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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들께 드리는 편지글


BY 그대향기 2008-05-12

 

아래 글은 지난 5월 11일에 어버이 주일을 맞아 시골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서 조촐한 잔치를 하면서 내가 쓰고 읽은 편지글이다.

시골생활에 맞는 편지를 적다보니 농촌실정에 맞는 일만 적어야 해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일상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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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요즈음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지난 번에 수술하신 무릎이며 허리는 좀 나아 지셨는지요?

목발을 짚고 농로를 걸으시는 모습이 아직은 힘들어 보이시더군요.

지난 어버이 날에는 아들 딸들에게서 선물은 많이 받으셨고요?

바쁜 농사일 때문에 건강 챙기실 시간도 모자라신거 잘 앎니다.

그래도 건강 챙기세요.

부모님들께서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우리 못난 자식들이 철이 들어서

효도해 드릴 기회를 주시지요.

한창 논밭의 작물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이 때

귀한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6월 수확을 위해 지난 해 가을 걷이가 끝나자마자 쉴 틈도 없이

땅고르기에 비닐 씌우기, 제초제 뿌리기와 파종을 해서

전문 농업인의 숨은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하시어

지금 들판에는 그 결실들이 한창 여물고 있겠지요.

이 양파와 마늘, 감자의 수확이 끝나고 나면 물대기가 바쁘게

벼심기를 시작하셔야 하니 농상일 이라는게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곳에 이사 온지도 벌써 15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흙과 같이 변치않는 사랑과 관심으로

지금까지 두 딸과 막내아들을 잘 키우고 최근에는 사위까지 보는

젊은 장모가 되었답니다.ㅎㅎㅎ

늘 저희를 딸 같이 아들같이, 며느리 같이 챙겨 주심에 깊은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타향인 이곳도 이젠 고향처럼 정이 들었고

마을 어르신들도 부모님같고, 작은 아버지 , 고모님,이모님 같은

친근감이 가고 정겹기만 합니다.

오늘 어버이 주일을 맞이하여 마을 어르신들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이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참석해 주시어 감사드리며

지난해 이 자리에 참석하시어 좋은 시간을 가졌던 몇몇 어르신들이

올 해는 저희 곁에 없는 모습에 마음이 많이 섭섭합니다.

 

농촌생활이 언제는 한가했던가요?

해가 뜨기 한참 전 부터 밭으로 산으로 논으로.....

자식처럼 돌봐야 하는 농작물들이 느긋하게 집안에서 쉴 시간들을

고스란히 희생하라 하지요.

해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과 사랑을 쏟아부어 알토란 같이 수확한

양파와 마늘 값이 그나마 좋을 때는 그 모든 고생들이 보람으로 남지만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거나 장마가 길어서 가을 낙엽처럼 떨어진 고추밭

에서는 거뭇거뭇 타 들어가서 떨어진 고추처럼 어르신들의 가슴도

새~까맣게 타 들어 갔을 겁니다.그 어떤 작믈보다 잔 손질이 많이

간다는 고추 농사는 일년 중에서 가장 더울 때 수확해야

 하는 작물이라 40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 아래서 온 몸으로 내려 붓는 불볕을 받아야 하고

아래로는 후끈 달아오른 지열을 호흡하며

하나하나 수작업을 하시면서도 대한민국 누구나가 다 먹어야하는

기초 양념이기에 국민의 건강과 중금속과 농약 투성이로 부터

내 나라 국민들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로 그 모든 악 조건을 참으십니다.

 

어르신들.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의 땀을 사랑하고 바른 먹거릴 위해 애 쓰시는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건강하고 안심하며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힘들여 농사 지은 고추며 양파, 마늘을 내다 판 돈을

시집간 딸이며 아들들의 집 장만에 거금을 터~억 내 놓으시면서도

아깝단 생각보다  가슴벅차 하시면서도 그 투박한 손을 등 뒤로 감추십니다.

공부 많이 못 시켜줘서 미안해서 감추시고

더 큰 돈을 못 보태줘서 미안하다시며 농사로 굵어지고

거칠어진 두 손을 치마 아래로 넣으십니다.

그러지 마세요.

그 투박한 손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자랑스런 손 입니다.

부모라는 죄 때문에 자식이라는 애물단지들에게 주고 주고 또 주시며

날이 갈수록 달이 갈수록 빈 껍데기로 남으려 하십니다.

부모는 자기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제 자식 입에 밥술 들어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 하시면서

나는 덜 좋은 것, 나는 덜 맛있는 것, 나는 덜 이쁜 것을 하더라도

자식한테는 가장 좋은 것으로,가장 맛난 것으로, 가장 훌륭한 것으로

해 주시면서도 아쉬움이 남지요.

그렇게 농사로 거칠어지고 들일로 마디 굵어진  손을 왜 자식들 앞에

자랑스럽게 못 내 미십니까?

세상의 누가 내 부모처럼 밤을 낮 삼아 일을 해서  내 자식같이 이웃집 

아이들을 거둬먹이며 바리바리 내다 판 돈으로 집을 장만해 주며 시집 장가를 보내 준답디까?

부모는 자식의 일이라면 한 밤중이라도 만사 제쳐두고 달려 갈 분들이지만

자식은 부모님의 일을 얼마나 소상히 , 얼마나 잘 알려고 하며

자주 알려고나 하는지요?

일년 365 일 열 두달이 다 효도하는 날이 되어야 하겠지만

가정의 달 , 어버이 날이 되어서야 삐~쭉 선물 꾸러미 하나 달랑

택배로 보내 놓고

\"바빠서 못 내려가요. 선물 보냈으니까 그리아세요. 띠띠 띠......\"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부모님들은 자식이 잉태된 그 순간부터 단 한 순간도 자식을 잊은 적 없고

관심 끊어 본 적 없는데 자식들은 목돈이 급히 필요 할 때나

갓난뱅이를 봐 주십사~할 때 부모님을 찾는 고약한 습성이 있더라구요.ㅎㅎ

 

밭 작물이 한창 알을 굵히고 있을 요즘은

마늘 쫑대도 뽑아줘야 하고 양파 숫대도 솎아 내 줘야해서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잠시도 허리 펼 짬도 없으시니

이럴 때 손주녀석 고사리 같은 손으로라도 피곤한 어깨를 조물조물

만져주면 좋으련만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손주녀석 얼굴보기도 

대통령 보기보다 어렵지요?

대통령이야 텔레비젼만 켜도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나 하죠......

그러다가도 양파며 마늘 감자를 수확해 두시고는

일손 거들어주지 않는 서운함도 야속함도 다 잊으시고

\"에미야~~~양념 가져 가거라.\"

하시면서 들에서 거둬들인 작물 중에서 가장 굵고 좋은 것으로

자식들의 몫을 다 지워 놓으시고는 어미 닭이 병아리를 불러 모으 듯이

집집마다 전화를 넣으십니다.

서울로 간 아들네며, 강원도로 시집 간 딸네며,형편이 좀 못한

막내 아들네 대구까지.....

 

어르신들.

저는 개인적으로 친정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답니다.

우리 큰 딸이 임신되고 돌아가셨으니 벌써 아버지 돌아가신지도

24년이나 되었고 때 늦은 사부곡을 부르며 효도를 해 드리려고 해도

이미 아버지는 안 계시고 오늘 마을 어르신들을 뵙고 잔치마당을 여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앞서려해 집니다.

외동딸을 무척이나 사랑해 주셨고 그리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아버지 방식의 깊은 사랑을 주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철이 들고 효도를 해 드릴때 쯤엔 아버지는 안 계시고

아버지가 즐겨 드셨던 바다회도 못 해 드리고

객지에서 공부하던 딸에게 삐뚤빼뚤했지만 친필로 쓴 편지며

아버지의 정성이 깃든 선물도 그립고

아버지께서 자갈돌 하나하나를 쌓아 만드신 꽃밭도 그립습니다.

유난히 화초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셨기에 지금 우리 마당에 핀

연산홍이며 작약, 목련, 라일락 이런 꽃들이 필 때면

이 넓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 딸이 아버지는 참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꽃만 피면 늘 아버지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자식이 효를 알 때 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후회만 남습니다.

 

오늘 하루지만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를 빛내주시고

우리는 다 누구의 아들이며 딸이고 며느리 이면서 사위들입니다.

남편의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시고

아내의 부모님도 내 부모님이십니다.

내 자식의 뿌리가 되는 부모님들에게

많이도 하고 깊이 있게도 하는 마음의 효를 다 하는 가정의 달

어버이 날이 일년 내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부모님들께서 보시기에 저희들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부모님들의 기쁨이 되어드리려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되겠습니다.

오늘 같은 어버이 날이 날마다의 삶이 되기를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모님들.

자식들의 사랑을 받기에 마땅하신 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가슴 깊숙한

곳으로 부터의 감사를 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2008년 5월 11 일

어버이 주일을 맞이하여 어르신들의 딸이요 며느리 ㅇㅇㅇ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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