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을 좋아한다.
알뿌리를 사다 심기도 하고 씨를 뿌리기도 하고 모종을 사다 심기도 한다.
더 많은 꽃을 심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가리워 알뿌리를 심은 곳에 씨를 뿌리기도 하고 그 씨가 미처 싹트기 전에 그 자리에 모종을 사다 심기도 한다.
낭비다.
한 곳에 여러가지가 중복되어 결국 다시 옮겨심는 수고를 더하거나 아니면 뽑아 버리기도 한다.
그런 나도 꽃을 심지 않고 빈터로 둔 곳이 있었다.
지난 해 백일홍이랑 여름 코스모스가 가득했던 곳인데 올해는 그곳에 조그만 정자를 지을까, 아니면 바닥에 돌을 깔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을까,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곳이라서 그냥 빈터로 남아 있었다.
다른 곳은 꽃이 가득한데 그냥 시꺼먼 흙이 들어나 보여 보기 싫던 곳이다.
그것이 지금 가장 화려한 꽃밭으로 변했다.
저절로 씨가 떨어져 싹이 트고 자란 백일홍과 여름코스모스가 무더기로 피어난데다 옮겨심기 귀찮아 그냥 버려둔 데이지가 한창이고 현관 옆의 쟈스민까지 더해져 장관이다.
화려한 색깔들의 잔치에 저절로 발검음이 멎고 탄성이 솟는다.
내가 가꾸었더면 욕심 때문에 한 두 가지 종류만 심지 않고 이것 저것 섞어 심어서 그런 장관을 보기가 어려웠을텐데 그냥 버려두었더니 백일홍과 여름코스모스처럼 생명력이 강한 것들만 남아 한꺼번에 꽃을 피워낸 모습이 정말 화려하다.
뭐라도 심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비워두었던 곳인데 정말 뜻밖의 기쁨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하다.
요 며칠 꽃을 보면서 다시 한번 비우기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과 관심이 많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도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만 못할 때가 많다.
가족과의 사이에 내 마음을 비우고 인내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비지니스에서 내 마음을 비우고 인내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비우자, 비우자, 참자. 참자.
저절로 싹이 트고 자라기까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그냥 기다려보자.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