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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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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68

걱정


BY 27kaksi 2008-03-28

나 자신은,

사춘기로 성장이 머물었다고 별로 부끄러워 하지도 않으면서

말하곤 했었다.

결코 자랑일 수 없는 것을.....

욕심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절약도 저축도 할줄 몰랐고, 더군다나

재테크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남편이 해결해 주었고, 사소한 일에도 의지를 하다보니

밖에서 일을 해도 집에 있는 내가 불안하다는 얘길 들었지만,

다른 여자들도 모두 그러려니 하며 살았다.

철부지 아내 때문에 어깨가 더 무거웠을 텐데, 콩깍지 우리 남편은 그래도 순수한 아내가 좋다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지천명의 나이를 맞았으니, 어찌보면 참으로 태평하고

행복한 여자였다.

그러나, 걱정 없이 살았다고 해서 나이를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봄이 문밖에 와 있다.

나이를 먹으면 몇번이나 이 찬란한 봄을 맞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을, 계절이 바뀌는 것을, 소중해 하며 감격해 한다는 얘길 들었다.

그렇다. 요즘 부쩍 나이를 먹었다는게 실감이 난다.

간간히 피는 꽃망울도 귀해 보이고,

창을 열면 문앞으로 쪼르르 몰려들은 하얀 햇볕이  너무 곱다.

집안으로 많이 불러 들여 온기를 채운다. 따사로움은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준다.

요즘,사람들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명한 배우의 이름이나 늘 알고 있던 작가의 이름 같은게 입안에서만 돌고 바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사람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하게 된다.

 얼굴이 너부데한 사람이라거나, 작년에 소설이 힛트를 했었다거나

무슨 드라마에 나왔던 탈랜트 라거나 이렇게 말을 많이 하게된다.

나이를 먹으면 말이 많아 진다더니 아마도 그래서 그런것인지....

그렇다고 했더니,

치매 초기증세라고 농담처럼 어떤 친구가 말했다.

아무리 농담이라지만 슬그머니 불안해 진다.

치매! 그 무섭고 두려운 병!

본인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불행한 그 병은 누구나 걱정하는 병이다.

딸 결혼식날 머리를 하러 갔다가 미장원에서 파마 할때가

되었다는 말에 딸 결혼식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 파마를 하고 보니

딸의 결혼식이 끝났더라는 얘기랑, 멸치 다시를 내면서 국물은

버리고 멸치만 냄비에 놔두었다는 얘기는

치매라는 말이 나올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얘기다.

몇 년동안이나  치매 부모를 모시고 살던 친구는 만나면 힘들었던

에피소드를 얘기 하느라 긴시간이 걸리곤 했다.

보통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기괴한 일이 매일 벌어진다고 했다.

지금은 돌아 가셨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를 하는 친구 때문에 같이 눈물을 글썽이곤 했었다.

치매에 걸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예측없이 오는 것이니,

부지런히 운동하고 머리를 쓰고 손을 움직이고 해야 예방이 된다고

했다.

여유로운 노년을 준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하는 중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로 성장이 머문 철부지 아내이고, 대책없는 엄마 이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늙어야지....

깨끗하고, 멋진 노인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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