 없는 것 같다.

중학교 수줍음 많던 꼬맹이를 처음보고 7 년이나 더 지난 어느 날

결혼 상대자로 찾아 온 사위도 대단하고

나이어린 내 딸을 한 눈에 막내 며느리로 인정해 주신 사돈 목사님도 대단하시고 

지나 온 일이었지만 결혼식 당일에 찾아주신 그 많던 하객들도 대단하셨다.

다 감사할 일이고 살아가면서 갚아야 할 은혜들이다.

 

최고가 되려면 최선을 다 하란 말을 해 주고 편지 답을 쓴 엄마지만

과연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있는지...

내 생활이 바로 애들의 교과서 인 것을 감안한다면 소홀히 할 수 없는 매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