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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결혼식인데 잠이 안 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구나~하고 여겨지더니
정작 만 하루도 남지 않은 시간에 아니 ~벌써.....
언제 시간을 다 까 먹어 버렸지?
사돈댁에서 갖가지 떡이랑 홍삼정과, 곡식들을 예쁜 청홍보따리에
올망졸망 싸 보내셨다.
과일은 상자마다 가득가득 하나하나 색색으로 따로 포장하시고
약밥과 떡은 세 상자에 나누어 갖가지로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게
할머니들이랑 같이 드시라며 함의 의미가 아니고
기도로써 길러주시는 할머니들께 아들을 인사차 보내시면서
약소하나마 이벤트를 하신거라 하셨다.
사모님은 늘 친정 언니같은 말씀과 친근감으로
만날 때 마다 나를 편하게 해 주시더니
결혼을 이틀 앞두고 생략하기로 한 여러가지 결혼준비나 의식이
내게는 섭섭하게 남을까봐 다른 의미로 위로를 해 주셨다.
사모님은 네번째시고 나는 첫번째 일이라.....
갑자기 정해진 일이고 예고도 늦었기에 난 준비도 못했고
어쩔까 하다가 동네 아저씨한테 쌀방아를 부탁했다.
사위의 사촌누나네 부부가 사위와 같이 오셨기에
저녁을 시골밥상으로 차려 할머니들이랑 대접해 드리고
잠시 우리 집으로 올라와 국화차 한 잔으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다가
돌아가시는 차 편으로 찹쌀 한 말, 현미찹쌀 한 말, 맵쌀 한 말,
그리고 사위에게 작은 쇼핑백을 건네며 사모님께 전해드라고.
오늘 오후에나 딸이 사위를 만나게 되면 전해주려 했던 내 작은 선물.
언제부턴가 딸이 시집을 가게 되면 갑자기 준비하기에는 벅차고
무슨 기념일 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 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몇년 전 부터 크게 비싸지는 않아도 보석을 사 모으기 시작했었다.
보석이래야 다이야몬드나 뭐 이런 엄천 난 것이 아니고
루비나 에메랄드,여름에는 토파즈 이런 준 보석과 큐빅.
그 때는 몇년 전이라서 18 k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큰 부담없이
반지나 목걸이, 귀고리 이런 작은 귀금속(이런니까 뭐 대단한 것 같아서 우습다)을
한 해에 하나나 둘 쯤 준비해 두기를 벌써 여러 해.
어제 사위 손에 들려보낸 것에는
사모님께는 여름에 시원하게 끼시라고 드린 네모나게 큰 토파즈가 들어간 반지
큰 시누이한테는 하트모양에 분홍색 큐빅이 제법 박힌 목걸이
작은 시누이는 커트가 이색적으로 된 분홍색의 큐빅이 도드라지게 박힌 반지
큰 동서는 토파즈가 푸른 바다처럼 시원스럽게 박힌 팬던트의 목걸이.
다른 예단을 따로 안 했기에 신랑과 목사님, 작은 시누이 남편의 양복과
신랑과 사모님의 한복으로
예단을 마감하고 실질적인 도움으로 아이들의 결혼준빌 마차다 보니
섭섭하기도 하고 언제든 딸이 시집가게 되면 꼭 하리라 했던 것이라
사돈댁 가족이 여럿 아닌게 참 다행이다~생각하고 곱게 포장해서
작은 가방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따로 적어서 보내 드렸다.
오랜 날을 두고 하나씩 준비한 것이고 그 때 그 때 형편에 맞게
크고 작은 것으로 준비한 것이라 큰 부담은 없어도
그 당시에는 남편이 내게 해 주는 것이라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같은
좋은 날의 기쁜 선물이었고 내게 있는 동안은 내가 가끔씩 꺼내 보기도 하고
칫솔로 곱게 닦아서 도로 넣기도 하면서 외출할 때 이쁘게 폼도 재 보고.....
아이들의 돌 반지나 백일 반지는 형편이 어려울 때 진작에 돈으로 바꿔먹었고 ㅎㅎㅎ
막내의 돌 백일 반지는 친정엄마의 칠순 선물에 팔찌로 탈바꿈했었다.
이젠 허전함 보다는 뿌듯함이 더 많은 엄마가 되어
둘째가 결혼하기 전에 하나씩 하나씩 오랜 날을 두고 또 준비할 것이다.
딸은 여러번 보석함을 꺼내 놓고 이것 저것을 만지작 거리고 닦는 엄마를 보고
\"역시 여자는 보석에 약해 . 그렇게 좋으세요?\"
\"응. 엄마는 그냥 만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
\"맨날 일하시는라 잘 끼지도 않으시면서 좋아하시기는.....\"
\"나중에 꼭 끼고 좋은 일에 나가지.\"
딸아 !
드디어 엄마가 좋은 일에 그 반지와 목걸이를 적당하게 사용했어.
언젠가는 꼭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서 작은 것으로 준비한 것이지만
엄마는 네 새로운 가족분들에게 꼭 해 드리고 싶었단다.
아빠한테도 모르게 너도 모르게 했지만 말이야.
아빤 손님이 가실 때 사위 손에 뭘 들려 보냈냐고 궁금해 하셨고
뜸을 한참 들이고 말을 꺼낸 엄마에게 그저 웃음.
작은 웃음.
엄마는 그런 아빠가 참 좋아.
화 내지 않았고 야단치지 않았고 결혼선물나 생일선물을
그렇게 한꺼번에 덜컥 선물해 버리는 엄마한테, 아빠와는 의논도 않은 엄마한테
그저 웃음으로 잘 했구려~`해 주는 아빠가 엄마는 사랑스러워.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행복들을 퍼 올리며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날들을 아름답게 수 놓으며 살아가고 싶어.
너도 새 가정을 꾸며서 살아보면 알겠지만 행복은 그리 먼데도 그리 어려운 데도 아닌
내 가장 가까운 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그 것을 찾는 방법이 지혜야.
어렵거나 힘들지 않단다.
가깝고도 멀 수도 있고 쉬우면서도 어려울 수 있어.
내가 낮아지고 겸손해 지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 보면 언제부턴가 행복은 늘 너와 함께 있을거야.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을 딸아.
스스로 어렵게 생각하면 끝이 없이 어려운게 세상살이지만
쉽게 단순하게 따뜻하게 바라보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게 세상인지.......
부디 아름다운 마음으로 밝고 맑게 멋지게 신세계를 펼치렴.
멀지 않은 곳으로 시집을 가 줘서 고맙다.
혹 네가 보고 싶거나 네가 아플 때에라도 한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너무 멀리는 이사가지 말아라~~~
몇년 후에 네 애기가 생기면 엄마가 자주 봐야 하고 사모님도 자주 만나야 하니까 말이야 ㅎㅎㅎㅎ
내일이면 이제 한 남자의 아내로 이름을 새로 얻는 딸아 !.
어린 나이의 널 보내는 엄마의 심정을 너는 알런지......
넌 사랑하는 사람만 생각하고 어른들의 걱정이나 고민은 헤아리지 않지?
이젠 내일부터 엄마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네 스스로 가정을 꾸리는 주부가 되는데
뭘 뭘 할 줄 아는게 있는지, 어른들께 대 하는 예절이나
때 마다 챙겨야 하는 집안의 행사에 잘 대처 할런지
교인들에게 사랑은 받게 행동할런지
남편 아침밥이나 잘 챙겨서 출근시킬런지
세탁기에 빨랜 종류별로 세탁방법데로 잘 할런지......
접자.
엄마가 걱정을 접자.
이젠 다 부질없는 과민걱정일 뿐.
너 스스로 해결하고 좌충우돌 부딪히며 깨닳아야 해.
오늘이 가고 나면 내 딸이기는 한데 내 마음데로 할 수 없는 남의 자식이 되는 딸아 !.
네가 많이 보고싶어 질거야 아마.
늘 내 딸이거니... 하는 마음하고 남의 며느리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그래도 언제나 한번 딸은 영원한 딸이지?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고 말 벗이 되어 줘서 고마웠어.
예쁘게 살고 서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도란스럽고 어여쁜 가정을 만들어가렴.
조금씩 양보하고 즉각적인 대응 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심호흡 한 번하고 그래도 화가 나는 일이라면 그 땐 화를 내.
그러나 앙칼지게는 말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
새벽이네~.
아까만 해도 깜깜한 새벽에 가족 중에 엄마만 잠을 깨어
여러가지 상념에 젖었었는데 마당에서 킹과 짱구(말라뮤트)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네.
너와 사위와 새 가정을 위한 기도를 위해 새벽기도에 가야겠다.
내일 이쁘게 화장이 잘 받아야할텐데...
너도 엄마도......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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