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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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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무섭지만 가야만 하는 길.


BY 낸시 2008-05-07

삼 년 전 식당을 열고 남편과 많이 싸웠다.

남편이 그만 헤어지자며 자동차를 타고 휭하니 나가버린 것이 몇 번 이었을까,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수를 헤아리기에  다섯 손가락은 모자라지 싶다.

정말 그만 집어치우자고 식당문을 닫은 적은 몇 번이었을까...

아들녀석과 싸우고 싸우다  지쳐 아들 녀석을 쫓아내고, 전화도 없이 지난 시간은 또 어떤가...

딸하고도 싸웠지... 일 년도 못 버티고 뉴욕으로 달아나 버렸고...

잠이 모자라 졸음 운전을 하다 자동차가 완전히 망가진 적도 있었다.

삼 년,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참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이제 식당이 제법 자리를 잡아간다.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기도 하고 자리가 없어 당황할 때도 있다.

일하는 사람 수도 늘어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쉴 수도 있다.

이제 남편은 솜사탕이다.

날더러 비지니스 감각이 있다고 칭찬하기도 하고  자기 성품이 부정적이어서 날 힘들게 해 미안하다고 하기도 한다.

아들도 돌아왔고, 식당이 성공한 것은 순전히 엄마의 성품 덕이라고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딸도 뉴욕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 하다.

 

모처럼 평화가 깃든 것 같은 우리 집, 다시 먹구름이 몰려온다.

낸시가 꿈에 그리던 식당 자리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벅차다.

돈도 모자라고,  경험도 모자라고, 비록 그런대로 지금의 식당이 굴러간다고 하지만 메뉴도 보완할 점이 많다.

그럼 포기하면 그만이다.

지금의 안정을 즐기면 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이 길로 들어설 때는 식당 하나로 먹고 살자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만큼은 몰라도 적어도 피자헛 만큼은 체인점 수를 갖고 싶다고 시작한 식당이다.

체인점 수가 문제가 아니고 그 수입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일이 내 삶의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기가 편안하다고 주저 앉을 수는 없다.

식당자리가 나타난 날, 남편은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아들녀석과도 전화로 목소리를 높이다 중간에 몇번이나 끊어버렸다.

 

딸이 뉴욕으로 가기 전 한 말이 생각난다.

\"엄마, 꿈을 가진 사람은 가야 할 길이 죽을 만큼 무서워도 그 길을 가야만 하는거지?\"
이제 엄마는 그 길을 간 딸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나도 내 앞에 펼쳐진 길을 가야지...하고 생각한다.

남편과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을까...아들과 싸울 일은 얼마나 많을까...

돈이 딸려 가슴 조이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일이 힘들어, 쉬고 싶은 순간도 틀림없이 많이 있을꺼야...

두렵고 떨린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기대감으로 설렌다.

파도를 타는 사람이 파도를 하나 넘은 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그 뒤에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듯...

나는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

죽는 순간에 그 때 그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미련을 갖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내 가슴을 향해 조용히 묻는다.

\'정말 원하는 것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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