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하였다 끝내
어디에서 어디로?
근무중이던 정든 직장에서 새 직장으로 그러니까 다시 주저 앉았다는 뜻이고 이직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아무튼 지난 9월은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은 혼돈의 달이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의 추천으로 어찌 어찌하여 새 직장에 입사가 진행되어 가던중 회사에 퇴사 의향을
비쳤더니 예견한 대로 일종의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사회는 냉정하다는데 나이는 있지만 아직 미혼인 센터장은 평소 사적인 자리에서는 언니라는 호칭으로
늘 살갑고 다정하게 부르는데
언니~ 어디 가시려구요 이러시면 안되죠~
저희 회사에서 언니 안 계시면 안되는것 모르세요?
곧 나의 퇴사 결정은 사장님께로 보고되고 근무중 사장님실에서 잠시 뵙자는 연락이 왔다.
늘 웃는 모습의 점잖은 사장님이시다.
요즘 외부 일이 많아 분주했다시면서 진작 자리를 마련하여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하신다.
힘든 부분 있으시면 오늘 이야기도 좀 해주시고 회사측에서 타협점을 찾아 볼터이니
이직 결정만은 없던일로 접어달라는 요지셨다.
사실 나만의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직장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날로 힘 들어지고 수입은 경력이
붙어도 느는게 아니고 오히려 줄어만 가고 있어 고민이 많았던차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결과는 정도 이상의 강력한 거부였다.
그날 저녁 퇴근후 사장님은 센터장님 비롯 몇몇 팀장들 동반하여 가까운 동료들과 번개 회식 자리를
급하게 만들어 주시면서 사전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좋은 조건까지 제시해주시면서
결코 만만하지 않은 나이 쉰살에 이 아줌마를 붙잡으신다.
비록 이름만일 지언정 회사 사원 대표로 대외 문서에 나의 서명이 들어가던 위치에 있던 나!
직장 동호회 산악회 회장직을 갖고 있던 나!
그동안 함께 맞장구 쳐주며 정겹게 산에 오르던 동료들의 많은 이직으로 작년 태백산 산행을 끝으로
힘을 잃어 지금은 시들해진 산악회 회장이던 나!
사장님은 다시 산악회도 활성화하여 조만간 회사측에서 좋은 기념품도 만들어 배포하면서
동호회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 보겠다고 하신다.
남들은 명퇴할 나이에 그래도 아직은 내가 필요하다며 꼭 꼭 퇴사만은 안된다며 잡아주는
일할 일터가 있으니 사실 나는 행복한 축복 받은 아줌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콜 센터 상담원이 되어 그간 쉼표없이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결과 사십이 넘어 시작한 상담원 일이지만 초창기 자주 고객님들께 목소리 예쁘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던나였는데 이제는 가끔 나도 모르게 쉰 목소리가 툭툭 삐져나오고 그럴때 나의 한계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데 그래도 나를 아직 필요로 하다니...
또한 나의 이직의 걸림돌이 되었던 이유중 하나는
정든 직장의 동료들 때문이었다.
나도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기에 이틀간 회사 출근을 보류하였는데 그사이 휴대폰에 문자는 바쁘게
날아오고 다시 고민하고 출근하자 모두들 반가워 환영하는 그 정겨운 모습이란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고객센터이고 게다가 이제는 연령대도 다양하여 갓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
직원과 내 나이 차이는 숨막히게도 삼십 년 차이가 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다시 눌러 앉게된 직장
그러나 이제 예쁜 딸아이도 대학 졸업하여 직장 생활하며 똘망하게 제 앞가림 잘해 나가고
아들 아이도 남은 학기 휴학 끝내고 취업 준비 잘하여 직장 잡으면 나도 홀가분 아무 걱정없이
내 하고픈일 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아니 덜 받고 나를 위해 살고 싶다.
더 이상 나를 위해 모은 여행 비자금을 아이들 대학 등록금에 올인하는 허전함에 무작정
빠져 쓸쓸해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직장인에게 너무도 행복한 개천절을 낀 황금 연휴의 첫날이다
날도 좋고 하늘은 점점 높아만 가고
뭐 좀 재미나는 일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