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머리에 뭐가 떨어지고 다시 땅으로 툭! 떨어졌다.
뭐야? 누구야? 하고 두리번거렸는데 아무도 없었다.
땅에 떨어진 걸 주워서 보니 어마나 도토리가 아닌가.
그것도 깨물어 약간 갈라진 아직 덜 여문 여린 도토리.
위를 쳐다보았다.
검은 털 청솔모가 쪼르르 높은 가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조게 나를 건드렸어.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순식간에 옆의
소나무 가지에 옮겨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쳐다 본 김에 도토리나무를 유심히 볼 여유를 가졌다.
지금껏 산을 가며오며 앞과 옆의 나무들만 바라 보아주었는데,
이제야 위를 보니 도토리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 참 신기하다. 언제부터 도토리나무가 여기 있었나?
그리곤 발길을 재촉하다 생각나는 게 있어
다시 위를 올려다보았다.
혹시 저 조그만 게 내게 앙갚음을?
나는 혼자 피식 웃어 버렸다.
얼마 전에 산에서 검은 털 청솔모가 뭐를 입에 물고
부지런히 소나무 아래 근처를 헤매고 다녀서 가까이 가보았다.
솔방울을 물고 감출 곳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조용히 걸음을 멈추고 보고 있었더니
소나무 아래 우거진 풀을 헤치고는 그곳에 숨겨두고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다 멈추고 나를 잠시 보는 것이었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보란 듯이 그 숨겨둔 솔방울을 찾아내었다.
그리고는 봐라 이거지? 하고 놀리고는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두고 왔었다.
그랬는데 요게 그 때의 청솔모였나?
그래서 내게 앙갚음 하려고 내 머리위로 도토리를 던졌나?
이렇게 생각하다 그랬나보다 하고 웃으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