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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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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컨드 인생은...


BY 정자 2008-06-12

\" 내가 이렇게 팽팽하게 젊은 사십대 인 줄 누가 짐작두 못 했다구..아픈데도 없고 괜히 아직 오지 않은 폐경도 먼 애기구..그런디 나보고 이젠 슬슬 은퇴니 조기퇴직이니 뭐 그런 것도 먼나라 애기 같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슬슬 노후준비나 해 볼까  기껏 돈버는 제테크 애길 할 줄 알았더니

진짜 나랑 똑같은 생각을 친구는 허심탄회하게 애길 한다.

 

\" 그려서 넌 뭐할려구?\"

\" 애덜도 키워 놓고 보니께 다 지덜 세상이나 정신없지, 남편이라구 나만 사랑하냐구 허구헌날 한 삼십년 살면 볼짱 다 본 거다. 기대도 없구 소처럼 비빌 언덕도 아니구 천상 뭐라도 다시 해 볼려구 알아보고 나도 뭔가를 해 볼려니께. 에휴..옛날 배운 거 다 구닥다리더라. 나랑 아무 상관 없어? 그게 더 기막히더라.\"

 

\"그래서 넌 나중에 뭐 할려구?\"

 애들이 크고 남편이 퇴직하면 전원주택이나 지어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내가 사는 시골까지 내려와 요즘 땅값이 얼마니? 시세가 어떠니 하던 친구가 오늘은 내가 헷갈리게 싱숭생숭하게 한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둘 때 누구보다 뭐라고 혼을 내가면서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 치우냐고 하더니 몇 년 동안 소식없이 사니 죽었나 살았나 전화 했더니 착신금지 한 내 핸드폰에 뭔가 이상하더란다. 그렇다고 전화 안되고 내가 찾아 가지 않으면 연락두절이 된 세월이 벌써 오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그 친구 열심히 돈을 벌려고 동분서주하고 난 시골에서 탱자탱자 놀았으니 그 차이는 천지차이 일텐데. 이 친구 대뜸 나를 보더니 하소연부터다.

 

나 이렇게 늙는 것도 기막히고, 세상에 젊을 땐 안 보이던 생각들이 자꾸 딴짓하듯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그렇게 밉던 시집도 저렇게 살 수도 있는 거구나 했단다.이제야 내가 좀 이해가 된다는 말도 했는 데, 이해 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는 나는 친구가 고마울 뿐이다.

 

아직 사십대는 안 지났잖어..이제부터 세상이 좋아져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그럼 백살이 평균수명이라고 하더라. 그럼 우린 아직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이제 조금 세상안다고 생색을 내기는 좀 머쓱하다고 했다. 말이 백년이지 어떻게 백 년동안 맨날 돈만 벌으라고 아우성이냐? 그 놈의 경제 경제 하다가 나라전체가 광무병에 걸린 것처럼 요즘 난리법석이다.  

 

첫 번째인생도 무척 중요하지만 두번 째 인생은 마무리와 같다. 

말이 그렇지 한 오십년 더 살아야 하는데. 아프지 않고 자식들 다 커서 지덜 알아서 산다고 하는데 거기다가 김치 된장 담가준다고 가봐라. 요즘 며느리는 경비실에 맡기라고 하더니. 신식며느리는 택배로 부치세요? 갖고 오지말고.

 

아들이고 딸이고 차이가 없는 세상이 올텐데, 우린 그 어정쩡한 세대차이로 맞물려 늙어서 할 일없이 마주 볼 가족이 있으면 복이고 다행이다. 남편이 먼저 세상뜨면 여자 혼자 사는 평군 10년이란다.우리나라처럼 정이 똘똘뭉쳐 결혼해서 살 집까지 마련해주는 지극정성한 부모들이 참 많다. 나같으면 결혼도 당사자들이 숟가락 한 짝이라도 혼수시장가서 몇 년을 적금부어 준비한 자금을 쪼개가며 구입한 신혼살림이 더 가치가 있다. 고생을 해가면서  결혼과정을 겪은 부부들이 더 잘 산다. 아들 딸 혼수자금으로 지출 할 거 난 내 노후자금을 돌릴 것이다. 자식에게 어버이날 선물 안 받아도 그걸로 충분하고 오히려 며느리 용돈을 줘가면서 사는 노후가 더 당당하다.

 

미리 연습을 해야한다. 혼자서 잘 살 수있는 능력도 개발해야하고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에 절절매는 노후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평생 직장이 아니어도

소일거리 삼아 취미 반 일 반으로 내 시간을 새끼줄 꼬아 나가야 한다.

 

남자들은 정년퇴직하면 다 늙었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병이 찾아 온단다. 그렇다고 정년이 된 여자들은 오히려 더 성격이 강해져 자신을 찾아가는 계기를 발견한다. 하긴 오죽했으면 홀아비는 이가 서말이라고 했는 데.

 

안으로 자꾸 들어오는 귀소본능이 남자에겐 늙음과 돌아온다. 집 나간 남편이나 바람이 난 남편이나 결국 자식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 무슨법칙과 같다. 그럼에도 여자는 그렇지 않다. 자꾸 집에만 있냐고 타박하는 마누라 많다. 꼬리곰탕이 무섭다는 남편들 많다. 혼자 여행가는 아내들도 있다. 

 

이 모두가 두번 째 인생설계도들이다. 저절로 흐르는 시간앞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일본의 어느 공무원은 나이 육십에 의사가 되기 위해서 전국의 의과대학의 커트라인을 확인해서 가장 낮은 대학에 입학을 했다.  그 분은 현재 일흔이 넘어가는 데 항생제 처방없이 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몸에도 화장을 해야한다는 새로운 운동법을 개발해 명의가 된 사례도 있다.

 

학력이고 나이고 환경에 가장 익숙하게 물들일 노후인 만큼 누구의 인생보다 내 인생이 가장 중요하다. 하도 오래 살아서 대학도 꼭 십대에 들어가라는 법 없고 두 개 세 개 대학을 다녀 졸업해도 법에 저촉될 것은 없다. 단지 언제 내가 나를 가장 중요하게  무엇을 선택 할 것인가?

 

그 만큼 오늘은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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