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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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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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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반딧불이가 될지도 몰라.


BY 오월 2008-08-31

또 눈에 띄기 시작했어.

차 안에도 여기저기 사무실에도 여기저기

집안에도 여기저기 날을 잡아야 겠어.

다 모아보니 제법 한아름이네.

다 쓴 티슈통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양사이드를 칼로 살짝 잘라 안에 주유소에서

얻어온 휴대용 휴지들을 차곡차곡 넣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두면 가족들이 뽑아 쓴다.

 

멋진 찝차를 모는 여인이 있어

나 잔뜩 주눅들어 그 옆에 탔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창문을 쫙 내리더니

이렇게 말하는거야

\"휴지 됐어요\"

아!멋진여자

난 뭐냐?

 

화장대 위에 아무리 두드려도 안나오는 샘플병을

모두 뒤집어 놨어

팔 다리 샘플로라도 그나마 맘편히 바르려고

딸내미 데리고 BB 크림 사로갔어.

BB크림 하나에 만 이천원이래

난 그런게 있는줄도 몰랐어.

딸내미 용돈아껴 하나 사주며 BB크림만 받아쥐고

나가면서 \"샘플 좀,드릴게요 \"하는 점원에게

\"샘플 됐어요\" 그러는 거야

아!멋진여자

엉거주춤 딸내미 따라 나가다 도저히 안 되겠는거야

 

다시 들어와 \"샘플주세요\" 했더니

아가씨가 필요없다해서...

\"난, 필요 있거든요\"

 

무진장 싸워대는 남편친구 부인 어느날 카운셀러

부탁해 호프집에 나갔더니 홀로앉아 멋진 과일안주 한 접시

앞에두고 앉았는데 아!멋진여자.

폼나는 과일 한 접시는 얼마여?

혹 몇 끼 부식값과 맞먹는건 아닐까.

리본으로 멋지게 장식된 과일안주 그 앞에 고독을 씹으며

앉은여자.

순간 꽤 능력있고 멋져보이는거야.

난 뭐냐?

 

세제 살 때 딸려오는 빨래 바구니의 휴혹은 뿌리칠 수 있어

커피 봉달이에 주렁주렁 붙은 유리컵도 뿌리칠 수 있어

플라스틱 용기안에 들어앉은 참치캔도 물리칠 수 있어.

하지만 나도 말이지 까맣게 썬팅된 창문 올리며

\"휴지 됐어요  샘플 됐어요 \"

속옷사고 껴주는 투명 덧신에 \"잘 신을게요\"

보다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덧신 됐어요\"

그렇게 외쳐보고 싶어.

아!! 필요치 않는 것들에 NO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그녀들

정말 멋지다.

 

참 나 무지 궁금한거 하나 있다.

정말 비데 쓰는사람들 휴지 안쓰나요?

휴지값 아껴 진다기에 비데 샀는데....

\"휴지 됐어요\"

그게 안되네

오늘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통째로 준다.

흐미!차 안이 그득한게 나 부자됐어요

 

컴컴한 밤에 나 엉덩이에서 반딧불이처럼

파란 형광불 나올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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