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월 애지중지하다가 순식간에 잊혀져가는
철부지 꼬맹이의 식상한 장난감처럼
꼭 필요치도 안으면서 자리 메김만 해야 하는 슬픔을
그대들은 느낄 때가 있으셨나요?
벽에 걸린 있으나 마나한 삼류화가의 그림이나
장식장 안 유행 지난 장식품처럼 있을 땐 모르고 없어지면 시원섭섭한 물건,
철 지난 과월호의 유행잡지가 요긴한 때를 놓쳐버린 듯
이 중년 너머 우리 자리를 오늘 나는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차라리 묵은 벽보판의 광고라면 혹여 필요한 이 라도 있을 진 데
당신은 이 현실 바쁜 출근길에 구겨져서 아무렇게나 내 던져진
한장의 전단지 같진 않으신지요?
그냥 형식적으로 끼고 있다 잃어버리고 없음을 안후
조금 섭섭하다가 금새 잊혀져 가는 값싼 장신구 처럼
그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 이나이에 되는 느낌
나는 가끔 그런 기분에 가슴 허할때가 많았습니다,
예전 적당한 젊음이 있을때 그래도 연인의 눈길 한번에
온 세상이 내것인양 환해지는 마음을 가졌던 기억도 있었지요,
상대 맘을 훔치려 살그머니 숨어 들다가
마음의 자물쇠를 따기도 전에 들켜 버리고 마는 서투른 사랑도둑마냥
나는 상대 맘을 훔치기도 전에 내 마음 마저도
상대에게 도둑 맞고 마는 우둔한 사랑바보였던 적도 있었구요
학창시절, 호주머니에 내 맘 전하러 적어뒀다가
암만 시간 흘러도 전하지 못해 접힌 귀가 헤져버린 쪽지의 애린 기억이 있는데
그 너절분하게 낡아진 쪽지처럼 어쩌면 사회의 한 구석에서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존재의 가치를 잃어가는듯 느껴지는 사람 이였습니다,
젊음은 나에게 있어 폭풍우 휘몰아치는 밤바다에서
한줄기 빛을 주는 등대마냥 희망이고 기회였습니다,
그기에 부수적으로 따르던 사랑은 지친 영혼을 다독여 주는 휴식같은 의미였구요,
사랑에 있어 절실하게 수반되던 그리움 같은 것이나 이별의 아픔따위는
사랑한 자에게 주어지는 훈장같은 것 이였노라고
지금 감히 말하지만 그땐 된통 아팠던것도 사실 이었읍죠
그러다 이만큼의 나이에 서게 되고 이런 와중에
책과 시와 음악은 내 삶의 구차함을 벗어 던질 수 있는 분출구이였듯이,
정녕 내 삶을 마치는 날까지 그렇게 그속에서 차분히 위안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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