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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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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BY 들꽃 2008-08-13

비가 잠시 소강 상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콩알만 한 빗방울도 좋지만 안개 처럼 살갗에 녹녹히 내려 앉는, 눈에 보일듯 말듯한  는개 비도 나는 사랑한다.

사흘 가뭄은 군소리 없지만 사흘 장마엔 원성이 높다는 말 도 있다.

그래도 가끔씩은 햇살 보다 빗 살이  더 그리울 때가 더러  있다

 

비는 한모금 차향을 그립게 한다

작열하는 햇살이 모든 사물을 하얗게 탈색 시키는 요즈음.

너무 지친 탓 일까?

성애 낀 창가로 한잔의 뜨거운 풀잎 차를 들고 상념은 겨울의 한복판에 머문다

 

겨울밤, 누구의 눈물이 창에 얼룩지어 남아 있는걸까?

얼마나 겨울  하늘 달빛 처럼 차갑고 섬뜩한  그리움 이면,  마음 같이 얼어붙은  창에 두터운 커텐자락에 묻혀 결국엔 잊혀지고 햇살에 지워져  읽히지  않을 연서를 온 밤 써 놓은걸까?

별빛처럼 처연하게 빛나는 푸른 마음의 소유자였을까?......

 

한모금, 또 한모금...

목안으로 뜨거운 풀잎향  흘려 보내며 손톱 세워 그리운 이름 적어본다.

이름의 끝글자...ㄱ.. 기엌...눈물 되어 흐른다. 눈물의 획. 나를 지탱해 주는  생명의 핵.

 그 이름자 일망정, 그러나 흐릿하게 기억속에  뭉개져 존재의 의미 조차 시들해 질 즈음

나는 더 이상의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어 몸 돌려  창가를 뜬다. 상념도 접는다.

 

전재덕 님의 cd를 조금 높은 볼륨으로 듣는다.

깊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듯한 하모니카 선율

흐느끼듯 자제하듯, 때론 조잘대며 깔깔  높은 웃음 튕겨내듯...

어느덧 한잔의 커피와 하모니카를 양손에 들고 친정 아버지가 내 옆에 자리한다

맥주와 커피를 사랑했고  하모니카로 모든 노래 연주가 가능했던 남자.

내 의식의 밑자리에는 \'아버지 같은남자\'가 두텁게 자리 깔고 있었다

 

병약했던 어린시절, 아버진 등에 나를 업고 한 손으로 하모니카 들고 고요하고 애잔한 노래 불어주며 결코 쉽지 않는 잠재우기를 시도해 주셨다

들이 쉬고 짧게 내뱉던 아버지의 바쁜 숨 고르기 소리.  그의 등을 타고 전해지던 소박 했지만 열정을 담았던 라이브 공연을 통해 내 건강은 여물어졌다

요즘은 일부러 찾아 들어야 가능한 하모니카 연주.

그러나 전혀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하모니카 음률을 접할때면 가슴은 벌렁대고 눈물은 주책 맞게 흘러 내린다

뻔한일 인 줄 알면서 하모니카 들고 있는 남자 뒤를 잰걸음으로 쫓아가 얼굴을 확인하고 오는 헤프닝도 벌이곤 한다 

과거의 끝자락 놓지 못해 절절 매는 나는 참 한심한  미련 곰탱이다

 

며칠 전 어느 게시판에 짧은글 올릴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나는 앞으로 글 쓰기를 본격적으로 해 봐야겠다고 썼다

대학도 그 계통으로 공부했고 어릴적 꿈도 글을 주무르며 사는거였다

홀홀찮았던 삶의 소용돌이는 그러나 한갖 여름밤의 짧은 꿈 조각 이었다

 

내년이면 교감으로 내정 되어있는 남편, 꼭 한번은 거쳐야 할 지난한 성장통을 아들은 군대에서, 딸은 수능을 막바지에 두고 애잔한 몸부림을 친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꽃과 열매를 각자의 그릇대로 수확될 즈음이다

이 모든 중심 축에 고단함을 껴안은 내 삶이 있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자리 떨치고 자연인으로 돌아 가려한다

 천형처럼 글 쓰기를 갈망 했고 풀어낼 수 없었던 그리움은 지금 가슴속에 여러개의 돌기로 돋아있다

터부시 했고 방치 하여 켜켜이 쌓인 먼지와 미끌거리는 물이끼가 돌기위를 에워 싸고 있다.

 

혼자 끄적이는 습작에서 탈피 하여 거친 세상에 내 분신을 내보여 평가 받고자 하는 용기를 가져보려한다

이 용기의 심지가 어쩌면 홀로 걸어 가야 할지도 모르는 노년의 내 뜨락에 갖가지 자태의 들꽃으로 지천에 피어 쓸쓸함을 감해 줄 수도 있음이리니.

 

비의 끝자락 뒤   나타난 햇살아래  뚜렷한 맥락도, 주제도 없는 허접한 글..마음따라  이곳 저곳  떠 돌았다

이제 다른 cd로 갈아 끼우고 시난고난 읽고 있는  \'죽음의 밥상\' 책도 끝맺음 해야 할듯 하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2008년 여름도 많은 흔적꺼리 남긴채  눈에 띄지 않은 조용한 부산함으로  떠날 채비 한다

 

맘 나누는 동생과 며칠 뒤, 책이 맛있어지는 계절을 미리 맛배기 하고  책방 서성이며 책의 향기 흠뻑 들이키자   약속했다

 

가을 햇살 아래 내면으로 익어지는 과즙의 풍미처럼 어렵게 결심한 내 소망의 심지도 아름답게 곰삭아 나만의 향기를 간직 했으면 소망해 본다

그 소망이 결코 빛바램 없이 두고 두고 가슴 한켠 데워줬으면 한다

 

오늘은 왠지  찻잔을 입술에 달고 지낼것같다

모든것이 배고픈 8월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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