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이 넘어 하나 둘 솟기 시작한 흰머리가 오십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 만큼 늘었다.
반백이라 불러도 될듯하다.
거울에 비친 흰머리를 보고 빙그레 웃어 본다.
\'그래,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해 볼께.\'
늘어나는 흰머리는 내게 너그러워지라고 가르친다.
살아 온 세월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말라고 한다.
날더러 머리를 염색하지 않는다고 남편은 화를 낼 때도 있었다.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이 내 흰머리를 싫어할 거라고 꼭 해야된다고 주장하였다.
남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날더러 머리를 염색하라고 조언인지 충고인지를 하였다.
염색을 해 주겠다고 덤비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웃고 말았다.
남편이랑은 싸우기도 하였다.
그래도 염색은 하지 않았다.
난 흰머리를 사랑한다.
흰머리가 고맙다.
우선 흰머리는 우리 부모를 생각나게 해주는 머리색깔이어서 좋다.
내가 기억하는 부모는 오십이 넘은 모습이다.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그들의 젊은 시절은 알지 못한다.
흰머리를 볼 때마다 울부모가 떠오르고 덩달아 그들의 사랑도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 울 부모 만큼은 아닐지라도 나도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지. 머리가 저렇게 희였는데...\'
이제 더 이상 옆에 없는 부모지만 흰머리는 부모 대신 날 가르친다.
새벽 다섯시도 안되어 일어나 거울 속의 흰머리를 보면서 오늘 하루도 너그럽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하고 다진다.
보신탕를 그리워하는 한국 아저씨들에게 보신탕 대신 염소탕을 끓여 대접하기로 한 날이다.
힘들어도 웃으면서 일하던 엄마를 생각하고 나도 웃으면서 일해야지.
나도 언젠가 울부모처럼 세상을 떠날 날이 있겠지.
그러기 전에 하루하루 소중히 살아야지.
흰머리를 보면서 내게 주어진 날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떠올린다.
흰머리가 늘어날 수록 내 하루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염색하라고?
웃으면서 다시 한번 고개를 흔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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