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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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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혜야, 물렀거라.


BY 낸시 2008-08-31

황신혜 몸매가 인터넷 뉴스꺼리인 적이 있었다.

젊은 미스코리아는 몰라도 나이 든 황신혜라면 나도 가끔 비교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샤워를 하고 브라와 팬티 차림으로 아랫배에 힘을 콱 주고 양손을 허리에 걸치고 서서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여보, 어때. 나도 쓸만하지 않아?\"

남편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너스레를 떤다.

\"어여, 어여, 황신혜야 물렀거라. 우리 와이프 나가신다.\"

하하, 히히, 낄낄거리고 둘이 웃었지만 나이들어 처지는 허릿살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동안 어찌어찌 옷으로 가리고 날씬하다 소릴 듣고 살았는데  점점 옷으로 가릴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다.

샤워하고 거울을 볼 때마다 팬티고무줄 위로 넘치는 허리살이 출렁출렁 춤을 춘다.

 

팔십이 넘은 어느 할머니의 육체미가 인터넷 뉴스꺼리인 적도 있었다.

육십이 넘어 웨이트 트레이님을 시작했다는 할머니의 몸매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 밥을 사 나르기가 힘겨워서, 그렇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서글퍼서 웨이트 트레이님을 시작했다고 하였다.

오십 중반, 점점 약해지는 체력에 서글픈 나도 그 뉴스에 고개가 절로 끄덕끄덕해졌다.

나도 따라 해 볼까?...하지만 그냥 시간이 지나갔다.

 

김집사님 내외분이 우리 가게에 오셨다.

육십 초반의 부부다.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다닌지 몇달 되었다고 하신다.

체력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끼겠다고 하면서 우리 생각이 나서 가게에 오셨단다.

마침 그 헬스클럽이 우리집 근처라고 우리보고 같이 가자고 권하신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그럼 같이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

싫다는 남편은 같이 안 가면 이혼하겠다고 농담 반, 협박 반 해서  데리고 갔다.

 

십 년 전 다니던 교회 시모님이 헬스클럽에 같이 다니자고 하였을 땐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먹은 음식이 아깝지, 먹고 헬스클럽에 가서 소모할 에너지를 왜 먹나, 이런 생각도 얼핏 들었다.

사모님이 그럴 에너지가 있으면 봉사활동을 하시지, 이렇게 혼자 속으로 잘 난 체도 하였다.

이제 그 잘 난 체도 세월 앞에 무너졌다.

점점 탄력을 잃고 늘어지는 허릿살에 반비례해서 내 체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수시로 느껴야 했다.

대학에 가기 위해 체력장이 필요했던 시절 우리반에 특등급은 없었고 일등급이 셋이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그 때까지 거슬러가지 않아도 십 년 전만 해도 하루종일 꽃밭에서 땅 파고 돌을 옮기고 할 수 있었는데...

언제까지 흘러간 과거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헬스클럽에 등록한 김에 개인 트레이너도 정했다.

한시간에 육만원, 거금이지만 우선 열 두 시간 짜리 개인트레이닝을 받기로 하였다.

남편은 아까워서 싫다고 하니 버려두고 나만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아홉시간을 받았다.

건강해졌냐고?

모르겠다.

그저 아프다.

뱃살은 여전히 출렁이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걷기도 힘들고 앉기도 힘들고...

세상에 쉬운게 없지.

돈 들여 개인 트레이너를 정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돈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힘들어서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참자, 참자.

농담이 아니고 진담으로 이렇게 말할 날을 상상하면서...

황신혜야, 물렀거라. 낸시가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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