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도무지 경쟁심리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반장, 부반장, 이런 것은 시켜줘도 싫었고, 우등상도 일등도 별로였던 것 같다.
여고시절 체육대회가 있던 날, 모두들 응원에 목이 쉬어도 나는 그냥 멀건히 바라만 보았다.
소풍날, 산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쳐도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호들갑인가 싶었다.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들도 뒷전에서 옅은 미소로 그냥 바라만 보았다.
대학을 다닐 때, 남들 다하는 미팅도 써클 활동도 해 본 적이 없다.
남들이 신나 하는 일이 내겐 그저 시들하였다.
다른 담임들이 수업 시간을 바꾸어 가며 자기가 맡은 반 체육대회 예선전 응원에 열을 올리던 때, 나는 그냥 정해진 시간대로 수업을 하러 다녔다.
담임의 응원이 없어서였을까, 우리반 아이들은 농구, 축구, 족구 모두 예선 탈락을 하고 간신히 배구만 예선을 통과하였다.
체육대회날, 다른 반 아이들은 자기반 경기가 진행되는 곳에 모여 응원에 열을 올리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응원할 경기가 없으니 맥이 빠져 있었다.
미안했다.
우리반 아이들의 줄겁고 신나야 할 체육대회 날이 시들한 날이 된 것은 오로지 내 탓만 같았다.
좋은 담임이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했다.
드디어 단 하나 예선을 통과한 배구경기가 진행되었다.
담임인 내가 선수인지, 아이들이 선수인지 아리송할 정도로 설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심판을 보는 동료 교사에게 주의도 받았다.
응원 덕분이었을까, 우리반 아이들이 이겼다.
예선전 없이 체육대회날 경기가 진행되었던 종목들, 줄달리기, 터치볼, 릴레이...아이들을 모아놓고 요령을 가르치고 목이 쉬도록 응원했다.
네 명의 아이가 100미터씩 달리는 릴레이, 나는 아이들 옆에서 400미터를 함께 달리며 응원을 하였다.
담임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다른 교사들의 야유 섞인 비난도, 다른반 학생들의 항의 섞인 비난도 모른척 하였다.
어쨌든 그냥 진행된 경기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우리반 아이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예선전 최하위를 기록했던 우리반은 종합우승의 영광마저 차지하였다.
가슴 벅차도록, 눈물 나도록, 신나고 좋았다.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인 줄 정말 몰랐었다.
또 하나 내 안에 그런 열정이 숨어있는 줄도 몰랐다.
그 날 이후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갔다.
그냥 살았다.
재산을 늘리는 일도, 아이들 교육도, 남편의 승진도,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도 모를 만큼 그냥 살았다.
외형적으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괜찮아보이는 삶이었지만 내면의 나는 그냥 시들하게 살았다.
아니, 사는 게 재미없어 그만 죽어버리려고도 하였다.
나이가 사십이 넘어 인생의 시발점보다 종점이 가까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자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삶이 소중한 것인데...하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살다 죽는 것은 아닌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로소 자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해야지...
그리고 식당 아줌마가 되었다.
이러다 당신 사이비 종교 교주가 되는 것 아니야...남편이 그런다.
우리 식당 인기가 괜찮다는 말이다.
아니, 그만큼 식당 아줌마 인기가 짱이라는 말이다.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들은 날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날 처음 보는 손님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날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문을 하면서 부엌에서 일하는 날보고 인사하려고 몸을 숙여 손짓을하는 손님도 많다.
내가 식당을 해서 자기들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단다.
단골 손님들은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와서 내 대신 우리 음식 소개에 열심이다.
내가 가꾸는 꽃밭을 마치 자기가 가꾸는 꽃밭인양 자랑스레 소개하기도 한다.
맥도날드처럼 카운터 서비스를 하는 식당이지만 팁이 10퍼센트를 훨 넘는 날이 많다.
돈도 좋지만 그민큼 손님들이 만족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뿌듯하다.
어제는 이곳에서 오래 된 선물가게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다.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묻는 사람이 많은데 자기 가게에 우리 메뉴를 가져 다 두었으면 한다고...ㅎㅎ
혼자서 운전을 하면서 야~하고 가끔씩 소리를 지른다.
너무너무 좋고, 가슴이 벅차도록 신이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다.
산 정상에 올라 소리지르는 사람들 처럼...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까봐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에서 소리지른다.
축구선수들이 골인하고 세레머니하듯 혼자서 미친 짓을 한다.
나는 요즘 사는 것이 신난다.
열심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이리 좋은 것인 줄 몰랐다.
울 남편은 돈도 못 벌고 힘들다고 불평이다.
전생에 죄가 많은 사람이 식당을 하는 것인가 보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누구나 인정하지만 식당일은 내가 더 많이 힘들게 한다고 하는데...ㅋㅋㅋ
하지만 나는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신 날 때가 더 많다.
그래,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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