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들과 나는 정말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토요일 오후 CA 시간에 봉사 활동반에서 봉사를 심하게 하고 온 아들은 학원에 가기 싫은지, 투덜 거리며 밍기적 거리고 있었다. 아들은 갑자기 문을 닫고 오래 전화를 받길래 무슨 일인가 문을 열어 보았다. 아이는 머리를 벽에 박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참 물어서 실토한 아들의 이야기는 정신이 멍하게 만들었다. 3월에 까페에 한 편의 인터넷 소설을 올렸는데, 그게 말썽이 되어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남의 글을 올린 것이다. 경찰서에서 알려준 ,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을 했는지 받지 않았다.
토요일 일요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최고 백만원까지 합의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아이를 깨워 자주 가는 공원 벤취에 앉아서 그게 얼마나 나쁜 것인지 눈물을 흘려 가며 긴 연설을 했다. 글 한 편을 쓰려면 얼마나 피가 마르고 살이 깎이는 고통이 따르는지, 너무 잘 아는 나는 남의 글을 함부로 올린 아이를 용서하기가 힘들었다.
왜 그랬냐는 물음에 아이의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딴 애들도 다 그런다. 개념없이 그랬다. \"내가 올린 글이 인기가 많으면 정회원이 빨리 될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씩이나 된 아이는 왜 이렇게 철이 없는지... 너무 한심해서 할 말을 잃었다.
월요일 아침 업무 시간 시작이라는 아홉시에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남의 글을 올렸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운 받아갈 수 있도록 해 놓아서 문제가 커 졌다. 미성년은 등본을 보내면, 600,000만원의 합의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날
합의금을 보내러 은행에 가려는데, 출석요구서라는 것이 등기로 왔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런 걸 다 받아 보다니...
\"남편이십니까?\" \"아.. 네\" 차마 아들이라고 할 수 없어 사인을 하며 남편을 팔았다.
출석요구서를 뜯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입금을 하고, 진심으로 작가분에게 죄송해서 사과를 하려고 변호사 사무실에 연락처를 문의했다. 아이에게도 사과의 전화라도 하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거절했다. 작가분은 절대 연락처를 알려주길 원하지 않는다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해달라고 했단다.
물론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내가 죄인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던 아이는 정말 한동안 판타지 소설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많이 못 읽게는 했었다. 하지 만 이런 사고를 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
난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었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너무 죄송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 나이만 먹었지 너무 철이없다. 새벽 한 시에 학원에서 와서 아침 일곱 시면 학교에가는데, 저작권 위반이 뭔지 알 수 없다. 너무 급작스럽게 들어온 인터넷 문화는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말이지 이런 방면에 교육이 필요하다.
작가분이 전화로라도 그런 말씀을 한 마디라도 해주셨다면, 엄마가 하는 백 마디 말 보다 효과가 있었을텐데... 나의 욕심일까?
아무튼 그 일을 계기로 아이는 컴퓨터 근처에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학원도 끊었다. 기본도 모르면서 대학가서 뭐하냐고 기를 죽일데로 죽여놨다.
핸드폰도 정지당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한 번도 핸드폰을 정지 시킨일은 없었다.
아이는 오늘 봉사 활동을 다녀 와서는 독서실에 기말 준비하러 갔다.
수학 잘 하는 이과 친구가 수학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며, 집 전화를 들고 한참 만날 약속을 정하더니, 아이가 가고 난 다음 친구가 급한 일이 있는지 전화를 하고...
핸드폰을 다시 줄까? 순간 마음이 쟌 했다.
한 번도 말썽을 피운적 없이 착하게 자라준 아들은 이번 일로 많이 놀랐다. 내가 출석 요구서와 합의서까지 보여 주며 겁을 주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나처럼 소심하고 겁 많은 사람은 아직도 가슴이 뛰는 놀라운 일이었다. 남편에게는 절대 비밀이다.
남편이 알면 아마... 대학 가지 말라고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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