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예 번개시장이다.
1000 여명의 사람들이 식당에 모였다가
식사가 끝남과 동시에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다~빠져 나가고
태풍이 지나간 바닷가처럼 빈그릇들과 먹고 남긴 잔반통이
준비하고 남긴 식자재 찌꺼기들이 어지러이 널부러진 주방.
600 명 예상인원의 수련회 첫날에 1000 여명이 왔으니
준비한 식사는 일찌감치 동이나고 주방에서 난리쇼를 한바탕 했다.ㅎㅎㅎ
부랴부랴 쌀가마니를 내려서 푹푹 쌀을 씻는다~
다음끼니 식자재를 꺼내서 다듬고 무치고 버무리고~
국를 다시 더 끓이고 봉사자들을 독촉해서 최대한 빠르게
설겆이와 배식을 하게 해서 개회시간에 맞춰서
배식을 끝내는데........
불덩이 밥솥도 (50 인분) 혼자서 거뜬거뜬 들어서 배식대에 올리고
(밥솥에 밥이되면 그 무게는 20 킬로그램이 넘을 지경)
급하면\' 누구 밥솥 들어주세요\' 가 안되고 주방장이 들고 뛴다.
반찬도 날리다시피해서 반찬통에 담아서 배식을 하는데
끝도 없을 것 같던 식사줄이 차츰차츰 줄어들고
마침내는 그 긴~~긴 ~~밥줄이 끝이 났다.
어떻게 배식이 끝났는지 온 몸은 땀범벅이고
발바닥은 불이 확 확 일어나는 기분이다.
앞치마에는 양념이랑 밥알이 어지러이 묻어있고
아침에 손님들이 온다고 주방장 예의상 인사로 화장도 곱게 했더니
땀범벅에 얼룩덜룩 아주 웃긴 여자가 거울에서 웃는다.ㅎㅎㅎ
눈썹도 이쁘게 그렸건만 지워져서 반~쯤 남았고
밝고 시원한 느낌의 아이샤도우도 약간 푸르게 발랐건만 어디가고
연한 입술연지로 생기를 줬었는데 다 빨아먹었는지 맨 입술이고
비비크림에 화운데이션을 섞어서 엷게 피부톤을 정리했더니
여기저기 본래 피부색이 돋아나고 잡티가 보인다.ㅎㅎㅎㅎ
머리도 아침에 감아서 새로 구입한 바비리스 드라이겸 고대기로
샤샤쌱 분위기 있게 말았더니 뜨거운 김 때문에 다 풀어지고
아줌마파마를 한 진짜 촌부가 거울에서 씩씩거리고 있었으니.....
대개는 예상인원이나 예약인원이 비슷하게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완전 빗나가서 천둥번개가 한번 치고 지나간 기분이다.
새벽 4시 30 분 기상에 5 시 주방출근
밤 9시 경에 퇴근을 사흘 하고 나니
전에 같지 않고 온몸에 매를 흠씬 맞은 것 같이
무겁고 뻑쩍지근하고 근육통이 온다.
발목의 아킬레스근 쪽이 당기고 발바닥은 후끈후끈
어깨죽지는 내려 앉을 듯이 축 쳐지고
허리는 자꾸 자리에 눕고 싶을만큼 피곤하다.
그냥 사흘의 수련회가 있었다면
오늘쯤엔 겨드랑이 밑에서 날개가 돋을 정도로
가볍고 홀가분한데 시작 전부터 얼마나 혹사했던지.....
농사지은 분이 배추를 거저 주겠다고 해서
한시간을 달려 밭에가서 배추 800 포기를 뽑아왔고
당일에 절이고 씻고 둘째날에 양념해서 버무려 김장하고
양파 큰 걸로 스무망이나 까서 장아찌 담그느라
충분히 피곤했던 몸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 식구가 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니까 여기저기 쑤시고 당기고
목소리까지 꺽꺽 거릴지경이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종일 고함쳐야 하고(주방이 넓고 기계음이 많아서)
뭐는 어디있고 뭐는 어떻게 자르고 뭐는 어찌 해 주세요.......
매번 바뀌는 봉사자들도 힘들지만 끼니 때 마다
다른 봉사자들과 일을 해야하는 나는 정말 힘들다.
가르쳐 두면 바뀌고 또 알~만하면 교대가 되는 통에
종일 식자재를 두고 끊임없이 지껄여야 하는 나팔수가 된다.ㅎㅎㅎㅎ
시간에 맞춰서 밥에 불 붙이고 국 끓이고 반찬 재료 준비되면
데치고 자르고 무치고 배식 때 어떤 음식은 이렇게
또 어떤 음식은 국자로 또 어떤 음식은 위생장갑 낀 손으로
어느 정도 분량으로 주고 어떤 모양으로 주라.......
종일 말을 하고 말귀 둔한 사람한테는 두번 세번 반복 설명을......
식사가 시작되고 중간에 음식 재고 량에 따라 배식도 달라지고
끝날 무렵에는 두 줄의 배식이 한 줄로 줄어들고
설겆이 당번을 붙들고 세척기 사용법과 씻은 그릇 제자리.
아침 배식 끝내기도 전에 몇 백명 분의 식사준비 돌입~
콩나물 통째로 둘러 엎어서 머리 발 따고 쇠국거리 준비
잡채준비 , 조기 비늘 훑고 지느르미 가위로 자르기
참나물 데치고 잘게 썰어서 소쿠리에서 물 빼기
양파장아찌 냉장고에서 꺼내 보기좋고 먹기좋게 썰어내기
냉장 보관하는 김치 내서 이쁘게 썰어서 반찬통에 담기
나중에 소금간 밴 조기 대형 후라이팬에서 밀가루 입혀서 튀기기.
여기까지가 한끼 분량의 메뉴.
조기는 220 마리 세상자.
콩나물 한통 , 무 두상자 , 대파 큰 걸로 5 단, 쌀 두 가마니
숨가쁘게 많다 많아.
학교 배식하고는 또 다르다.
중고등부도 수련회를 하는데 어른들 보다 훨씬 적게 먹는다.
메뉴도 어른들이 더 까다롭다.
고기를 많이 해도 고혈압이네, 비만이네 , 알레르기네 해서 가리고
나물반찬을 많이 해도 저 푸른 초원이라 하니.....
고기와 나물을 적당히 배분하는게 얼마나 까다로운지.
고등어는 비리다고 안 드시는 분
꽁치도 잔뼈가 많아서 싫다시는 분
꼬두밥은 싫다 무른 밥을 다고
무른 밥은 밥도 아니다 된밥을 다고
닭은 병이 있어서 먹지말자 콜레스트롤까지 많단다
많이주라 쪼끔만 주라 .....
돼지고기 값이 무섭게 올라서 아찔할 지경이고
모든 식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있어서
푸짐하고 맛나는 음식을 준비하는게 쉽지가 않다.
일곱가지 나물의 비빔밥은 사흘 수련회에 꼭 들어가는 단골메뉴고
돼지 불고기도 북어국에 게 넣은 된장찌게도 단골메뉴.
불고기에 상추와 깻잎을 줄 때도
쌈장을 잎에 주라시는 분 , 옆에 홈통에 달라시는 분
식판을 앞으로 내시는 분, 뒤로 내시는 분
...............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속은 다 거실에 두고
퇴근 후에 다시 원상복귀를 시킨다.
그러지 못하면 늘 낯선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감당이 될런지.............
유급의 봉사자들이 아니기에 무급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다그치지도 못하고 일을 시키더라도 부탁형식으로
\'정중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시간시간 커피타임을 갖더라도 싫은소리가 어렵고
일이 더디더라도 빨리빨리를 웃으면서 해야 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내가 해야 하고 해 나가야 하는 일이 많고도 어렵다.
가장 먼저 주방에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오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도맡아서 해야 하니
이번 같이 예상인원이 많이 초과하면
번개돌이가 안되면 해결할 수가 없다.
너른 주방을 뛰고 달리고 소리지르고(세척기가 돌아가면 거의 고함)
이번엔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일들이 사람을 미리 진 다 빼 버렸고
갑자기 불어난 인원 때문에 바쁜걸음을 치다보니
아휴....오늘 밤엔 그냥 잠을 위한 밤이 되고 싶다.
죽은 듯이 내일 아침에도 기상없는 휴일이었으면 좋으련만
할머니 한분의 생신이라 미역국에 몇가지 전에 튀김을 해야한다.
유난스레 튀김이나 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 분의 식성에 맞는 음식으로 생신상을 차려야겠다.
특별히 별식을 준비한다기 보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생신상을 주로 차린다.
케잌도 준비하고 음료수와 과일 등 푸짐하게 차리고
모든 가족들이 다 같이 축가와 박수, 기도로 생신을 축하해 드린다.
본인의 생일에 본인이 한 턱 내는 건 우리 집 사람들간의 전통.
나도 냈고 남편도 냈고 다른 할머니들도 냈다.ㅎㅎㅎ
아침에 촛불켜고 노래 부르고 생일 선물 드리면서 건강을 위한 덕담 한말씀.
피곤해도 내일 아침 일찍 가서 정성껏 준비해 드려야 겠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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