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 글쓰냐?\"
\" 아아니~~~!!!!..왜?\"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다짜고짜 글쓰냐고 묻는 데
강한 부정으로 얼른 아니라고 해놓고는 목구멍에 사래가 걸린 것처럼 턱하니 막힌다.
별 것도 아니고 돈도 되지 않고 반찬값도 안되는 십원짜리 고스톱처럼
줄기차게 수다를 떨었다면 모를까.중독성이 강한 노름처럼 노느니 뭐하냐 시간이나 귺어 모은 시시콜콜한 애기를 글이라고 썼을까싶다.
어디 변변하게 신춘문예공모 한 번 디밀지 못하고 아예 나랑 관계없는 세계라고 나는 그렇게 안 세월이
어언 반세기를 달리고 있는데.
친구들끼리 몇 몇 안되는 회원인 카페회원으로 몇 꼭지 수다를 떨었는데
이 친구 멀굴 마주보자 마자 조사를 하는거다.
\" 언제든지 원고를 보여주던가 동인지를 같이 만들자!\"
\" 니는 시골에 사니 딱 어울린다아!\"
\" 언제 신춘문예에 공모를 할 겨?\"
아무리 생각해도 이 친구 번짓수를 잘못찾은 것처럼 나에게 자꾸 재촉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의 수다는 더 어려워졌다.
원체 느린데다 조금 모자르게 사는 게 특권이라면 특권인데
누구 눈에 들어 그럴듯하게 쓰는 글은 내 체질하곤 전혀 따로 국밥이다.
말하기 싫어서 손가락으로 탁탁 치는 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운데
미간에 내천 한자 새기며 담뱃불에 희미한 연기로 그을려진 작가들보니 나하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토록 등단하라고 하는지 알아보긴 하는데
보고 또 뒤져봐도 알다가도 모를 게 이 등단이라는 문이였다. 아직까지 별 뜻없이
주절주절 혼자 궁시렁대는 게 나에겐 젤이다.누가 말리지 못하는 수다의 세계다
\" 야!! 니 언제 책이나 내자?\"
\" 뭐? 웬 책을 내?\"
다른 한 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독서라는것과 친하지 않은 체질이란다.
책을 읽는 것보다 미니시리즈 드라마 재방송 또 보는 게 낫지, 죽었다 깨나도 이 눔의 책읽기는 곤역이란다.그러니 애덜한테 책읽어라는 못하겠단다.하긴 내가 못하는 거 자식에게
그대로 유전되었을텐데, 억지로는 뭐든지 어렵다.
그런데 내 글은 한 번 보면 줄줄 읽힌단다. 읽을려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읽히는 자동독서기라나.
엘리베이터처럼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끌어 타면 알아서 내려주는 그 쉬운 자동문같이 읽힌다니 나도 그런애길 할 수 없는 데.
아뭏튼 이 독서때문에 가을이 바쁘게 됐다.
책읽기에 딱 알맞은 계절이라고 하지만 아닌 사람은 졸음의 원천지라니 불면증에 걸릴 일은 없겠단다.
또다른 한 친구도 그런다.
\" 니 거는 맛잇어 글이...\"
이래저래 무슨 책이라도 어떤 글이라도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호기심을 발동케 하는 원동력이 있나 보다
환갑에 생일잔치 겸 그동안 아컴에 올린 푸념이나 수다들을 몽땅 정자일기로 책을 내볼까 상상도 해봤는데 그런 시간도 누린다니 즐겁운 일이다. 문인이 아니니 출판기념회도 뭐 그런것 다 안해도 별 해될 것 없을 것이고, 불러도 친구들에게 폐만 끼친다.
내 환갑생일때 친구들에게 택배로 착불로 붙여보면 어떨까? 다들 택배비나 책값이나 같다고 할까.
모두가 사는 게 힘들어 진다는 세상인데 생각은 내 맘데로 못하면 그 또한 억울하다.
한 십 년짜리 적금이나 들어야겠다. 책이나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