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한 마리가 아주 오래 서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재두루미를 오래 바라 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먼 곳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있는 두루미...
난 새를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래 바라보긴 처음이었다. 긴 다리와 긴 목, 긴 부리와 회색빛 도시를 닮은 세련된 날개 그리고 검고 투명한 눈...
햇볕이 쨍쨍한 어제 아침 마지막 산책은 항상 호수길이다.
연꽃이 핀 호수, 온갖 생활 용수와 공장의 폐수와 흙물로 언제나 퀘퀘한 냄새가 나는 호수,
그래도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호수,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완전한 호수...
이 도시는 공장과 인공 호수와 바다를 메워 만든 도시의 화려하지만 씁쓸함이 공존한다.
내 고향에도 새가 날고 있었다. 새 중에서 우아하고 멋진 두루미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람의 인기척을 금방 알아차리고 아주 멀리로 날아 오르는 두루미를 한 번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두루미는 언제나 높은 곳에서 그 눈부시도록 하얀 날개를 펼치고 유유히 날아갔다.
어제는 두루미를 정말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하듯이 햇볕아래서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좀 더 가까이 가니 두루미는 퍼뜩날려고 하다가 호숫물에 박혔다. 젖은 날개를 털며 황급히 자리로 다시 돌아와 섰다. \'두루미는 물갈퀴가 없는데...\'
동물 구조대에 연락을 해야할지... 너무 놀랐다.
어디가 아픈가 보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재두리미는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은듯 날아 올랐다.
날아가는 두루미를 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는 먼 곳을 보면서 그토록 오래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아침에는 산책길에 쇠오리 한 쌍이 날개죽지에 고개를 박고 잠든 모습을 보았다.
저들도 잠을 자는구나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데... 아마 그들이 자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늦잠을 즐기는 한 쌍의 오리위로 바람이 훅 불었다. 오리의 털이 부들부들 날렸다.
나는 어제 생태 강의를 듣기로 하고 접수를 했다.
생태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어서 큰 맘 먹고 다시 시작을 결심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무슨 일부터 어떻게 해야 이 많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며 살 수 있을까?
한 번 뿐인 삶이라고 생각하니 초조해 진다.
언제부턴가 나는 끝없이 시작을 한다 끝이 안 보이는 시작...
난 하루도 엉덩이를 붙이고 쉬지를 못하고 종종대며, 산다.
예전에 나와는 너무나 정반대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건강해서 이렇게 열심히 시작을 하고 도전을 하고 또 상처를 받고...
이렇게 살면 내 아이들도 열심히 살아야 되는건 줄 알게되리라 믿으며...
내 나이 오십에는 내가 바라는 멋진 여자가 반드시 되어있으리라 믿으며...
난 또 이렇게 시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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