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짧은 세월
또,어찌 보면 긴세월 스물 둘 시집와서 내가 보낸 햇수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게 봄은 왔고 희망의 전령처럼 온갖 꽃으로 희망의
초록으로 또는 연둣빛으로 풍선속에 바람을 불어넣듯 그렇게 힘든 사람들
가슴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너울너울 춤추는 꽃물결 바람을타고 눈송이처럼
쏟아져 내리는 꽃잎들 가슴은 터질 듯 한데 들려오는 소식들은 암울하다.
이미 지나갔어야 옳은 조류독감이 뒤늦게 기승을 부리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은 내려올줄 모르고 한번 오그라든 경제도 아직은 펴질 줄 모른다.
어머니 당신 가슴속에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혼자 그런 물음 하나를 던져놓고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달력에 시집에 갈 날들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만큼
가기싫었던 새댁시절 어쩌면 그렇게도 졸리고 하는 일도 없이 힘이들고 낮이
설든지 그 세월이 조금 흐르고 내가 마음을 좀 열려고 해도 늘 없는 소리를
만들어 내시는 어머님께 참 야속한 생각이 많이도 들었었다.
그른 것은 그르다 옳은 것은 옳다 유난히 따지기를 좋아하는 내 성격에 어머님의
없는 말을 있다하시는 그 마음을 좁은 소견으로 이해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왜,나만 힘이들다 생각했을까 철딱서니 없는 며늘 적응 하시느라
내 어머님도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가끔은 반항도 하고 미운마음을 표현도 하고 그러며 세월은 흘렀고 일년에 친정은
일 없는 구정에 한 번만 가고 추석명절에는 가지 말라 하셨든 말씀에 반기를
들고 그렇게 아옹다옹 거리며 미운정 고운정 들며 살아온 세월 강산이 두 번도
더 바뀐 세월이 흘렀다.언제부터 인지 모르게 딸하나 없고 가슴가득 쌓인 설움을
털어놀 곳도 하나 없으신 어머님이 안돼보여 딸처럼 다가가 보자 먹었던 마음
그래도 그 만고의 진리.딸은 딸이요 며느리는 며느리라고 ......
가뭄에 콩나듯 한 번씩 들여다 볼때면 발바닥에 흙묻은 채로 쓰러져 잠든 어머님이
애처로워 대야에 물을 떠다 수세미로 뽀득뽀득 씻겨 드리면 형님이 눈을 흘기시며
효부났다 어깃장을 놓으시고 그저 먼곳에 있어 할 수 있는 것이 돈이다 보니 아랫
동서에게는 형님이 어머님 버릇을 다 버려 놓는다는 핀잔도 들어가며 그저 가족끼리
따지지 말고 조금 내가 아주조금 더 한다 생각하며 살자고 생각한 내 마음과는 다르게
일이 불거질 때도 있었지만 욕을 좀 먹어도 형님께 따거운 눈초리를 좀 받아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어머님이 경우에 없는 말씀을 좀 하셔도 그게 나라에 폐 끼치는 일 아니고
거짓말을 좀 하셔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거짓말 아닌 다음에야 마음으로 아닌걸
알지만 그냥 웃으며 들어드릴 수 있었고 늘 손길이 그리운 어머님 무뚝뚝한 아들만 셋
그래서 안아드리고 주물러 드리면 그리 좋아하셨다. 가끔은 내 실없는 우스개에 천진한
아이처럼 까르륵 웃음을 터트리곤 하셨는데 80십을 코앞에 두고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허리가 아파 허리 수술을 받으러 가는 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추락을하셔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신몸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사를 하니 조직검사결과 간암 판정까지....
내 손을 잡으시고 그러신다.
내 통장을 너에게 맡겨두고 싶다고....
아들이 병원비가 없어 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식들 결혼식 손자 결혼식 한 푼 내놓지
않으시고 당신의 몸보다 더 중하게 여기고 의지하며 살아오신 통장.
그 말씀에 한 마디 대답없이 돌아왔지만 그 통장으로 애가 타실 내 어머니 생각에
참 아프고 슬픈 눈물이 난다.
자꾸만 꿈이 꾸어진다. 내 돈을 다 줄테니 나좀 살려달라고 어머님이 애원을 하신다.
난 힘들게 살아오면서도 내 어머님을 모시며 살지는 않았어도 그 어른이 우리집 복덩이란
생각을 늘 가지고 살아왔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80리라고 그 어른의 훈기로 자식들이
이리 이겨내고 살아내고 모이고 돕고 사는 힘의 원천이라고 따끈한 물에 푹 몸을 불려
뽀드득 뽀드득 개운하게 씻겨 드리고 향기나는 로션을 반들반들 발라드리고 싶은데
어머님은 먼 곳에 나는 사무실에 이러고 있다.
나 혼자 너무 씩씩해 희망을 노래해도 아이같은 웃음을 다시 웃으시며 내 집에 두 발로
걸으시며 다시 오실 수 있을지 쌀티밥 같이 하얗게 앵두꽃이 터지는 날 어머님 건강하세요!!
이렇게 곱고 예쁜 봄을 몇 해만 더 보고 가실 수 있기를......
아직은 못한 말 \"어머님,사랑했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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