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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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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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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축의금


BY 그대향기 2008-04-01

 

결혼준비의 마지막 쯤으로 생각하고 부산엘 갔다.

저 번에 딸이 살 아파트에 짐을 챙겨주러 갔다가 강원도에서 내려 온

딸의 짐을 챙겨서 장롱에 넣으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던 걸 참았던 적이

있었다.

대학을 입학하면서 짐을 챙겨 강원도에서 원룸을 얻어 생활했던 짐들을

신혼 집에 필요한 것만을 정리하는데 옷이 너~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갈 때도 휴대폰을 새로 바꿔주는 걸로

졸업선물을 대신했고 대학 입학식 때도 청바지에 간단한 케주얼 윗도리로

입학식 정장을 대신했었다.

그 후로도 죽~옷은 별로 사 주지 못했고 악착같이 옷을 사 달라고 조르지도

않은 큰 딸은 지금까지 변변한 정장한벌 이쁜 원피스 한벌 없이 대학 3년을

보낸 것이다.

면 바지 몇장, 티셔츠 몇장, 케주얼 상의 두어장,블라우스 두어장.....

 

며칠전에 두벌 정장과 블라우스 서너장을 옷장에 걸어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에 몰래 긴 숨을 쉬며 참았던 기억에 오늘은 아무리 바쁘고

예산이 오버 됐어도 최소한 정장 두어벌과 봄 바바리코트,바지와 남방셔츠

몇장은 더 사야겠기에 아울렛이 있는 부산으로 갔다.

시골은 옷도 종류가 별로지만 비싸기만 하고 비교를 할 수가 없어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내게는 거금이랄수 있는 금액을 남편에게는 낮춰서 보고하고 딸과 부산을

이리저리 아울렛 매장을 돌았다.

백화점이나 일반매장의 옷 가격은 내가 호흡곤란을 느끼기게 딱이라

이번에는 아예 할인매장만 편안하게 돌면서 부담없이 여러벌의 옷을

사 주는 특혜를 누리게 했다.

아울렛 매장이 이월상품이거나 기획상품의 할인매장 일지라도 우리 같이

서민에게는 여전히 높은 가격인 것은 사실이다.

평소같으면 또 두 눈 질끈 감고 옷을 사는데 투자를 안하고 말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단을 내렸었다.

최소한 옷장에 주일마다 갈아 입을 정장 네 벌은 사 주자.

집에서 입을 옷은 좀 편하게 다소 허름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지만

주일마다 교회에 가면서 그것도 목사님의 막내 며느리가 후줄근하게 예배

참석??????

어려운 자리에 보내게 되다보니 더 신경쓰이고 챙길 것도 많다.

나이가 어린 것도 있지만 큰애는 워낙에 옷에 욕심도 없고 꾸미는 걸 즐기지

않은 털털한 여자애.

둘째는 완전 다른 유전자로 온 집안을 폭탄 맞은 집처럼 발칵 뒤집어 놓고

저 입고 싶은 옷을 찾아 입는 센스쟁이에 멋쟁이다.

대학을 가면서 기숙사에 들어 가면서 옷만도 큰 배 박스에 몇 박스 가져간

어마어마 욕심쟁이다.

옷 챙겨 입는 센스도 유별나고 이쁘게 입기도 하고........

 

다시는 엄마가 옷 안해 줄거니까 이제는 남편한테 사 달래라고 하고는

가방 가방 옷을 채워줬다.

집에 어른들이 오시면 앉으실 방석도 국산 피그먼트 누비 원단으로 다른 방석의 가격보다 50%나 비싼 방석을 사 주니 딸이 웃는다.

다른 것에는 발발 하시면서 어찌 소품이나  신혼집에 들여 놓을 물건에는

아끼지 않는냐고.......

한번 사 두면 오래 쓰고 쓰면서 정이 들고 잘 했다 싶은 것에는 과감히 투자

하는 편이다.

쓸데없는 소모품에는 관심이 덜하고 오래 두어도 꼭 있을 자리에서 빛이 

나겠다 싶으면 좋은 것으로 사 주고 싶었다.

작은 방의 레이스 커텐도 방 문 앞의 작은 꽃 장식도 둘 만의 앙증맞은 하얀

식탁에 놓일 식탁보도 새하얀 면 레이스로 마련했다.

 

한창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돌아다니는데 낯익은 분이 보인다.

우리 집에 회의 때 마다 오시는 유치원 원장님이셨다.

오실 때 마다 할머니들의 간식을 준비 해 오시면서 우리 애들 것을 따로

준비해 오시는 세심함까지 늘 나에게 기쁨과 감사를 알게 해 주시는 분을

아울렛 매장에서 만날 줄이야.....

단골가게시라며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우리 애의 결혼소식을 들었다고

하신다.

내가 직접 알린 것은 아닌데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시며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하시겠고 해서 봉투도 준비 못했으니까 미안 하지만 그냥

받으라시며 축의금을 주신다.

미안하고 송구스러워서 마다 해도 이왕 만난김에 받아 가라신다.

늘 환한 얼굴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좋아서 즐거우시단다.

재산이 다른게 아니고 내 재산은 웃는 얼굴이고 낙천적인 성격이 전부인데

이런 내 성격이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 된다하니 내가 더 즐겁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다보니 행복해 지는 걸.......

아주 어릴 때 부터 이 진리를 모르기 전 부터 나는 잘 웃었던 거 같다.

초등학교 가정 통신문에도 매 학년 마다 거의 똑같이 남을 잘 웃긴다는 글과

성격이 남성스러우나 즐거운 성격이라는.........

어린나이에는 적잖은 상처였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참 좋은 장점으로 나를

대표해 주는 것이다.

 

뜻하지 많은 장소에서 반가운 분을 만난 것도 반가운데 축의금까지 받고나니

더 반갑고(?) 좋은 만남이 되었다.

딸의 옷을 여러 벌 심사숙고 해서 예배드리러 갈 때 입을 것과 간단한 만남

을 위한 케주얼 정장, 결혼식 직후에 하객들에게 인사드리면서 입을 정장,

모임이 있을 때 입을 흑백 원피스(좀 하는 메이커라 금액이 높았지만 벨트가

예술이고 전체 라인이 심플하게 내려져 있어서 눈 질끈 감고 구입) 신혼여행

가서 입을 면 남방, 면 바지,인디언 핑크 바바리 기타 자잘한 레이스 스커트.

시집가는 딸의 옷을 사러 다니다가

와! 와!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파아란색 정장 웃도리다!!!

비즈색도 파랗고 카라부분 짧은 레이스도 파랗고 라인도 이쁘고 난 반하고

말았다.

주책맞게 딸의 옷을 골라 주러 다니다가 엄마가 홀딱 반한 옷을 보고

말았으니 눈길이 자꾸 그 매장에 간다.

힐끔힐끔 엄마 눈이 그 매장을 가는 걸 보고 딸이

\"엄마 ! 내 옷은 이만 하면 충분하니까 저 파란색 엄마 사요.

엄만 파란색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많이 좋아하시잖아요.

아까 아빠한테서 차비 넉넉히 받아 온 거 있는데 엄마 저 옷 사요.

그냥 창녕 가시면 아마 후회하실 것 같아요.\"

\"엄마한테 잘 어울리겠지?

이젠 사돈댁도 만나야 하고 모임이 있다보니 청바지는 좀 그렇더라\"

공연히 사돈댁은 왜 나오고 모임은 또 왜???

매장 직원한테 옷을 내려 주라 해서 입고 간 칙칙한 봄 바바리를 벗고 입으니

어쩜 이리도 잘 맞으며 색도 이뻐라.....

아래위로 훑어보고 전신 거울에 비춰보는데 아이고메......

파란색 정장 웃도리에 어인 청바지?

까만 스커트로 급 변신.

너무 깔끔하고 환하고 이쁜거를 어쩔꺼나.

요즘 결혼식을 앞두고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뱃살도 정리되고 허리선

도 좀 정리가 되는 중이라 옷이 맵시가 산다 살아.

머뭇머뭇 욕심을 감추고 입고 서 있기만 하는데 딸이 재촉을 한다.

\"엄마~너무 잘 어울려요. 한벌로 사세요 그냥.

어디 모임에 갈 때도 잘 어울릴 거에요.\"

\"그럴까? 네 옷 사러 왔는데.........\"

모녀의 실랑이를 듣고 있던 직원은 벌써 쇼핑봉투를 준비해 왔다.

그래 사지 뭐.

딸 시집 보내면서 엄마가 정장 한벌 빼 입으면 뭐 법에 걸리기나 해?

내 손으로 해 입는 거지만 딸 키워 시집 보내는 기념으로 그래 사자!!!

지갑을 탈탈 털어 옷값을 치루고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랄라..........

이런엄마 어때요?

철이 없는 건지 주책인지.......

그래도 그 파란색은 정말 이쁜걸요.

솔직히 부산 갈 때 부터 내 옷도 한 벌 사고 싶었거든요.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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