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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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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다 뒈질 뻔했어?


BY 정자 2008-06-24

아구구구..나 죽겄네...안 아픈데가 없어...

어휴 아휴..

 

목요일은 내가 자원봉사하는 병원에 간다.

어르신들 목욕하는 날이다. 

목욕하는 날만 고대하고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여덟 분이다.

 

제일 연세가 높은 분은 106세 되신 할머니다.

딸과 아들이 모두 일곱남매이신데.

연중 몇 개월씩 돌아가면서 모셔도 워낙오래 살으셔서

며느리가 풍으로 드러 누웠다. 딸이 아프다고 골골하고 할 수없이

요양원에 모시게 된 분이다.

 

처음엔 이 분보고 나는 한 세기를 넘어 나와는 이미 다른세계에서 도를 닦으시다가 너무 오래되어서 부랴 부랴 다시 산에서 내려 온 분인 줄 알았다.

목욕을 해드리니 얼굴의 인상처럼 몸의 인상도 있다.

아직도 정정당당하게 땅을 딛고 허리 꼿꼿하게 걸어서 목욕탕으로 들어 오시면 한 팔십즈음 된 어른인가? 할 정도다.

 

이분 따님을 나는 조금 안다.

\" 이상하네요..여기 오기전 오늘 낼 살까 싶어 부랴부랴 얼른 병원에 모신건데..어째 나보다 혈색이 더 좋아요?\"

 

그 말씀들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좋아진 게 나쁜건가?... 

 

또 한 할아버지는 목욕탕에 들어 오더니 나를 보고 쑥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신다. 이유는 내가 너무 젊은여자라는 거다. 살다보니 나도 전혀 모르는 사람 목욕을 시킬 줄 알았나..목욕맛사지를 해드리면 허리나 어깨에 굳은 뭉친근육들이 스르르 풀린다. 그러니 안하면 몸이 더욱 굳어 마비가 되니. 당신들이 먼저 순번을 정해 기다리고 계신다. 볼 거 다보고 만질 거 다만지는 관계이니 만큼 가장 친한사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

 

할머니보다 더 할아바지가 더욱 색시처럼 된 분이 계시다. 목욕을 끝내고 로비에 앉아 잠깐 쉬고 있는 데, 예쁜 박스에 송알이 작은 포도며 요구르트 몇 개가 든 박스를 슬그머니 준다는 말도 안하시고 내 옆에 살짝 놓고 가신다.

 

당이 심해서 엄지발가락이 절단 된 할머니는 배꼽에 혹이 생겨 수술하는 바람에 배꼽이 없는 할머니는 나만 아는 비밀이다.

나도 처음 본 배꼽이 없는 배를 보니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했다.

\"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거래이..이건 비밀이다!\"

 

대답은 찰떡처럼 했는 데 나는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 가 없는 수다쟁이다. 헤헤..이건 어쩔 수가 없다. 약도 없고.

 

기저귀를 차고 계신 분이 다섯분인데..

\" 내 맘데로 똥싸고 오줌누고 화장실로 걸어다닐 때가 젤로 건강한 거라.\"

 

물리치료실에 벽에 길게 박아둔 봉을 잡고 걸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별 것도 아니고 대수롭지 않았던 것들이 여기선 제일이다.

 

식사도 일일히 당신 손으로 드시는 분은 네 분인데.

\" 밥 숟가락 놓으면 갈날이 멀지 않은 겨!\"

 

나는 숟가락 놓는 다는 말을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아직도 뚱뚱한 할머니는 배고프시다고 허겁지겁 잡수시다가 기도가 막혀 순식간에 응급실로 실려가셨는 데.

\" 나 밥먹다가 뒈질뻔했어?\" 나중에 나보고 그러니

그 자리에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연락받고 급하게 온 큰 아들이 그런다.

\" 누가 엄마 밥 뺏어먹을까 봐 빨리 먹은 거지?\"

\" 아니 뱃속에서  난리나 부럿다아?\"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붙잡고 애길하면 같이 치매에 걸린듯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의 명언을 발굴하자면

\" 내 맘데로 화장실 가는게 젤 행복한거다\"

\" 밥은 찬찬히 꼭꼭 씹어라\"

 

이거 외에도 되게 많은 데 잘 기억이 않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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