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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더러 정원가꾸기 수업을 하라구요...


BY 낸시 2008-09-02

내가 가꾸는 꽃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다.

특정한 꽃에 대해 묻는 사람도 있지만 항상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자기집 정원에 무슨 꽃을 심었으면 좋겠는지 와서 조언을 해달라는 사람도 있다.

자기 남편이 정원사인데 내 꽃밭을 보여주고 싶다고 사진을 찍어도 좋겠느냐고 묻기도 하고, 날더러 클레스를 열어 비결이 무엇인지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말을 들으면 기쁘기도 하지만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사실 꽃과 나무를 사랑하긴 하지만 난 아직 그야말로 아마츄어 초보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렇지만 사실 내가 봐도 그리 나쁘진 않다.

물론 잡지나 달력 사진을 통해보던 아름다운 정원들에 비하면 잡초밭에 불과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일년이나 이년즘 지나면 훨씬 나아질 것도 안다.

그래서 가끔은, 그래 두고 봐라. 몇년 후엔 정원사들도 내 꽅밭을 보고 배우러 올 날이 있을테니까. 하고 벼르기도 한다.

 

어떤 손님이 그런다.

내 꽃밭은 가꾼 흔적이 별로 없단다.

물론 자기는 내가 날마다 정성을 다해 가꾸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보인단다.

예쁘지 않다는 말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뜻이란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내가 정원을 가꾸는 방법이다.

천성이 짠순이다 보니 절로 그렇게 되었다.

우선 여름에 물을 많이 주어야 자라는 종류는 처음부터 피한다.

내가 사는 곳은 겨울엔 그런대로 비가 잘 오는 편이지만 여름엔 몹시 가물다.

꽃을 살 때 사막기후에서도 자라는 종류는  최우선이다.

그래서 유카나 선인장이 많다.

가시나무도 많다.

대부분의 가시나무는 가뭄을 타지 않는다.

그 다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열매나무다.

나뭇잎새가 지고 난 꽃밭은 자칫 겨울에 썰렁해보이기 쉽다.

열매나무는 겨울화단을 풍성하게 해주어서 좋다.

물론 노랑사철나무나 난디나처럼 나뭇잎 색깔이 녹색이 아닌 것도 잊지 않는다.

잎사귀 색깔만으로도 정원을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이다.

꽃피는 시기가 긴 것도 좋아한다.

날씨가 더운 이곳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것들이 꽤 많다.

플럼바고, 브갱빌레이아, 바베이도스 프라이드, 유두화, 장미,  난타나, 패랭이, 채송화...

일년에 서너번 꽃을 피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게 비결은 아니다.

내가 떠벌이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얼마전 농대에서 원예학 교수를 하는 남편의 선배가 찾아왔다.

내 꽃밭을 보더니 저것도 뽑아버리고 이것도 뽑아내란다.

웃고 넘겼다.

히히, 그게 바로 내 꽃밭이 예쁜 비결인 줄도 모르고...

내 꽃밭에는 가죽나무, 도토리나무, 느티나무, 차이니즈피스타쵸나무,...들이 같이 자란다.

이곳 텍사스에 흔한 나무들이라 씨가 날아와 절로 자라는 것들이다.

적당히 가지를 잘라 키우면 꽃밭에 풍성함을 더한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나무들이니 가뭄에도 싱싱하기만 하다.

야생화들이 자리를 잡아도 뽑아내지 않는다.

달개비도 있고 달맞이 꽃도 있다.

다른 사람눈에 잡초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꽃이다.

뜨거운 텍사스 태양아래 시들지도 주눅들지도 않는 꽃들이다.

 

나는 내 꽃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도 한다.

남들이 예쁘다고 하니 듣기 좋고, 바라보면 행복하다.

꽃밭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꽃과 나무를 보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어서다.

순리대로 사는 것,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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