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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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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긴 가나 보다


BY 그대향기 2008-09-03

어제 딸네 이삿짐이 들어왔다.

9월 4 일에 출국이라 아파트 전세도 내 놓고(자기네 아파트가 전세 만기가 아직 남아서 다른 아파트를 전세들어 살았었다)

완전 신혼살림을 공중분해를 한 셈이다.

드럼세탁기 , 청동 쿠쿠밥솥과 청소기는 시어머니.

벽걸이 대형 티비와 컴퓨터와 복사기등 주변기기 전부, 손님접대용 순면 이쁜 이불세트는 시누이.

지펠 문 두짝 냉장고와 스팀오븐, 대리석 화장대는 친정엄마.

그 나머지 짐들은 포장이사를 하면서 한 3~5 년 정도 안 풀거라며 포장을 단단히 해서

빈 방 하나에 다 들여놨다.

포켓스프링이 안 꺼져야 할건데, 장롱이랑 다른 가구들도 안전하게 잘 넣어뒀는지 유리그릇들은 안 깨지게

포장은 따로따로 잘 했는지.자기그릇들은 너무 많이 포개진 않았는지....

다행히 그 많은 이삿짐을 넣어둘 공간이 있으니....

처음부터 그리 먼 나라로 살림을 갈거였다면 바리바리 목돈들여 준비하지 않았겠지만

사람 일이라는게 참 우습다.

아직 오븐의 비닐도 다 벗겨지지 않은 새 물건이 내 차지가 되긴해도 다 빚인 셈이다.

애들 돌아오면 새로 사 줘야하니..ㅎㅎㅎㅎ

딸은 안타까워서 \"엄마가 다 필요하다고 하지 그랬어요. 시어머니랑 시누님이 달라고 해서 다 드리고 나서

엄만 없으면 말라고 하고.....냉장고는 제가 엄마 드린다고 남겨뒀어요.\"

딸은 어차피 몇년을 안 쓰고 넣어두면 망가지고 미워진다고 엄마가 가지라고 했지만

두 집안에서 그 몇 안되는 세간살이로 감정 얽힐 일 , 속 들여다 뵈는 일 안 만들려고 그냥 다 드려라~~했더니...

교회에 쓸 세탁기가 필요하던 차에 애들꺼 새것이나 마찬가지라 시어머님이 쓰시고 사택에 있던 세탁기를

교회에 유용하게 쓰신다고 달라 하신건데 아이구 얘야......

엄마는 지금 있는 것으로 잘 살고 있다 걱정말아라......

 

딸을 멀리 보내는 친정부모의 마음이 안타까워서라며 목사님 부부께서 같이 오셨다.

떡과 과일을 사 들고서.

점심엔 사돈댁과 이삿짐 아저씨들과 우리집 할머니들 또 창고보수 직원까지 도합 25명.

번개돌이 또 번개 맞았다.

한박자씩 늦은 직원한테는 애호박부침개와 물 좋은 은갈치구이를 시켜놓고

다슬기 국에  넣을 시래기 삶고 밭에서 부추 베어 오고 닭찜에 넣을 꼬마감자 까고

표고버섯 말린 것 물에 불려두고,상추씻고 돼지고기 양념에 재워두고.....

냉장고에서 차게 해둔 수박 깍뚝썰기해서 이쁘게 접시마다 담아내고 떡 썰어서 보기좋게 내고

김치랑 양파장아찌 세모나게 썰고 국물 끼얹고.........

혼자서 발에 바퀴를 단 것 처럼 너른 주방을 이리 휘리릭 저리 후다닥.

수련회 기간에는 봉사자들이나 있지 사람 수 십명은 그냥 해야 한다.

시장을 다 봐 오는데 목사님부부도 오신다니..

도로 갈 시간은 없고 있는데로 차려드리자 하고는 정성만 다했다.

사돈어른이 오시면 거창하게 차려 드려야 할런지는 모르겠는데

있는 정성껏 대접해 드리기로 하고 육해공군을 다 출동시켰다.

다행히 목사님께서도 사모님께서도 갈치랑 다슬기 국, 제육볶음이 간이 맞다시며 맛있게 드셔서 고맙기만.

 

점심을 드시고 할머니들한테 과테말라가 어디쯤이고 어떤 나라인지 설명해 드리고 같이 기도도 하시며

떠나는 딸을 위해, 남는 가족들을 위해 위로를 많이 해 주셨다.

점심을 다 마치고 우리집으로 올라오셔서 커피를 마시며 딸을 보내게 허락해 주셔서 고맙다고 하신다.

그 먼 나라에 쉽지 않을 결정인데 보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시는데

이미 딸은 시집을 갔고 성인인데 둘이서 결정하고 통보를 받았을 뿐이고

가서 세상을 배우고 오라고 했는데도 감사하단다.

두 집안에서 자식들을 하나씩 보내는 거니까 같이 걱정하고 기도로써 응원하자시며

합심해서 기도하고 헤어졌다.

이번에 평생교육원을 허가 받으시고 학점은행을 하신다니 참 대단하시다.

시누이되시는 분도 중국어와 한문을 가르친다니 참 가족들이 다 열심이시다.

 

딸과 사위는 어제 우리집에서 같이 자고 오늘 창원 시누집으로 갔다.

자기네 집도 없어졌고 시누이가 여동생처럼 이뻐 해 주셔서 딸도 언니처럼 잘 따라서 보기도 좋다.

송별식도 할겸 맛있는 저녁을 대접 받는다며 ....

난 정육점에서 멸치랑 된장 ,통깨 오징어채, 고춧가루를 완전 밀봉을 해서 진공포장까지 마무리하고

부필 최대한 줄여서 여행가방에 채워준 다음 남편이 비상금을 두둑히 챙겨준다.

없다 생각하고 있다가 급할 때   위급할 때 써라고.

비상약도 챙기고 가서 무조건 열심히만 하라고 신신당부.

꾀 부리지 말고 사람들에게 귀염받는 인물들이 되라며 큰 주문은 하지 못했다.

가서 부딪혀보면 할일도, 하고 싶은 일도 있을거니까.

미리부터 겁 먹지 말고 자만도 하지말고 현지에서 조사를 끝내고 적응하라며 당부의 말을 아꼈다.

당분간은 스페인어를 배워야 하니까 둘이서 학원부터 다녀야 한단다.

어제도 낯선 발음이 집에서 꼬불랑거렸다.

 

이틀을 투자해서 집을 완전 물갈이 했다.

휴.......

문 두짝짜리 우리 냉장고를 뒤져 안에 든 물건들을 다 꺼내 놓으니 뭐가 그리도 많은지....

큰 다라이 셋을 다 채워도 남는다.ㅎㅎㅎ

혼자서는 열흘을 먹기만 해도 남을만큼 가지가지 종류별로 떡이란 떡은 다 냉동고에서 나오고

아이스크림에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매실원액 햇 것과 묵은 것까지..........

냉장고가 없었다면 저걸 다 어디다 두고 살았을꼬?

할머니들이 많다보니 손님들이 떡을 자주 해 오시고 그 때 마다 주시니 우린 떡보네보다 더 떡이 많다.ㅎㅎㅎ

밥 대신 열흘 정도를 떡만 먹으며 줄여야겠다.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물건들을 보며 언제 저걸 다 치워???

안방 화장대까지 바꿔야 하니 일은 만들어서 한다.ㅎㅎㅎ

오늘 아침은 늦잠 자고 일어난 두애들에게 잘 먹는 쇠고기 장조림에 메추리알 넣고 매콤 짭조름하게 하고

팽이버섯과 부추 양파 채 썰어서 부침개 서너정 구워서 기본 반찬과 함께 상을 차렸다.

할머니들과 남편은 부산에 다 가시고 없어서 집에서 오붓하게 상을 봐 줄 수 있었다.

이틀동안을 쉬러 온 사위를 일을 시키니 딸이 웃긴단다.

사위가 쉬러 왔지 머슴으로 왔냐며..

그럼 언제 시켜 먹냐고 언제....

가면 몇년 있다 오는데 딸 데려가는 것도 조금 억울한데 둘이 다 가니 더 억울하지.

그래도 싹싹하게 대답도 네..네..잘하며 무거운 것도 땀을 안 흘리는 척 많이 흘리며 척척 잘 들어주니 이쁘네~~ㅎㅎㅎ

 

멀긴 먼 나라에 모레 간단다.

오후 2 시 쯤에 김해공항에서.

우리도 그 날 하루 휴일 잡고 손 흔들어 주러 간다.

아직은 눈물이 안 날 것 같은데 이륙하고 비행기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아마도.....

둘째는 제 것 밖에는 모르는데 큰 딸은 좋은 것은 엄마 다 가지라는 애다.

그런다고 오냐~~할 엄마도 아니지만.

사돈댁은 큰따님은 미국에서 치과의사랑 결혼해서 계시고, 큰 아드님도 과테말라 에서 목사님으로

이번에 막내 아들도 과테말라에 나가면 둘째 따님만 창원에 남는다.

참 많이 허전하시겠다.

막내아들 사랑이 각별하시다던데.....

사남매 중에 삼남매를 먼 이국 땅으로 보내시는 마음이 어떠실지.

큰 따님을 보내고 많이 우셨다고 하시던데 이번에는 어떠하실지.

여러 번 겪으시는 이별이라 이젠 좀 옅으지셨을까?

아쉬움과 걱정, 보고픈 마음이....

가서 건강 하나만은 잘 챙기고 감사하는 생활이 되어야 할건데 잘 하겠지.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수더분하고 입이 무거워서 목사님이 참 많이도 이뻐하신다며 사모님이 칭찬하시는 우리 딸.

힘들고 어려울 때 엄마가 보고싶으면 어쩔꼬?

컴 위에 화면으로 대화하는 기능을 만들어 두고 시험방송(?) 도 해 보고 갔다.

보고프고 그리우면 열려라 컴 화면~~하란다.

그래그래.

우리 열심으로 삶을 사랑하며 살다 만나자~~

캔디가 되어서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말고 멋진 너의 미래를 가꾸다 오렴.

엄마도 이 곳에서 멋지게, 씩씩하게, 아름답게 나이들고 있을께.

아빠랑도 연애하듯이 그렇게 지금처럼 젊게 살께.

막내 근이도 좋은 학교로 진학시키게 격려도 하고 잘하라고 응원도 많이 할께.

잘 있다 와~~

내 딸.

사랑한다.

아주 많이 많이 알지?

넌 맨날 전화 끝에 엄마가 사랑한다~~하고 할말 없어? 이러면 알면서~~이게 다지?

앞으론 네가 먼저 엄마~~사랑해요~~고마워요~~이래봐 알았지?

잘 자고 모레 공항에서 보자.

만나자 이별을 하려는 우리지만 그래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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