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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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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쑤욱 올라 왔네!


BY 은지~네 2008-08-23

내가 사는 이곳은 봄이 늦게 오는 곳이다.

그래서 보통 텃밭에 씨앗 뿌리기는 오월 중순이 넘어서 한다.

그러나 올해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유월이 넘어서야 시작이 되었다.

 

보통은 밭가는 기계로 밭을 갈아야 흙도 부드러워지고

잡초도 어느정도 조절이 되는데...

이번에는 근육이 잘 발달되고 있는 두 아들들에게 땅을 파게 하고,

나는 손으로 잡초를 제거 하면서 밭정리를 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들들의 음식 시집살이(?)로 힘들었다.

힘들다보니 밭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었다.

 

작년에 과밀재배로 나의 웃음을 샀던 남편또한

알러지 천식을 앓고 있는 내가 점점 더 좋아져서인지

올해는 다른 정원 일에 정신이 빠져 텃밭은 들여다 보지를 않고,

나무등을 자르면서 잔디만 돌보고 있었다.

 

정원일에 취미를 붙이던 남편은 뒷마당을 더 예쁘게 하자면서,

화단용 자갈을 한차 주문을 하였다.

자갈이 배달 되면 어디에다 내려 놓을까 하기에,

나는 앞마당 드라이브웨이에다가 두자고 하였으나,

남편은 남의 눈에 보이는 곳이 싫다고 굳이 뒷마당구석에 두자고 한다.

 

그러나 하필 자갈을 실은 트럭이 온 날은 비가 오고 난 뒤였다.

땅이 젖은 상태에 무거운 트럭이 들어 왔으니,

뒷마당의 잔디에는 깊은 두줄기 상처가 남게 되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으나 심한 상처에 남편도 당황을 하였다.

화가 난 나에게 여러가지로 변명을 하였지만 이미 일은 난 뒤였다.

 

자연적으로 복귀가 될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했고,

성격이 급한 남편이 그걸 지켜보지를 못할것은 뻔한 이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편에게 화만 낼수는 없었다.

그곳에 흙을 사다 메꾸고 잔디씨를 새로 뿌리는 것도 일이었다.

우리는 상의 끝에 그곳에다가 화단을 꾸미기로 하였다.

 

집에는 여러가지 다년생 꽃들이 많았고 정원수도 많았다.

우선 흙을 사다가 메꾸고, 멀치용 헝겊과 멀치를 사왔다.

다년생꽃들을 포기나누기를 하여 심고

정원수들의 밑을 살펴보아서 발견되는 아기나무들을 옮겨다 심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름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이었다.

내 전공이 생물 맞는가?

 

부끄러운 마음에 정원 가꾸는 책을 사서 읽으면서

정원 디자인과 꽃들의 이름 그리고 성질들을 공부 하였다.

나무 파는 곳에 가서 나무도 사면서

나무들의 이름도 익혔다.

영어와 한국말로 된 이름을 익히면서 하나하나 노트를 하였다.

그러기를 한달여 하다보니 7월 중순, 한여름이 되었다.

나머지는 선선해지면 해야 했다.

 

그동안 잊고 지낸 텃밭이 생각이 났다.

앙상한 가지에 토마토가 하나씩 아주 조그맣게 달려 있었다.

오이는 바닥을 겨우 기고 있고,

고추는 잡초보다 더 작은 키로 힘들어서 울고 있었다.

미안했다.

그동안 물 한바가지 주지 않고 잡초도 안 뽑아 주었으면서,

뭔가 기대를 했던 나의 몰염치와 게으름이 부끄러웠다.

 

팔십이 넘은 노구를 이끌면서도

아파트에서 화분에 온갖야채를 키우시는 친정어머니가 생각이 났고,

대학교수를 하시다가 은퇴를 한후에

잡초하나 없이 넓은 텃밭을 가꾸시는 큰 시아주버님이 생각이 났다.

나는 겨우 세평좀 넘는 밭이다.

 

우선 물을 갖다 주었다.

다음에는 풀을 뽑았다.

음식찌까기중에서 거름이 될것을 매일 모아서 갖다가 파 묻어 주었다.

심지어 쌀뜨물까지 받아서 갖다 주었다.

벌레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군데군데 파와 마늘을 심었다.

벌레가 다 갉아 먹어 앙상했던 베이즐이 다시 쑥 올라 왔다.

 

농작물은 가꾸는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매일매일 계란 껍데기도 묻어 주고

선충을 예방한다고 메리골드도 심어 주며,

틈만 나면 가서 들여다 보았다.

고추와 오이에 꽃이 피었다.

토마토도 누런 잎들만 있더니 푸르고 싱싱한 잎들이 많아졌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텃밭 가꾸는 법을 공부했다.

나는 상상도 못한 시금치와 당근까지 텃밭에서들 기르는 것이 아닌가?

나도 해보자는 오기와 욕심까지 생겼다.

인터넷으로 씨앗을 주문하고, 밭을 가는 작은 기계도 샀다.

매일매일 아침이면 밭에 나가다 보니

채소들이 예뻐 보이기 시작 한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성당에 계시는 신부님이 우리집에 다녀 가셨다.

우리집에서 하루 주무시면서

우리가족에게 고해성사도 주시고

남편과 골프도 치신 신부님은 하루저녁을 우리가족과 어울리셨다.

운동을 좋아 하시고 또 운동을 잘 하시는 신부님은

남편의 골프 폼을 교정하기 위해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공은 거짓말 안 해요. 사람이 치는 대로 가요.\"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거짓말은 사람만이 하나봐요?\"하면서 웃었다.

 

신부님이 가시고 난 후,

텃밭에 계속 신경을 쓰면서 정성을 다한 결과

우리 밭에서는 작지만 오이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토마토도 커지면서 붉게 익어 가고있다.

다음주면 뽑아서 김치를 담글수있는 열무도 한참이고 시금치도 자란다.

세평남짓한 밭도 아홉평이 넘게 커졌다.

그곳에는 가을 작물인 무와 배추 그리고 알타리를 심었다.

 

요즘 골프폼이 많이 좋아져서

뒷집레바논 아저씨와 골프를 치고 신이 난 남편은

올해는 전혀 맛보지 못할줄 알았었던 풋고추를 먹으면서

더 신이 나서 말한다.

\"공은 거짓말 안 해요. 흙도 거짓말 안해요.\" ^^

\"그럼요. 그럼요.\" 나의 맞장구다.

 

어젯밤에 내린 비로 무와 배추싹은 더 크게 쑥 올라와 있다.

이렇게 이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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