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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이 생각나서


BY 김효숙 2008-03-25

큰아들이  춘천에서 학교를 다닌다

복학을 해서 이제 4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번엔 기숙사에 들어갈 거라고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장학금 백이십만원을 탔다

올장학금은 아니더라도 아주 열심히 했단다

엄마 아빠가 일하는 식당에 와서 일을 도와준적이 있었는데

아빠! 공부가 더 쉬워요 하며 말하던 아들..

주말이면 집에도 안오구 공부만 했단다.

성적이 4.16 이란다. ... 등록금 일부를 보태서 너무 고마운 아들이

이제 4학년이 시작되었다

 

자취할 방을  싸게 얻었다며 자랑을 한다

걱정이 되어 그이와 춘천에 갔다

일하고 들어와 밤새 만든 만두며 녹두전......오이소배기 김치 장조림

불고기 삼겹살 등등... 한살림 다 싸가지고 갔다

비가 내리는 주일. 모처럼의 나들이가 참 좋다

학교앞에 얻었다는 아들의 방은 건물 4층이었다

 

올라가는 계단은 좀 맘에 들지 않았지만

4층 옥탑방에 올라가니  넓은 공간과 비내리는 창밖을 볼수 있어 좋았다

아들은 며칠 전 벌써 옥탑방 뜰에서 번개탄을 피워 친구들이랑 삼겹살을

구워먹었댄다

 

와아 ! 내가 좋아하는 옥탑방이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나와 하늘 한번 바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

눈이 내리면 눈 쌓인 옥상을 밟을수 있어 좋다   

 

난 아이처럼 좋아했다.

신이나서 가지고 간 쌀을 씻어 밥을 짓고 고기를 구웠다.

기숙사에 있는 친구도 불러서 왔다

 

자취방에서 밥짓는 냄새가 난다

자취방에서 불고기 볶는 냄새가 난다

 

밥짓는 냄새와 음식 냄새가 나니

사람냄새가 나는것처럼 훈훈해져온다.

모두 작은 상에 둘러 앉았다.

그이와 아들 그리고 친구 셋이 밥을 차려 먹는동안

난.. 라면을 끓였다

문득 여고시절 자취방에서 먹던 라면 생각이 나서 말이다

추억을 먹고사는 아내와 엄마를 잘 아는 식구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라면을 끓여 후루륵 .. 맛나게 먹었다

보일러도 고장나 싼방.... 비오는 날이라 더 차갑게 느껴진다

은박지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서 먹었다

그나마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한참동안.... 식사도 하고  과일도 먹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큰아들은 목우촌에서 나오는 아이들 먹는 쏘시지를

아빠가 좋아하신다며

열개를 사 놓았다.

큰 아들은 어릴적 아빠가 외국에 가시면

늘 사오던 깡통에 든 커다란 과자를 보니

아빠 생각이 나서 사다 놓았다  건네준다.

 

녀석... 맘 깊은 녀석

자상하기 이를데 없는 아들이다.

얼마전 엄마 얼굴에 잡티를 없애드려야한다며 용돈모아 엄마 생일에

랑콤 비싼 화장품을 사주었었다.

사흘 바르면 얼굴이 고와진다고 했었다.

아들은 그런 엄마얼굴을 자세히 살핀다.

울엄마 얼굴 맑아졌나 ? 깨끗해 졌나? 하면서 말이다....

 

추운방에서 아들의 작은 사랑에 추운 몸이 녹는다

사랑에 장작불이 타오른다. 상희와.. 엄마 아빠곁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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